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해낸 방법이란 바로.

“퉷! 퉷!”

바로 침 뱉기다. 황당하고 어이가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온 몸이 못 움직이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처절한 방법이었다. 침은 액체이고, 상당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다. 즉, 기계가 가장 피해야할 것 중에 하나라 이거다.
이 방법을 떠올린 가장 큰 이유는 눈앞에 놓여있는 저 기기가 낡았기 때문이다. 만약 성능이 좋고, 최신식의 기기라면 겉면이 플라스틱으로 단단히 봉해져있을 거다. 침을 백날 뱉어봐야 의미가 없는 짓이라 이거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기기는 녹이 슬 정도로 낡았고, 누가 봐도 불법적으로 제작한 티가 팍팍 났다. 그렇기 때문일까 기기 부분 부분의 빈곳이 많다. 액체가 들어간다면 분명 치명적일 것이다. 그 치명상이 기기 고장으로 이어진다면 완벽한 시나리오다.
하지만 여긴 소설 속이 아닌 현실이다. 쉽게 될 리가 없었다.

‘침이 벌써 마르네.’

10번 정도 뱉었을까 벌써 침이 마르는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옆방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를 내며 뱉어야하기 때문에 간단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식은땀이 흘렀다.

‘땀 흘릴 물 있으면 침으로 모이라고.’

바로 코앞에 있기 때문에 침이 빗나갈 확률은 거의 없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확히 목표물을 맞추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기기에 침을 뱉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기기 틈 사이에 액체가 들어가야지만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다행히도 난 수면제나 마취제 같은 것에 취해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만약 마취제에 취해있었다면 정확한 조준 같은 건 생각도 못 했을 거다.

‘젠장……. 아직이야?’

이 방법은 어디까지나 도박이다. 저 낡은 기기 안이 의외로 튼튼하거나 혹은 침이 제대로 기기 안에 들어가서 고장을 못 낸다면?

‘못 낸다면? 은 개풀……. 그럼 해부 당하는 거지. 씨발……. 좋아, 이번에도 제대로 들어갔어.’

버튼 사이의 틈이 넓기 때문에 그곳을 노렸지만 어쩌다가 한 번씩 들어갈 만큼 쉽지 않았다.

‘그렇게 담배를 펴 대서 침은 그럭저럭 잘 뱉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디까지나 제대로 서있는 상태에서 뱉는 침이야 거의 국가대표급으로 뱉을 수 있다. 몇 십 년간 함께해온 가래와 침이니까. 하지만 이렇게 누워있는 상태에서 침이라니 평소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불행 중 다행히도 침은 마를 듯 마를 듯하면서도 꾸준히 나왔다. 하긴 땀이 이렇게 흘러내릴 정도인데 침이 금방 마를 리가 없겠지.

‘제발……. 제발…….’

행동은 우습지만 나의 마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목숨이 걸려있다. 단순히 죽는 것도 아니다. 타인의 손에 의해 마취도 없이 해부 당하는 거다. 내 눈으로 나의 위장들을 직접 보게 될 거다. 생각만 해도 끔찍해서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그냥 타인이 내 몸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쁜 데 해부라니…….

‘싫어. 싫다고.’

슬금슬금 공포라는 녀석이 다시금 고개를 치켜들었다. 온 몸이 떨려오며 입으로 나와야할 침이 아래에 몰리기 시작했다.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바로 그 때였다. 갑자기 밖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배고프네.”

물에 젖은 장화소리. 그 젖은 소리가 내가 뱉고 있는 침이나 빗물이 아니라는 것쯤은 어린 아이도 알 수 있었다.

“갓 잡은 사람은 ‘회전’님께서 축복을 내려야지만 먹을 수 있으니……. 음, 한 입 정도는 괜찮겠지?”

‘어, 어쩌지…….’

동공이 확장 되면서 제대로 침을 뱉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고동쳤다. 이번에는 강철중이 되자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공포. 그 압도적인 감정이 나의 모든 감각들을 마비시켰다.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몸을 부딪치며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 소음을 듣고 녀석이 올까봐 내 혀를 중간에 끼워먹었다. 하지만 나의 거친 호흡까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는 참아보려고 애를 썼다.

“응? 뭐야? 이 녀석은 지 발로 찾아온 새끼잖아?”

걸어오고 있는 녀석이 뭔가를 보면서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걸 상상할 수 있었다. 아마 해부자들 목록에 그런 특이 설명이 적혀있을 거라 짐작할 수 있었다.

“나도 또라이지만 이 새끼도 또라이구만? ‘회전’ 종교 사람이 사는 곳을 가다니…….”

이제 녀석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릴 정도로 가까워졌다.

‘아, 안 돼.’

그 순간 나는 두 눈을 감았다. 자는 척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눈을 감아도 숨은 거칠었지만 어떻게는 티를 안 내기 위해 애를 썼다. 지금 깨어있다는 것을 녀석이 눈치 챈다면 당장이라도 나를 해부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으으으음~”

녀석은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슬그머니 실눈으로 녀석을 살폈다. 녀석의 모습을 보는 순간 하마터면 토약질을 할 뻔 했다. 가까스로 입 밖으로 터져 나오는 소음을 억누르며 녀석의 특징을 살펴보았다.
며칠은 감지 않은 것 같은 머리와 턱수염. 턱수염은 목을 모두 가릴 정도로 길게 자랐는데 무언가에 엉켜서 꼬불꼬불했다. 그 무언가가 핏물이라는 것을 아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녀석은 어떤 고기를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고기라는 것이 생고기였는데 피부를 벗기지 않은 생고기였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걸 보니 갓 잡은 고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갓 잡은 고기. 그건 바로 사람 고기였다. 주인을 잃은 팔이었다.

“우웁!!”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했던 구역질이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아차 싶었다.

“어? 뭐야? 일어나 있었어?”

나에게 다가오는 녀석. 수술대의 조명 덕분에 더욱 선명하게 녀석을 볼 수 있었다. 여자의 브레지어를 차야할 것만 같은 축 쳐진 가슴에 그 가슴 못지않게 튀어나온 역겹고 두꺼운 뱃살. 그 뱃살 위를 데코레이션이라도 하는 것처럼 꼬불꼬불하게 자란 털들. 녀석이 입고 있는 복장은 딱 하나였다. 성기를 겨우 가릴 것 같은 팬티. 도저히 역겨워서 더 이상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헤에, 꽤 젊은 놈이네? 좋아. 마음에 들었어. 먹기 전에 잠깐 즐기는 건 괜찮겠지.”

나는 녀석의 다음 행동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녀석은 갑자기 자신의 몸을 덮고 있는 유일한 천조가리를 벗어냈다.

“제, 제발 사, 살려주세요.”

처절한 말이 절로 나왔다. 녀석의 하의를 가리던 천조가리가 사라진 그곳에는 역겨울 만큼 큰 그림자가 솟아있었다.

“걱정 마. 나도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야. 부드럽게 해줄게.”
“으아아악!! 살려줘요!! 살려줘!!”
“어허, 시끄러워.”

녀석의 두껍고 뜨거운 양손이 나의 몸을 훑기 시작했다. 끔찍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녀석의 뜨거운 손길은 가슴과 배를 더듬었다.

“이야, 피부가 탱글탱글하네. 여자라고 해도 믿겠는걸.”
“으아아아아!!!!! 그만하라고 이 미친 새끼야아아!!”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손길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내가 발버둥 치면 칠수록 내 손목을 붙잡고 있는 그 철 수갑은 벗겨지기는커녕 나에게 심각한 고통과 흉터만을 안겨주었다.

“우어어~ 그뫈하라교오오~”

녀석은 나를 희롱하듯 장난스럽게 내 말을 흉내 냈다. 그러면서 내가 허리에 차고 있는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녀석이 무엇을 할 것인지 금방 눈치 챘다.

“제발제발 이러지 마세요. 제발…….”

“아이 씨발, 닥치고 있어봐. 요즘 여자만 맛봐서 재미없단 말이야. 가끔은 별미도 먹어줘야지.”

그렇게 말하던 녀석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 벨트를 순식간에 풀었다.

“자, 그럼 어디 니 물건도 한 번 볼까?”

녀석의 뜨거운 양손이 내 바지춤으로 들어왔다. 너무 수치스러워서 눈물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에이, 남자 새끼가 쳐 울고 있어. 가만히 있어봐.”

그러면서 녀석은 벨트가 사라진 내 바지를 순식간에 벗겼다. 초등학생 이후로 누군가의 힘에 의해 내 성기를 농락당하기는 처음이었다. 수치스러웠다. 당장 내 옆에 놓여있는 메스로 녀석의 눈알을 파내고 싶었다. 죽이고 싶었다. 메스로 머리를 갈라서 뇌수를 모두 하수구에 버리고 싶었다. 미칠 듯한 살기가 나를 난자했다.

“이야, 실하네. 내가 더 실하게 만들어줄게.”

녀석은 내 성기에 자신의 주둥이를 처박았다. 소름끼치는 감각이 내 온 몸을 흘러내렸다. 마지막 여자 친구가 해줬던 그 황홀했던 감각이 순식간에 역겨움으로 바뀌었다.

“으아아아아아!!!!!!!!!!”

그 순간이었다. 내 비명소리에 어떤 소리가 같이 섞여서 들려왔다.

파직!

그 소리가 귀에 닿자마자 나의 양손을 묶고 있던 속박이 사라졌다. 생각이라는 것이 이뤄지기도 전에 빠르게 오른손이 움직였다. 내 성기에 정신이 팔려있던 녀석은 그런 나의 행동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소리조차 듣지 못했던 것 같다.
옆에 있던 메스를 낚아채고 나서야 녀석은 내가 움직인다는 사실을 눈치 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메스를 바로 녀석의 목옆으로 박아 넣었다.

“꾸억!”

녀석은 자신의 입 가득히 물고 있던 성기를 뱉어내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초보 인형사가 조종하는 마리오네트처럼 어색한 움직임으로 여기저기 처박기 시작했다. 유리로 된 찬장을 처박자, 순식간에 유리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녀석은 급히 메스를 목에서 빼냈지만 그건 아주 멍청한 짓이었다. 왜냐하면 그 상처 사이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녀석의 움직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부르기 위해서인 듯 입구를 향해 걸어갔지만 이미 녀석의 발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사아아아려어어저어…….”

입장이 순식간이 바뀌었다. 목구멍에 바람구멍이 생긴 덕분일까 녀석의 목소리는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역겨운 새끼…….”

어느 새 수술대에서 일어난 나는 녀석 앞에 섰다. 녀석은 마치 괴물이라도 보듯 나를 보았지만 그건 반대다. 내가 다 죽어가는 괴물을 내려다보고 있으니까.

“사, 사아아…….”
“살려주긴 씨발……. 내가 살려달라는 건 방귀소리냐?”

일망의 망설임도 없이 오른손에 쥐고 있던 메스로 녀석의 눈을 후벼 팠다.

“으아아아아!!”

녀석의 비명과 함께 목구멍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눈알은 너무나도 쉽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걸로 내 살의가 잠들지 않았다. 더욱 더 더욱 더! 녀석을 메스로 마구 해부해버리라고 온 몸이 말하고 있었다. 방금 전에 공포로 미친 듯이 요동치던 심장이 이번에는 살해하라는 흥분감으로 고동치고 있었다.

“알지? 여긴 비명이 가득했던 곳이야. 너의 비명을 듣고 누군가가 구해주러 올 리가 없어. 알겠어? 그러니까 돼지 같은 비명 좀 그만 질러. 귀 아프다고 돼지 새끼야.”

내 말을 듣는 순간 녀석의 마지막 남은 눈에 공포감이 일렁였다.









네이버웹소설
http://novel.naver.com/challenge/detail.nhn?novelId=234541&volumeNo=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