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웃대 이제 막 가입한 서른 살 여고생쟝이야
입원한김에 할거 없어서 웃대 눈팅하다가 가입함.

이제부터 쓸 글은 내가 겪은 기묘한 이야기야.
이런 일은 겪은적도. 또 겪을일도 없고.

금방 잊혀지는 일이기 때문에 여기에라도 기록에 남겨볼까 해.



어느날 갑자기,
정말 갑자기 내 스스로가 이상하게 느껴질때가 있어.
16살. 중학생때 한번. 고등학교 여름방학에 한번. 그리고 한참 뒤인 작년 29살때 한번. 올해는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정말 행동이 난폭해지고. 아이같이 변하는거야. 집에서는 물론이고. 직장에서까지.
이 행동때문에 중학교때는 왕따였고.
작년에는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 되었어.

감정조절이 불가할 정도로 짜증이 나 있는 상태에
모든 사람을 적으로 인식하고. 너무나 쉽게 울음을 터뜨려. 일에는 집중 할 수가 없고.
사람 관계도 쉽게 망가져. 그래서 난 오래된 친구도 없어.


유치원 다닐적 우리 동네는 인천시내에서 꽤나 거리감이 있는 촌동네였고. 강한 부모의 교육열 때문에. 또래 동네 친구들이 다니는 미술학원. 피아노 학원이 아닌

간석동에 있는 원복을 입고 다니는 유치원에 다녔었어

집에서 한참을 걸어서 나오는 큰길가에서 어머니가 나를 마중하던. 유치원 버스를 맨 먼저 타고. 가장 늦게 내리는 그런 촌동네에서. 나는 꽤나 부잣집 도련님 취급을 받으며
친구들 사이에서 골목대장 역할도 충실히 했었지.

그런 우리 동네에는.
당시에는 동네마다 한 두명 있던 ‘바보’ 친구가 있었어.
노란 국물이 묻어있는 러닝 셔츠를 입고 머리는 항상 스포츠 머리를 하고 다니고. 피부도 새까만 친구.
할머니랑 둘만 살아서 제대로 된 훈육이 덜 되어. 말보다는 찡얼거림과 괴성을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삼는
인적이 굉장히 드문 숲? 등산로 쪽에 xx 가든이라는 이름의 집에 살던.
이름도 잘 기억이 안나는 그 친구를 나는 꽤 잘 대해준것 같아.

그 친구가 집에 놀러올 적이면. 엄마는 뜨거운 물을 받아 그
친구까지 같이 목욕을 시켜주고 우리둘을 놀게 했지
（너무 더러워서 싫으셨다고 하더라）


뭐. 뻔한 스토리지만. 초등학교 입학 할때 즈음 아버지께서 IMF 때문에 도산해 버린 회사를 뒤로 하고. 태안쪽으로 가서 일년정도 장사를 시원하게 말아먹고

다시 인천에 왔을 땐. 그 친구는 고열에 시달리다 죽었다는 소문이 들렸어.

죽어가면서. 하나밖에 없는 친구인 내 이름을 부르짓으며 죽어갔단걸. 어머니. 아버지가 말씀 하시는걸 들은적이 있어.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자주 그랬던것 같아. 고열에 이틀정도 시달리고나면.
또 어린애처럼 굴고. 동생을 심하게 때리기도 하고. 속옷만 입고 동네를 활보하기도 하고.

할머니가 만신을 믿으셔서 무당집에 데려갔는데.


이 부분도 난 기억이 희미해.

귀신이 씌인것 같다며
무당집에 다락방에 날 가둬두더니. 수 시간 뒤 울다 지친 나에게
아버지께서 꽃사과? 같은 작은 열매를 가져오시고. 무당 아줌마가 발버둥치는 내 입에 사과를 물리는데.

그렇게 달콤하고 향긋한게 아닌 그냥 관상용 꽃사과인데.

그걸 한입 베어물면 마음이 안정이되고. 쉽게 정신을 차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나” 로 돌아오는 기분이야.

아까 언급했던 xx 가든에서 따온 꽃사과라고 하더라.

사실 저 행동들에 대한 이야기는 굉장히 희미한 기억이야. 내가 무슨 사고를 치고 다녔는지도 잘 기억이 안나는데.

이상하게 그 사과를 한입 베어물면. 모든 기억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

내가 했던 비 정상적인 행동이 죄송스런 맘에. 눈물도 흘려가며 미안하다고 가족들에게 말 하는데.
가족들은 괜찮다고. 한두번 아니라고. 니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라며 위로해주고. 나는
항상 몇년 지나면 그 이야기를 잊어버려.
굉장히 꿈처럼 아스라히 사라지는 그런 기억이 되는것 같아.

아니 꿈이라고 인식 되어지는것 같아.

그런데 얼마전에 집을 보니 그런 사과가 몇알 있고.

내 핸드폰 메모장에 이런게 저장되어있더라.

엄마한테 이 메모 보여주면서 어떻게 생각해?
라고 물어보니 그냥 생긋 웃으시네.

저 사과를 보니깐 뭔가 좀 기분이 이상하네.

얼마전에 또 그런일이 있었던건가... 싶기도 하고.

그 가든이 이제 밀려서 없어진다 하던데 이후에는 어떡해야 하나 싶기도 하네.

빙의라고 설명 해야 하는건가... 잘은 모르겠지만
내 괴랄한 기억이자 체험의 일부를 공유하고 싶었어.

잘들 자 웃대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