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 ] 하나. 그리고 또 하나.



거울 속에 있어야 할 내 모습이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더욱 커다란 충격이었다.

너무도 익숙했기에. 그랬기에 더욱 충격으로 다가온 거울 속의 내 모습.

아무 것도 없는 무.

그것은 두려움과 함께 깊은 허탈감을 내게 건네주고 있었다.



허탈감을 가슴 깊숙히 꽂아넣으며 난 멍하니 앉아 한참을 생각하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착잡한 마음은 계속해서 날 괴롭히고 있을 뿐이었고, 난 그런 마음을 억누르며 무엇인가라도 떠올려보기 위해 애를 쓰기 시작했다.

친구들. 내가 애초에 이 땅에 들어오게 된 것은 내 소중한 친구들을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친구들을 찾기는 커녕 나 자신마저 잃어버릴 상황에 처해버리다니..

참으로 웃긴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착잡한 마음은 갈수록 날 짓눌르기 시작했다.

난 한숨을 폭 내쉬며 짓눌리는 가슴을 움켜잡고 밖으로 걸어나갔다.

여전히 공허하고 어두운 학교 앞의 수많은 건물들.

너무도 조용한 그 광경에 목숨마저 끊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는 것은 왜일까.

하지만 죽을 수는 없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내 손으로 내 스스로의 운명에 마침표를 찍고싶지는 않았다.

난 입술을 깨물며 발걸음을 옮겼다. 아직 무엇인가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아직 내가 해야할 것은 많다.

아까전에 날 죽일듯이 쫓아왔던 괴상한 '괴물'들의 정체를 밝혀내는 것 하며 실종된 친구들을 찾는 것, 아울러 실종된 이 지역의 모든 사람들의 행방을 알아내는 것 까지...

비록 내 힘으로는 어려울지도 모르나.. 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일이 아니겠는가?



무언가 부서지는 굉음을 느낀 것은 여러가지 상념에 잠겨 발걸음을 옮기던 바로 그 때였다.

순간 온갖 상념으로 머릿 속을 가득채웠던 나는 그 많은 상념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념들이 사라짐과 동시에 내 몸은 어느 새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었고, 난 그런 내 자신의 행동에 당황스러움을 느꼈지만 이내 그 기색을 감추고서는 달리는 발에 박차를 가했다.

'괴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관없다.

'괴물'이 아니라 사람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두려워하느니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가겠다.

난 갑자기 튀어나온 용기를 붙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소리의 근원을 파악하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조금 차오르는 것을 느끼던 그 때, 난 하마터면 환성을 크게 지를뻔했다.

사람이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저것은 분명 사람이다.

'괴물'들은 적어도 저렇게 정상적인 모습으로 서 있지는 않았다.

키는 적어도 나 정도는 되어보였고, 건장하게 보이는 몸으로 보아 남자임이 분명했다.

어두워서 자세히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난 확신할 수 있었다.

그 남자는 손에 막대기같은 것을 들고 있었고, 어깨가 약간 들썩이는 것으로 보아 거칠게 숨을 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남자의 발치에는 산산조각난 유리파편들이 나뒹굴고 있었는데, 이내 그 유리파편들은 다시 꿈틀거리며 하나로 뭉쳐지기 시작했고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막대기를 들어 그 유리파편들을 신나게 부수기 시작했다.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듯 남자의 손은 멈추지 않았고, 뭉쳐가던 유리파편들은 완전 박살나서 힘을 잃은 듯 다시금 움직이지 않았다.



"저런 방법도 있었네..."



난 나지막하게 감탄을 중얼거리고서는 남자에게 서서히 다가갔다.

남자는 멀리 떨어져있는 내게도 들릴 정도로 큰 한숨을 내뱉고서는 저기 앞에 있던 난간에 걸터앉았다.

착잡하겠지.. 나도 그랬으니까.

남자는 이윽고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공교롭게도 거기에는 커다란 원형거울이 있었는데, 남자는 그 거울을 자세히 보려는 듯 걸터앉았던 난간에서 일어나서는 거울 앞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거울 앞에 다가선 남자는 상당히 놀라는 것 처럼 보였다.

아마도 거울 속에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에 큰 충격을 느낀 것 같았다.

역시 나만 크나큰 충격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거울에 자신이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이상하리만큼 소름끼치는 일이니까..

그 순간이었다.



"으윽!!!"



실수다. 정말 크나큰 실수를 범한 것이다.

남자는 거울에 자신이 비춰지지 않는다는 것에 놀라 뒤를 보지 않았고, 난 사람을 만났다는 반가움에 휩싸여 남자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 실수였다.

남자와 내가 정신을 팔고있던 그 때, 어느 새 부서졌던 '괴물'은 다시금 자신의 파편들을 모아 몸을 일으켰고 곧장 남자를 내리쳤던 것이다.

남자는 큰 타격을 입었는지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고, '괴물'은 그런 남자에게 결정타를 내리치려는 듯 손을 높이 쳐들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젠장. 거리가 너무 멀다.

진작 달려가서 저 남자와 합류했다면 나았을 것을..

뛰어가기엔 너무도 늦은 것 같았다. 방법이 없는건가.. 이렇게 저 남자가 당하는 것을 봐야하는건가?

난 이를 악물고 달렸으나 거리가 너무 멀었다.

뭐라도 있다면... 하다못해 돌맹이라도 있다면.. 던질 무엇이라도 있다면.

그 순간 난 내 앞에 놓여있는 나무막대기를 볼 수 있었다. 그래.. 이거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난 달리면서 손을 뻗어 굴러다니는 나무막대기를 집어올리고서는 휘두르듯 '괴물'에게 던졌다.

나무막대기는 빙글빙글 돌면서 '괴물'에게 날아갔고, 난 강한 염원을 담으며 달리는 발을 멈추지않았다.

운이 좋게도 나무막대기는 정확히 '괴물'에게 가고있었다. 하지만 너무도 급박했다. '괴물'의 손이 남자를 내리쳐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쨍그랑!!]



속이 후련해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괴물'의 왼 쪽 어깨같은 것이 터져나갔고, 남자는 그 때를 틈타 몸을 빼냈다.

난 달리던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달려들어 '괴물'을 그대로 발로 밀어차버렸다.

'괴물'은 내 발차기에 그대로 나가떨어졌고, 난 몸을 빼내고 멍하니 서 있던 남자의 손에서 막대기를 가로채고서는 쓰러져 나뒹굴고있는 '괴물'을 내리쳤다.

유리가 부서져나가는 소리와 함께 내 발치에서 '괴물'은 산산조각 나고 있었고, 난 왠지 모를 시원함을 느끼며 '괴물'을 좀더 내리친 뒤 뒤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휴우.. 속이 시원하네요."



피식. 나도 모르게 실소가 나오는 것을 느꼈다.

남자도 내 모습이 우스웠던 모양인지 나처럼 피식거리는 실소를 짓고 있었다.

사람이다. 나와 같은 사람.

난 피식웃으며 이마의 땀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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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적절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맞아죽을 위기에 놓여있던 차에 구원을 받게 되다니.

그것도 사람에게서.

난 이 곳에 더이상 인간이라는 존재가 남아있지 않을거라 믿었었다. 그런데 사람의 흔적을 찾고 그 사람을 찾으러 바쁘게 움직였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끊어진 흔적과 빌어먹을 이 유리조각으로 만들어진 놈들뿐.

허무했다. 이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한 대 얻어맞고..

사실 난 거의 포기한 상태였다. 놈이 날 치려 팔을 높이 들었을 때는 우습지도 않은 농담거리를 생각해냈으니... 솔직히 이제 끝이구나하는 마음에 눈을 질끈 감은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간에 난 살아났고 동료를 만나게 되었다.

이 빌어먹을 공간에서 사람을 만나다니. 이건 기적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하아.. 고마워요."



난 감사인사를 앞에 있는 남자에게 건냈다.

남자는 이마의 땀을 다시금 훔쳐내고서는 씨익 웃었다.



"아뇨. 별거아니에요."



남자는 아까의 과격한 행동과는 달리 부드러운 인상을 풍기는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약간 거칠어보이는 머릿결에 검은 테 안경.

좀 작아보이지만 눈동자가 상당히 까맣게 느껴져 흰 자를 가득 채우는 듯한 느낌이 들어 왠지 모를 귀여운 느낌이 들었다.

키는 나와 비슷하지만 조금 마른 듯한 체격을 지니고 있었고, 왠지 모를 부드러움을 풍기고 있는. 전체적으로 비교적 잘 생긴 편이었다.

이런 상황에 외모나 보고있다니.. 내가 왠지 우습다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갔다.

남자는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아.. 뭘 그렇게..?? 신기하기라도 하신건가요..?"



내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었나..?

난 당황스러웠지만 억지로 당황스러운 기색을 누르고서는 태연하게 말했다.



"사람을 만난게 믿겨지지 않아서요. 솔직히.. 여긴 저밖에 없을거라 생각했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사실.. 그 쪽이 무척이나 반갑군요."



남자는 예의 그 웃음을 한번 지어보였다. 그 남자의 웃음이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이름이 뭐죠?? 보아하니.. 같은 학교 학생인 것 같은데..?"



"같은 학교 학생 맞을겁니다. 이름은 이현성. 경찰학부 2학년이죠."



"오.. 동갑이네.. 전 체육학부에요. 이름은 유은철. 정말... 반갑군요. 아.. 이상하게 생각치는 말아요."



현성이라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피식거리는 실소를 지어보였다. 내 시덥잖은 농담이 생각보다는 우스웠던 모양이었다.

현성은 막대기를 갑자기 들어올리더니 다시금 유리파편에게 내리쳤다.

생각보다 이 남자는 예리했던 모양이다.

어느 새 유리파편은 다시금 일렁이며 일어서려 애쓰고 있었다. 현성은 그것을 일찌감치 알아차리고서는 막대기를 휘두른 것이다.

현성은 신경질적으로 유리파편을 멀리 걷어차고서는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 곳은 조금 여유가 없겠군요. 다른 곳으로 가죠."



"좋아요. 저 놈들은 정말 지긋지긋해. 어디 좋은 곳이라도 있어요?"



"제 친구의 자취방이 있으니 그 쪽으로 가죠. 아까전에도 잠깐 들렀는데 괜찮을 겁니다."



현성은 앞장서서 걸어갔고, 난 그런 현성의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물론 아까처럼 뒤를 얻어맞지 않도록 주위를 살피는 것을 잊지 않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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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힘들다.."



현성은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리고 서는 방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난 오는길에 잠시 들른 편의점에서 꺼내온 음료수를 들이키며 바닥에 털썩 앉았다.



"꽤... 널찍하군요."



현성의 친구 방은 내 자취방과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깔끔하고 꽤나 널찍한 방.

우습게도 갑자기 내가 살고 있는 방이 떠올랐다. 깔끔하지는 못한.. 좀 더러운 내 방이 이 방과 갑자기 비교가 되는 것은 왜일까.

난 이내 머릿속에 가득찬 상념을 밀어냈다.



"다들 어디로 간걸까요..? 혹시 아는 거라도 있어요?"



현성은 그동안 억눌러 쌓아왔던 질문을 내게 던졌다.

하지만 나라고 알게 있겠는가?? 나도 그 질문의 해답을 알고 싶어서 죽을 지경인데...



"나도 그걸 알고 싶어요. 도대체 다들 어디로 간건지.."



"음.. 그러니까.. 은철 씨.."



"괜시리 그럴 필요는 없어요. 어차피 동갑인데 말 놓죠 뭐."



난 괜히 이름에 '씨'같은거 붙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현성은 피식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좋아. 은철아. 편하게 하도록 하자고.."



역시 현성은 시원스러운 남자였다.

난 씨익하고 웃고서는 그 동안 내가 겪은 모든 일을 그에게 말해주었다.

맨 처음 일어나서 아무도 없던 주위의 모든 것과 미칠 듯이 달려드는 놈들. 끈적한 어두움. 착잡한 마음까지.

내 이야기가 끝나자 현성은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겪은 모든 일을 이야기해주었고, 난 그제서야 편의점에서 보았던 흔적들의 주인공을 알 수 있었다.



"역시 그 편의점은 너였구만. 고마워. 구급상자 덕분에 나도 간단히 상처를 메꿨으니까."



생각보다 사태는 심각했다.

현성이 그렇게 수없이 사방을 돌아다녔지만 사람을 찾을 수는 없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으니.. 이제 이 곳에 사람은 우리 둘이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이 조심스레 튀어나왔다.

놈들은 수없이 많은데, 있는 것은 우리 둘 뿐.

거기다가 정체를 알 수없는 기묘한 소음이라니..

바이크를 비롯한 전자기기들은 이미 무용지물이 되어버렸고, 가도가도 다시금 돌아오게되는 빌어먹을 학교.

해결방법이 통 보이지 않는다.

난 한숨을 폭 내쉬고서는 자리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아아.. 젠장.. 이게 뭐야.."



"그러게 말이다.. 어떻게 된건지.. 착잡해 죽겠네."



현성도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신이 걸터앉은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아무래도 땀 때문에 찝찝한 얼굴을 씻어내려는 모양이었다.

나도 좀 찝찝하긴 한데...

지금 상황에서 찝찝한 거 따지고 그럴 때는 아니다만.. 상관은 없지 않겠는가.

현성이 나오면 나도 간단히 씻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멍하니 자리에 누웠던 그 때였다.



"어..? 은철아. 이리와봐."



현성은 어느 새 나와 친해진 듯 날 스스럼 없이 부르고 있었다.

뭐.. 나로써도 그건 반가운 일이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현성이 들어간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거울.

여전히 내 모습이 비춰지지 않는 거울을 보니 다시금 섬뜩해지는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울은 나도 알어... 정말 괴상하더군. 별로 보고싶지는 않다. 현성아."



"아니.. 그거 말고.. 잘 봐봐.."



현성은 내가 놓친 무엇인가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난 현성이 말한 대로 자세히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으나, 이내 눈이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거울에 새겨진 무엇인가를 파악해 낼 수 있었다.



"아...? 뭐야...??"



현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글씨... 글씨가 새겨지고 있어..."



정말 놀라운 광경이었다. 소름이 내 등 뒤를 햝고 내려오는 것을 느끼며 난 글씨가 새겨지는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나와 현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거울에 마치 투명한 무엇인가가 장난을 치는 듯 움직이며 무엇인가를 새기고 있던 것이다.

괴기스럽게도 붉게 새겨지는 그 글씨는 마치 피를 연상케했고, 나와 현성은 소름이 끼치는 것을 눌러참으며 글씨의 완성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글씨는 선명한 모습으로 붉게 색칠되었고, 나와 현성은 그제서야 그 글씨를 제대로 읽을 수 있었다.



[시간이.. 없어.. 빨리 와줘... 폐교로...]



폐교?? 젠장.. 거긴 또 어디란 말인가??

갑자기 새겨진 글씨하며.. 저 붉은 색은 뭐야? 피인가...?

정말 대단한 일만 일어나는구만...

난 입술을 깨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젠장.. 소름돋네..."



현성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는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가봐야겠지??"



"왠지 좀 불안하긴 한데.. 별 수 없잖아?? 가는 수 밖에. 그나저나.. 너 폐교의 위치는 아는거야?? 난 생소한걸...?"



"아아.. 난 잘 알아.. 일단.. 그건 가면서 설명해줄게."



안다면 주저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가기로 마음먹었으니.. 서두르는 것이 낫겠다고 여겨졌다.



"그래.. 가보자. 젠장. 오라니까... 가준다."



현성은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만 끄덕이고서는 밖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젠장.. 어떻게 되려는 걸까..

난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입술을 다시금 깨물었다.

폐교가 어딘지는 모른다.

하지만 저렇게 든든한 안내자가 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난 숨을 가다듬으며 현성의 뒤를 쫓았다.

폐교..

그 곳에서 우릴 기다리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난 서서히 긴장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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