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100일 버티면 1,000만원]

인터넷에서 우스갯소리처럼 떠돌던 이말.

내가 이 엿 같은 방안에서 멍청하게 앉아있는 게 바로 이 말 때문이다.

정신 나간 유튜버 한 놈이 저따위 것을 직접 시험해보겠다고 공고를 냈을 때만 해도

설마설마하는 마음이었는데 이 미친 작자는 진심이었다.

창문 하나 없는 방에 작은 매트리스 하나.

침구류 세트. 책상에 의자.

그리고 어설픈 칸막이만 쳐져 있는 욕실 겸 화장실엔 변기 하나. 샤워기 하나.

입구 아래에는 음식을 넣어줄 목적인지 구멍이 하나 나 있었고,

입구 외에 잠긴 문도 하나가 더 있었다.

차라리 감옥이 더 고급지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형편없는 모양새였다.

‘말이 100일이지 딱 100일에 맞추는 건 아니구요.

상황에 따라서 좀 더 짧아지거나 길어질 수도 있어요.

어쨌거나 저 쨌거나 컨텐츠가 중요하잖아요?

저도 이게 밥줄이니까.

사람들이 볼만한 게 충분히 나오겠다 싶을 때까지 할 겁니다.’

10만 유튜버랍시고 뺀질하니 사기꾼 냄새가 풀풀 나는 놈이 거들먹거리면서 설명했었다.

보통이라면야 이따위 일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겠지만

그놈은 내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턱 하니 오만원권 200장을 꺼내어 보여주었다.

‘컨텐츠 마무리되면 현금으로 바로 드릴게요.

이게 대박 터져야 저도 돈 버니까 자극적으로 갈 거예요.

중간에 포기하면 아예 못 받으시는 거 알죠?

끝까지 참으실 수 있음 돈 싹 챙겨가시고.

못하겠으면 그냥 빈손으로 가는 거예요.’

애초에 쇼맨십 따위 내 알 바 없었기에 적당히 누워있다가 잠들고.

침대 쪽 벽에 가만히 귀를 대면 멀리서 티비소리 비슷한 것도 들을 수 있었다.

아마도 그놈이 지내는 곳에 켜놓은 티비인 것같았다.

그 소릴 라디오 삼아 듣기도 하고 정 심심하면 운동이라도 하면서 어찌어찌 3일을 견뎌내자니 그놈이 슬슬 장난질을 시작했다.

‘슬슬 적응됐죠?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자 고난의 행군 첫 번째.

테마는 올드보이입니다.’

방 안에 있던 작은 스피커에서 들려온 그놈 목소리를 시작으로

그날부터 모든 식사 메뉴는 군만두가 되었다.

이 정도는 그나마 예상했기에 그냥 툴툴거렸을 뿐이지만

일주일 내내 군만두만 나오다 보니 사람이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놈이 원하는 대로 지랄 발광을 하니 그것도 내키지 않아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묵묵히 군만두를 씹어 삼켰다.

아무리 그래도 100일 내내 군만두만 주진 않을 거니

곧 이 테마란 것이 끝나고 다른 게 올 게 분명했다.

내 예상이 맞다면 바로 오늘.

7일이 지난 오늘 새로운 테마로 바뀔 것이다.

방안에 벌레떼를 풀어버리고 미스트 테마라고 하진 않을까?

끔찍한 상상을 하며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오길 기다렸다.

‘잘 버티시네. 저 같으면 3일 만에 때려쳤을걸요?

아무튼 좋은 소식입니다. 오늘로써 군만두랑은 이별이네요.

그렇다고 너무 좋아하지는 마세요.

자, 고난의 행군 두 번째.

두 번째 테마는 체인소맨입니다.’

그게 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방안으로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왔다.

하드보드지로 어설프게 만든 톱날 같은 걸 머리에 단 놈이었다.

그리고 함께 들어온 식사는….

“식빵? 장난하나?”

봉지째 틱하고 놓여있는 식빵을 보고 확 열이 뻗쳤지만 역시나 티 내지 않기로 하고는

식빵 하나를 꺼내 물고 강아지 머리에 붙은 이상한 걸 떼어냈다.

목걸이에 포치타 라고 쓰여 있는 걸 보니 이 녀석 이름인 것 같았다.

적어도 덜 심심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식빵을 뜯어 입에 넣었다.




식빵으로 연명한 것도 그럭저럭 7일이 지났다.

강아지와 친해진 덕에 시간이야 빨리 갔지만,

문제는 2주간 너무 부실한 식사를 한 탓인지 몸이 엉망이 되는 듯했다.

소화도 되지 않고 기운도 없다.

그나마 강아지는 항상 열려있는 문 아래 작은 구멍으로 왔다 갔다 하며 사료와 물을 따로 챙겨 먹는 모양이었다.

슬슬 좀 너무하단 생각이 들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식이라면 100일간 어찌 버텨서 돈을 받아 봐야 산송장이 되지 않을까?

다행히 그런 고민은 금세 해결되었다.

‘와. 진짜 잘 버티신다. 잼 하나도 없이 그게 넘어가요?

아무튼 잘 버티셨으니 다음 테마로 넘어갈게요.

다음 테마는 악마와의 계약입니다.

지금 악마들이 포치타의 목숨을 노리고 있어요.

만약 포치타를 악마들에게 바친다면 천국이 펼쳐집니다.

일주일 내내 고기가 듬뿍 든 영양 만점 식사를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바치지 않으면?

다시금 포치타와 함께 일주일 내내 식빵으로 연명해야 합니다.’

“얄팍한 수를 쓰네….”

작게 중얼거리며 피식 웃어 보였다.

강아지 목숨을 담보로 한다니.

유튜브 컨텐츠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저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뻔하디뻔하다.

난 고민조차 하지 않고 당당히 말했다.

“악마들에게 바칠게요.”

곧바로 대답하는 게 예상외였는지 녀석은 잠시간 말이 없었다.

‘.... 알겠습니다. 앞으로 일주일간 아주 맛있는 음식들이 제공됩니다.’

간신히 대답하고는 문 아래 작은 구멍으로 강아지를 불러들였다.



그날 저녁.

그럴싸하게 뚜껑까지 덮인 식사가 나왔다.

벌써 방안 가득 고기 냄새가 나는 걸 보니

내 예상이 맞는 모양이었다.

기대를 한 채 뚜껑을 열어보자, 역시나 먹음직한 스테이크가 준비되어있었다.

다만 고기 한가운데는 작은 팻말이 꽂혀있었다.

[포치타 안심 스테이크]

“역시….”

웃음기 어린 얼굴로 팻말을 떼어버린 다음 주저 없이 칼과 나이프를 들었다.

주저 없이 고기를 썰어 먹는 내 모습을 보며 그놈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정말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물론 내가 정든 강아지 고기를 먹으며 미친놈처럼 좋아하는 건 아니다.

이게 유튜브 컨텐츠라면 미치지 않고서야 진짜 살아있는 강아지를 고깃덩이로 만들지는 못할 거다.

그냥 그런 척! 연출을 할 뿐.

아마 고기와 팻말을 보고 멘탈이 나가는 모습을 상상한 모양인데 절대 저놈 손아귀엔 놀아나질 않을 작정이었다.

마지막 한 조각까지 싹싹 긁어먹은 후 오랜만에 만족한 식사를 한 덕에 푹 잘 수 있었다.




이후로 일주일간은 불쌍할 정도로 어설프고도 처절한 시도가 계속되었다.

‘포치타 다리 구이’라던가 ‘포치타 등심 돈가스’ 따위의 씨알도 안 먹힐 요리들이 나왔고

난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다 먹어 치웠다.

이제 슬슬 녀석이 불안해졌을 테니 뭔가 강한 게 올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하며

벽을 통해 무슨 드라마 소리를 듣고 있자니 스피커가 울렸다.

‘이제 다음 테마입니다. 그전에…. 비밀을 하나 말씀드릴게요.’

문 아래 구멍으로 강아지가 뛰어 들어왔다.

감동의 재회를 원했는지 어쨌는지는 모르지만 난 충분히 예상했기에

별다른 호들갑 없이 강아지를 안아 들고 쓰다듬었을 뿐이었다.

마음이 급했는지 녀석은 곧바로 결론을 말했다.

‘다음 테마는 마션입니다. 잠겨있던 문이 열립니다.’

처음부터 궁금했던 문이 드디어 열렸다.

기대감을 안고 들어간 그곳은 크고 작은 화분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이제부터 식량을 자급자족하셔야 합니다.

감자만 드리면 너무 정 없으니까 다채롭게 준비해봤어요.

잘 키우셔서 신선하게 드시면 됩니다.’

“야…. 이건 좀 너무한데?”

감자 화분 몇 개에 고추, 오이, 상추, 가지, 토마토, 호박에 당근 화분까지.

어느 정도 성장했기에 물이나 줘가면서 따먹으면 된다지만

조리기구 하나 없는 이곳에서 생식이라니 어이가 없을 노릇이었다.

이쯤 되니 슬슬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 이 새끼야.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번 해보자.”





“아…. 이건…. 너무 개 같은데?”

생 오이를 씹어먹다 보니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강아지야 때 되면 구멍으로 나가서 밥을 먹고 온다지만

나야 꼼짝없이 이따위 것들로 연명해야 했다.

감자는 아직 너무 작아 먹기가 어려웠고

당근과 호박은 역해서 먹을 게 못 되었다.

가지는 말할 것도 없어서

그나마 먹히는 상추와 고추, 오이 따위로 버티고 있지만

이 빌어먹을 놈의 야채는 먹어봐야 금방 배가 꺼져버린다.

“내가 여기 나가면 이따위 것들 쳐다도 안 본다 씨발거….”

그나마 지금껏 그 망할 유튜버 놈 계획을 다 망쳐놓은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었다.

앞으로도 어떻게든 뭔가를 만들어보려 애쓰겠지만

그것들 역시 이 악물고 버텨볼 심산이었다.

이제 슬슬 그 엿 같은 목소리가 들려 올 때가 되었다 싶었지만

어째 하루 종일 조용했다.

아무래도 다음 테마가 대충 뭔지 알 것 같았다.

나한테 불안감을 주려는 심산이다.

스피커로 설명하지도 않고

뭔가 상황변화를 제시하지도 않는다.

그럼 뭔가 잘못되었나 하는 의심과 함께 불안해 할 것이고

호들갑스러운 모습을 보일 것이라 생각한 것일 터였다.

하지만 난 그렇게 멍청하지 않으니

그놈이 제풀에 지쳐 마이크를 잡을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려줄 셈이었다.

“그래. 이쯤 되니 똥줄이 타지 개새끼야? 어디 한 번 더 좆같기 굴어봐. 어찌 되나.”

작게 중얼거리고는 여유롭게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목구멍을 통해 역류하려는 당근 조각을 억지로 되삼키고는

입안으로 수돗물을 잔뜩 밀어 넣었다.

벌써 며칠이나 더 지났는데도 아직 별다른 변화가 없다.

다른 건 다 괜찮지만 이제 그나마 먹을만한 것들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억지로 가지와 당근을 뱃속에 욱여넣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다 때려치우고 싶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놈의 그 얄팍한 술수에 넘어갈 수 없다.

절대 져주지 않는다.

이 녀석도 생각이란 게 있다면 먹을 거로 사람을 극한으로 내몰지는 않을 테니

곧 멀쩡히 먹을 것을 넣어줄 것이다.

밥만 해결되면 어떻게든 된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되는 것이다.

이를 악물고는 위안 삼아 강아지를 안아 들었다.

어째 가벼운 것이 강아지도 제법 살이 빠진 듯했다.

사료량이 줄어든 것일까?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내가 먹는 걸 달라는 듯 보채기도 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강아지 구멍을 살펴볼까 했지만,

그런 모습조차 놈이 원하는 걸 테니 참아보기로 했다.

어차피 길어야 하루 이틀이면 이 거지 같은 채소 지옥도 끝날 터였다.

그때까지만 차분하고 진중하게 기다리면 된다.








“야 이 새끼야! 너 사람 죽이려고 작정했어?

뭘 찍으려면 밥은 제대로 먹여가면서 해야 될 거 아니야!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순 또라이 새끼 아니야!”

이미 방안엔 과실은커녕 작물에 뿌리까지 전부 씹어 삼킨 채였다.

수돗물로 버티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제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자존심이고 뭐고 가져다 버리고 카메라를 향해 먹을 걸 달라 소리쳤지만, 반응은 없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강아지까지 피골이 상접해 갔기에

납작 엎드려 구멍으로 밖을 보니 어두운 공간에 빈 사료 그릇과 말라버린 물그릇만 간신히 보일 뿐이었다.

이건 이미 유튜브 컨텐츠라 할 수가 없다.

“너 이 새끼 나 엿먹일라고 그러지?

내가 니 뜻대로 조종 안 되니까.

네 대가리 위에 있으니까 컨텐츠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나 좆되바라 하는 거지?

넌 씨발 천만 원이고 뭐고 필요 없고 내가 직접 조진다.

고소해서 네 새끼 영혼까지 탈탈 털어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 알았어?

진짜 엿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이거 열어? 안 열어?”

한참을 고래고래 소리쳐도 여전히 조용하다.

기운이 다한 난 그대로 침대에 엎어졌다.

그래. 쓸데없이 기운 뺄 게 아니라 조용히 버티자.

이 새끼도 언제까지고 모른척할 수도 없을 테니.

너무 배고파서 쓰러질 것 같으면?

슬쩍 눈을 내려 내 발치에 힘없이 웅크린 강아지를 바라보았다.

저건 정말 최후의 선택이 될 것이다.

저걸 잡아먹으려 한다면 놈이 뭔가 하려 들겠지.

만약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그럼 진짜 잡아먹어 버리겠다 각오를 다지고는 슬슬 눈을 감았다.

우선 자자. 자고 나서 생각하자.

웅얼거리는 뉴스 소리를 뒤로한 채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로 활동하던 임모씨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본인이 운영하는 사설도박 사이트를 홍보해왔으며,

이를 통해 수억 원의 부당 이익을 얻었습니다.

경찰은 임모씨가 현재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총력을….]






By. neptun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