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모습을 제대로 보려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무리 허리를 곧추 세워도 팔짱을 끼워보아도 벽에 기대보아도 몇 번이고 마른 세수를 해보아도, 제대로 보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해도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예정된 실패였다.
흰색과 붉은색이 눈 앞에서 반복적으로 일렁였다. 뉴스에 나오는 범인이나 야한 동영상의 그것처럼 내 아들의 모습은 내 눈 앞에서 모자이크되어 보였다. 뷹고, 고기고, 흰색이고, 그리고 또.....
"아드님은 사망하셨습니다."
죽었다.
"왜요?"
눈물이 떨어지자 나오는 것은 헛웃음이 묻음 의아함이었다. 왜지? 왜 내 아들은 죽은거지? 검붉은 것이 눌러붙은 허연 두개골을 보면서 의사에게 질문했다. 내 아들은 죽을리가 없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병원에 도착하기 전부터 사망해 있었습니다."
의사는 메마르게 대답했다. 나는 의사를 보다가, 우스꽝스러운 유머처럼 쀼죽 살갗 밖으로 튀어나와버린 아들의 어깨뼈를 보다가,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내 아들이 죽을리 없어요."
의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정말 질이 나쁜 농담이었다. 차라리 그게 나았다. 하지만, 하지만.
"아드님의 유품입니다."
경찰이 내민 것은 별 것 없었다. 봉투에는 담배가 하나 정도 남은 담뱃갑, 연료가 바닥난 라이터, 전원꺼진 핸드폰. 허겁지겁 낚아채듯 그것을 받았다.
"어서 줘요!"
경찰은 아무 말이 없었다.
충전이 어느 정도 되자 켜진 화면에 문자 내용이 떴다.
[김재영:장난까지 말고 내일 가져와 친구야ㅎㅎ알았지?] 7:30
봐. 내 아들. 친구랑 약속도 했잖아. 죽었을리가 없어. 홀린듯이 문자내역에 들어갔다.
[김재영:병신새끼가 지랄~]7:30
[적당히해제발]7:21
[김재영:니에미가 뭐라하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6:57
[미안해재영아나진짜돈이없어]6:55
[김재영:내일은 5.0임]6:52
죽 이어지는 욕설과 꾹꾹 눌러쓴 것 같은 지건이의 문자내역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게 뭐지? 지건이는 분명....
통화내역
발신 112 10:18
발신 112 9:35
발신 1633 8:46
발신 이대용담임선생님 8:23
혹시나 해서 열어본 통화내역은 친구나 선생님 등이 대부분이었다.
어째서야?
왜야 지건아? 왜 네 통화목록엔, 네 마지막 통화목록엔 내 전화번호가 없어? 나는 네 전화를 받았을텐데.......
흐리멍덩한 눈빛의 아들은 영정 건너편에서 이쪽을 바라보았다. 눈물 건너편으로 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지만, 그러나 아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문자메세지
6월 2일
[엄마나힘들어]쓰던 메세지
[엄마:엄마는 항상 지건이가 잘 할거라고 믿어♥]5:45
[네엄마 잘지내요]5:42
[엄마:지건아 기숙사에선 잘 지내지? 엄마는 지건이가 보고싶다]5:34
5월 29일
[엄마:그래 열심히 하렴~~]6:20
[아니에요미안해요엄마투정부리고싶었나봐요잊어주세요]6:13
[엄마:네가 선택한거잖아 그래서엄마랑 아빠도 힘들게 돈벌고 있는거고.]6:09
[엄마:무슨소리야?미쳤어?]6:08
[엄마 나 그만하면 안돼요???힘들어요]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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