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형제얘기 올라오길래 울적해서 우리 오빠썰 적어봄.

연년생으로 지금은 20대중반임.
어릴땐 사이가 좋았음. 사실 내가 오빠를 졸졸 따라다니는 거였지.
오빠는 날 이용하는데 도가 텃었음. 엄빠한테 거짓말하고 피씨방 갈때 나한테 알리바이를 시키거나.
그래도 오빠를 좋아해서 당시엔 다 들어줬었음.

오빠는 어릴때부터 꽤 포악한 성격이라 나는 물론이고 매일 같이 놀던 친척동생, 자기랑 동갑인 오빠까지 패고 다녔었음.
사람괴롭히는데는 머리가 기가 막히게 돌아갔음.
예를 들어 친척여동생들은 너무 어려 때리면 어른들한테 혼나니 애들이 잘못하면 큰언니인 나를 팸. 그리고선 동생들때문에 네가 맞는거라며 억울하면 너도 쟤네 패라고 함.
일종의 내리갈굼시전이였지. 이게 군대도 안 간 초3의 발상이라니ㅎㄷㄷ
물론 동생들을 패긴커녕 동생들한테도 맞고다니던 나였던지라 때리진 않았어. 그냥 나하나 맞고 끝나면 좋은거니까...
여튼 정도가 꽤 심각해서 친척어른들이 오지말라했을정도. 나도 명치나 급소부위 많이 맞기도 하고 부모님 증언으로도 개패듯이 팼다함.
앞집 사람이 이 집은 맨날 여동생이 맞아서 운다고 뭐라한 적도 있고.

내가 맞은데 아파서 울면 울지말라고 달래주긴 했는데 미안해서라기보다 엄빠한테 혼날 게 무서워서였음. 초2때 맞은 곳이 너무 아파서 울음을 안 그쳤더니 이불로 날 덮고 그 위에 깔고앉아서 질식할 뻔한적도 있고.
하튼 많이 맞았음.

우리집이 약간 남존여비도 있는지라 오빠는 꽤 오냐오냐 컸었음.
맞은 건 난데 오빠가 삐졌단 이유로 내가 사과한 적도 있음. 오빠는 아빠한테 혼나도 절대 자기잘못 인정 안하는 아이였음...;
어릴땐 오빠의 궤변에 이기지 못해서 늘 당하기만 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니 내쪽이 더 말빨이 우세해졌음. 이제 오빠를 이길 수 있겠구나, 했는데 말이 밀리니 바로 주먹 날아오더라.
거기서 느꼈지, 난 평생 오빠한테 빌빌 기겠구나...

오빠는 커갈수록 안하무인이 되어가고 부모님이 힘들어하셨음.
부모님이 힘든 모습을 봐서인가 나는 반대로 온순한 편이었고. 온순보단 기가 죽었다,에 가깝지만. 사람눈도 못 마주치고 벌벌 떨기 일쑤였음.

그래서인지 중학교에 입학하고 왕따를 당했음.
문제는 날 왕따시킨 가해자 중 한명이 우리 오빠와 같은 학원을 다녔음. 걔한테서 오빠가 내 왕따사실을 알았음.
난 그래도 어릴때 오빠 괴롭히는 사람들한테 가서 대신 싸워주고 그랬었음... 보통 형제들끼리 투닥투닥해도 자기 형제 괴롭히는 사람한텐 복수해주고 그러잖음?

하지만 내가 왕따당하는 걸 안 오빠의 첫마디는...
"너같은 게 내 동생이란 게 창피하다, 앞으로 밖에서 아는체 말고 제발 좀 나가뒤져라 X년아." 였음.
오빠핸드폰에 그 가해자폰번호있는 걸 봤을땐 정말 눈물도 안 나더라. 자기동생 왕따시키는 애랑 친구먹고 놀고있었음...
그리고 저녁식사시간에 부모님에게 내가 왕따당한단 걸 말해버림.
아빠와 오빠 둘이서 왕따당하는 애는 문제가 있는거라며 날 놀리고 비웃기 바빴음.
수치심에 고개 처박고 울었던 기억이 남.

그 이후부터 오빠랑 말 한마디도 안 섞게 됨. 오빠가 화풀이로 날 팰때를 빼곤. 근데도 오빠라고 정이 남았는지 먹을 게 생기면 맨날 갖다바쳤음. 내가 미쳤었지...

어찌어찌 좋은 선생님을 만나 학교를 다니는데 오빠가 중3무렵부터 학교를 빠지기 시작함.
원래 내 왕따문제에 무관심한 부모님이였지만 오빠가 그러니 오빠네 학교 쫓아다니기 일쑤라 나는 더 뒷전이 되어갔음.

결국 오빤 고1때 학교를 자퇴함. 그냥 학교가 재미없단 이유로. 집안이 난리남.
난 고등학교 가서 친구도 사귀고 많이 나아졌음.
하지만 오빠는 검정고시 본단 핑계로 300만원을 날려먹지 않나, 그 많다고 자랑하던 친구들과 연락도 끊고 문잠그고 컴퓨터만 하는 둥 폐인이 됨.

정말로 무서운 사람이 되어버려서 내 웃는 소리가 크거나 발소리만 들려도 나한테 욕을 하거나 패기 시작했음. 그래서 집안에서 늘 숨죽이고 살았음... 여자인 엄마도 우습게 보니 엄마도 매한가지였고... 지금까지도 집안 여자들은 오빠눈치 보며 삶... 무서워서...

여러가지 사건을 거치며 그렇게 살다 오빠도 입대를 하게됨.
거기서 검정고시도 보고 합격함.
이때쯤엔 이미 말도 안 섞는 남남이었지만 군대가서 고생할 거 생각하니 또 안타까워져서 면회가는 엄빠통해 약간의 용돈을 쥐어줌.
엄마전화로 고맙다,고 하길래 우리 오빠도 변하는구나. 나도 변해야지... 이딴 생각을 했었음.

그리고 첫휴가날 큰집에 인사를 드리러가는데 어른들 눈이 다 딴데로 쏠려있을 때 오빠가 날 쳐다봄.
내가 왕따당할 때 나같은 건 죽어야한다던, 그 쓰레기를 보는듯한 혐오하는 눈으로 날 노려봤음. 뜬금없이.
거기서 난 바보같이 어릴때 맞던 기억이 생각나 눈도 못 마주치고 벌벌 떨었음.
집에 오는데 갑자기 서러워져서 부모님한테 얘기함.
부모님이 오빠한테 왜 그러냐고 물어봤지만 자긴 그런적 없다고 시치미 뗌.

그때부터 진짜로 다시 가족으로써 정은 접음.
오빠도 군대전역하고 다시 폐인되고. 일 시켜도 몇개월 못하고 도망침. 돈도 다 갖다버리고.
그냥 지금 거의 10년가까이 집에서 컴퓨터만 함.
철구 좋아하더라. 맨날 헤드셋 안 끼고 소리 크게 틀어놓는데 음... 요즘은 애니도 보고 오타쿠까지 되어가는 듯... 우리집 오타쿠는 나로 충분한데.
백수치고는 너무 뻔뻔해서 상전수준임. 엄마한테 대하는 태도는 거의 하인 부리듯이 하고.
부모님도 나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음.

그래도 어릴 때 그렇게 좋아했던 오빤데... 하고 슬프기도 함... 걍 형제썰 보나보니 생각나서 적어봤음. 길어서 미안. 다 읽은 사람 있다면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