양팔을 앞으로 나란히 뻗은 채 두 발을 움직이지 않고 껑충 껑충 뛰어 다니는 외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중국의 귀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사실 강시는 이런 형태인 경우는 오히려 드물어요. 몸이 굳어서 기괴하긴 하지만 관절을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에게 강렬하게 박힌 강시의 인식은 홍콩 영화의 영향이고, 홍콩 영화는 홍콩의 장례 문화에 영향을 받아 그렇습니다. 매장할 수 있는 토지가 적기에 다른 국가들처럼 시신을 눕혀서 매장하는 형식이 아니라 세워서 매장하는 형식이 많은데 그 영향을 받은 겁니다. 강시의 팔 다리가 1자 형태로 굳어져 있는 그 이미지가 이 세워서 매장하는 문화에서 기인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강시란 단어가 불과 몇백년 전까지 동사한 사람이나 귀신을 이르는 말이기도 했고...
그렇다고는 해도 타 귀신에 비해 대단히 경직된 모습으로 많이 찾아 볼 수 있는데 강시의 이름 자체가 굳은 시체라는 뜻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이마에 부적을 붙이고 중국의 옛 복식을 입은 모습으로 많이 묘사되는데 이 것 역시 중국의 귀신이니 당연하다고 볼 수 있죠. 다만 부적의 경우는 사연이 있습니다. 강시를 여러가지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술자가 닭의 피 등으로 힘을 불어넣은 부적을 붙여뒀는데 이게 첫 의도는 전사자들의 사체를 고국으로 옮긴다는 건전한 의도를 가지고 붙인 것이에요. 뭐 이와 별개로 부적을 붙이고 있지 않은 강시가 오히려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강시가 대개는 객사한 귀신입니다. 타향에서 최후를 맞은만큼 객귀에 해당하고 원한도 어느 정도 강력한 성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타 다른 귀신과 달리 육체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만큼 물리적인 공격도 가능하겠죠.
☆ 능력
일단 기본적으로 완력이 강하네요. 하지만 강시의 능력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이건 1 페이즈에 불과합니다. 오랜 세월을 강시로서 보내며 어떠한 방법이든 힘을 길렀다면 2 페이즈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주로 힘을 기르는 방법은 인간을 잡아먹는 행위인 모양이니 가깝게 지내서 좋은 친구는 아닙니다.
2페이즈에 들어가면 이제부터 좀 골치 아파집니다. 상당히 높은 곳까지 비행이 가능하고 이 상태로 이동 역시 가능합니다. 또한 둔갑술이나 사람을 홀리는 신통력 등 영적인 능력을 갖추기 때문에 처치하기가 곤란해요. 이 경우를 하늘을 날 수 있는 강시라 하여 비강이라 부릅니다.
여기서 조금 더 숙성되면 이제 귀신의 레벨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매우 오래도록 강시로서 살며 힘을 기른 경우 가뭄 등을 일으키는 레벨까지 올라가거든요. 대부분 이 상태가 되기 전에 퇴치 당하는 전승이 많지만 이 상태가 되어버린 강시는 이제 마을 단위의 골칫거리가 아니라 국가 단위의 골칫거리가 됩니다. 이들의 최후는 보통 천계에서 내려온 존재나 그 존재의 도움을 받은 용사에 의해 퇴치 당하는 것이지만 딱히 묘수가 없다면 물 떠다놓고 강시가 히키코모리가 되어주길 빌 수 밖엔 없습니다.
여기서 더욱 많은 힘을 기르면 이젠 강시의 특성마저 벗어 던져 버리는 3페이즈의 돌입입니다. 4족 보행을 하는 맹수의 형태로 변하는데 이를 후라고 부릅니다. 엄청난 신통력을 보유하고 있어 어지간히 비범한 인물이 아닌 이상 근처에 다가가기만 해도 바로 후에게 인지 당하고 잡아 먹히게 되는 경우기 많습니다. 강시 때 부터 꾸준히 먹어 오긴 했지만 후는 인간을 잡아 먹는 걸 매우 좋아하는 흉포한 요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불을 뿜거나 드물게 번개를 다루는 경우도 있습니다.
음... 보통은 신선들이 후를 처리해요. 탈 것으로 애용하는 모양입니다. 이게 도교의 영향 탓인데 악은 결국 선을 이기지 못 한다 정도의 개념으로 받아 들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래도록 힘을 길러 천재지변과 맞먹을 만한 능력자가 되었는데 악한 존재란 이유로 탈 것이 된다니 허무하죠?
후 입장에서라면 차라리 죽여주길 바랐을 것 같기도 하네요.
탈 것 취급이라니...
☆ 유래
강시의 유래에 대해선 대표적인 것이 있는데
청나라 당시, 수 많은 전쟁을 통해 많은 시신이 발생했고 이 중 아군의 시신을 수습해 전달하기 위해 사체의 양 겨드랑이에 장대를 꽂아 길게 연결하여 이동하였는데 이 모습을 멀리서 보거나 밤 중에 보면 마치 양팔을 벌린 시체가 껑충껑충 뛰어 다니는 모습처럼 보인 것이 강시의 유래다 라는 것입니다.
아군의 시신을 수습해서 돌아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당시엔 타향에서 죽는 것이 매우 비참한 일로 여겨졌기에 장례만큼이나마 고향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인데...
그리고 사실은 청 나라 당시에 시신 운반 모습을 오인하였다는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긴 합니다. 일단 부패와 하중에 관련된 이야기에요.
시체는 부패하기 마련이에요. 청 나라 당시에 시신의 부패를 막는 기술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사병들에게 모두 행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도 않았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즉 사후처리를 하지 않고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 굉장히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합니다. 현대처럼 제대로 도로가 정비되어 있는 환경도 아닌 곳에서 시체를 주렁주렁 매단 것을 두 사람이 짊어지고 옮겼다고 합니다. 엄청난 시간이 소비되겠죠.
즉 그 만큼 많이 부패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부패된 상태에서 겨드랑이에 장대를 넣어 운반하였다고 했으니 상당한 하중이 어깨 쪽으로 쏠리게 되고, 결코 가볍지 않은 짐을 진 채 이동하는 셈이니 시간은 더욱 오래 걸리고 더욱 부패하고...를 반복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부패된 어깨는 사체의 하중을 견디지 못 하게 됩니다. 즉 시신을 그 형식으로 옮기기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장대에 5인에서 10인 정도씩을 매달아 이동하였다는 모양인데 지나치게 무거워요. 두 사람이서 들 수 있는 무게가 아닙니다. 술에 취한 사람을 부축해 보신 경험을 떠올려 보세요. 제대로 의식이 없는 상태라 상당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됩니다. 근데 강시 운반법은 죽었으니 의식이 아예 없는 시신 10구를 두 사람이서 든다고 되어 있습니다. 전문 구조 인력인 소방관분들도 2명이서 들 것에 사람을 실어 나르는 걸 10여차례만 해도 거의 탈진 직전으로 에너지를 소비하시게 되는데 그 시대 사람들이 10여구의 무게를 버티며 운반할 수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이 유래는 잘 짜여진 괴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 괴담을 만들어 낸 사람은 역사적인 지식은 많을지 몰라도 물리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았겠죠. 뭐... 괴담에 물리력을 적용시키는 사람은 보기 드물기도 하고... 음... 이 말도 안 되는 유래가 버젓이 공중파에서 팩트인 것 마냥 다뤄지던데, 좀 그랬어요.
현재 가장 유력하고 유명한 설이긴 한데 부정적 견해가 많습니다. 저도 그 중 한 명이구요. 너무 저 설이 유명해져서 다른 설을 찾기 어려워져서 취미생활에 영향이 가니까요.
☆ 전승
짧게 하겠습니다. 비강에 대한 전승입니다.
마을 인근 동굴에 비강이 거주하며 마을을 습격해 큰 피해를 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어린 아이를 납치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용도는 뭐... 잡아먹기 위해서겠죠. 얜 이걸 좋아하니까. 더 큰 문제는 이 습격이 1회성이 아니라 지속성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아이를 집에 숨기고 외출을 삼기고... 여러가지 방비를 해보았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그래서 도사를 고용했습니다. 도사의 작전은 이랬죠. 비강이 주거지로 삼고 있던 동굴이 있는데 비강이 동굴을 빠져나가 활동을 개시하는 걸 기다렸다가 일부 인원이 방울을 들고 동굴에서 대기합니다.
그리고 이제 도사의 영력으로 비강의 비행 능력을 상실하게 해요. 이렇게 된 강시는 동굴로 향하게 되는데 이를 쫓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데 동굴 속 인원이 방울을 미친듯이 흔듭니다. 이 비강은 방울소리릏 무척 싫어하기에 동굴로 가지도, 마을로 가지도 못 하고 난처한 상황에 몰리는데 이를 둘러싸고 무찌른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비강의 괴력은 고려하지 않았기에 혈투를 벌이게 됩니다. 방울 소리와 도사의 영력 등이 방해 요소로 작용해 비강은 제대로 싸우지 못 했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정도로 무능하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아침까지 혈투가 지속되었는데 햇빛을 본 비강은 거의 모든 힘을 잃은 모습을 보여주고 즉석에서 화형 당합니다.
...흡혈귀? 라고 생각히실수도 있는데 비강도 귀신/요괴에 해당하니 햇빛을 보면 능력이 반감되는 것이고 방울 소리도 이 비강이 싫어하는 것 뿐이지 비강의 대처법이라고 보긴 어려워요.
☆ 대처법
부적과 복숭아 나무검입니다. 부적을 통해 움직임을 일시적이나마 멈출 수 있고 강시의 본체는 바로 그 육체인데다 타 귀신들과 달리 본체가 본인의 시체인지라 물리력을 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적으로 일시적으로 움직임을 봉하는 것이니만큼 때리거나 베기 보다는 화형시키는 게 최선입니다. 다 타기 전에 부적의 효력이 다 할 수 있으니 불을 확실히 붙인 뒤에는 물러나 있는 게 좋습니다. 불에 타는 괴정에서 아무렇게나 휘두르는 발길질이나 주먹에도 강시의 능력인 괴력이 적용되니 가까이서 구경하려다 같이 죽을수도 있으니까요.
복숭아 나무 검 같은 경우는 이게 원래 굉장히 강한 검입니다.（동양 한정）
복숭아... 신성한 과일이니까요... 둔갑술을 쓴 귀신의 대처법으로도 쓰이죠. 둔갑술을 쓴 요괴는 절대로 복숭아를 먹지 않으니까요. 먹으면 힘이 약해져 둔갑술이 해제될 수도 있는지라...
다시 검으로 돌아가면 이 검은 일종의 착해지게 만드는 무기에요... 강시 뿐 만 아니라 대부분의 요괴를 착해지게 할 수 있습니다.
너무 착해지는 나머지 죽어 버린 답니다? 목검인데 대충 얍얍 휘두르면 요괴가 댕강 댕강 잘리는 모양이에요. 경우에 따라 복숭아 나무의 검이 가진 기운 탓에 요괴가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고... 착해져라 얍! 얍 ! 하시면 되요...
둘 다 없다면 화염병을 만들어 던지도록 하세요. 뭐가 됐든 시신만 불살라 버리면 단어 그대로 존재가 사라지니까요... 주변으로 번지면 재판을 받아야 하시겠지만 정당방위... 인정될 지도...? 그게 아니더라도 초범 찬스로 집행유예 정도로 끝날 겁니다. 너무 큰 불로만 안 번지면 되요...
강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봤어요.
너무 유명하니 다루지 말까 했는데 너무 유명한 방향이 조금 전승과 다르기에 굳이 다뤘습니다. 으음... 다음 행선지는 일본이 좋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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