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이 이혼준비중인 유부남이라는걸 알게된 후
나는 그 사람에 대한 조금의 관심도 다 끊었었다.
아니 끊은 줄 알았다.

그냥 그 사람이 밥도 못먹고 맨날 라면 먹는다는 얘기에
우리집에서 자고 간날 그냥 아침밥 해서 맥이고 나는 출근했고
그사람은 그날 그렇게 또 자기 지역으로 내려갔다.

그 후로 올라올때마다
우리집에서 파티하고 자고 가는게 반복된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집에서 지내게 되더라.

뭐 이유는 친구네는 더럽고 원룸이지만
우리집은 늘 내가 청소를 하기때문에
좀 더 깨끗하고 편하게 잘 수 있는 투룸이라는거
컴퓨터와 티비도 있고 노는곳의 중심가라
놀거리도 많다는거? 거기다 흡연가능한 집이라는거
아무튼 이유야 갖다붙이면 되는거지만
우리집이 더 편한건 맞으니깐
그냥 그 이유가 다라고 자기합리화 하면서 걔가 지내는걸 막진 않았고
그렇게 우리 지역에 일이 있어서 올때면 자연스럽게 우리집에서 지냈다.

나는 마음을 접었다 믿었던 상태이기 때문에
내가 만나는 남자들과 데이트하고 들어오거나 외박하거나
아니면 퇴근 후 친구들과 놀다 새벽에 집에 들어오면
그 사람은 우리집에서 티비보거나 아님 지가 알아서
티비방에 이불깔고 놀다 잠들어있거나 자기 할꺼하면서
편하게 지냈고 그렇게 서로 터치없이
그냥 나는 집만 제공해주고 지냈었다.

물론 이제 생각해보면 내가 아예맘을 접었던건 아니였던것같아
그때 부터 조금씩 마음이 있었던거지
매일 아침 그 사람이 먹을 밥을 차려놓고 출근한다든가
그 사람이 올라온다는 얘길 하면 그날은 데이트를 안하고
집에 일찍 들어가서 저녁을 같이 먹는다든가
사귀자는 고백을 받고도 그 사람이 걸려서 거절했다든가..
뭐 생각해보면 난 그사람한테 마음이 계속 있었던것같다.
그냥 아니라고 믿고 싶었던거지
왜냐면 아니여야 맞는 상황이니깐 당연한거였으니깐..

하지만 그렇게 우리집에서 지내면서
그사람과 육체적인 그런건 없었어.
그냥 난 그사람이 올때마다 너무 지쳐있는 모습에
이곳에서 만큼은 걱정없이 편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였고
그 사람이 우리집에서 밤새 티비를 보던 담배를 피던
술을 마시던 웬만한건 터치 안하고 그냥 바라만 봤다.

그냥 그 사람과 대화를 많이 하면 할 수록
그 사람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
그 스트레스로 인해 삶이 얼마나 힘든지
내가 감히 상상할 수 도 없는 얼마나 큰 힘듦을 가지고 하루하루 버티는지
옆에서 계속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그사람에게 내가 편안한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줄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