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겨울 하사로임관한지 1년도 안됐을때 바이크가 너무 타고싶었음.

부대몰래 125cc 메뉴얼 바이크를 한대 장만해서 줄창 타고다녔지

그러다 11월인가 12월에 대구에서 친구가 결혼식한다길래
오토바이를 타고 가자는 미친생각을 했음.

여름에야 대구까지 （부대가 강원도 후방에있음） 네시간정도 걸려서 국도타고 가곤했는데.. 겨울에 가는건 처음이었음.

그때 젊은패기로 정장을 입고 바이크를 타고 출발했음.
（지금생각해보면 패기가 아니고 걍 병신이었는듯）

원주 ~ 제천 ~ 단양 ~ 풍기 ~ 안동 ~ 의성 ~ 칠곡 ~ 대구
이 코스였음.

자주다녀서 지도나 네비따윈 필요없었음.

근데 단양쯤 갔나? 길가에 왠 키190 서양간지 풀풀 풍기는 외국인이 사과박스에 검은 모나미로 대구 라고 써써 들고있었음.

한겨울 단양근처 국도변에서 대구가는 차가 있을리 만무하니 그 외국인의 히치하이킹은 불가능할게 뻔했음

나는 한겨울에 벌벌떨면서 바이크타고 대구가고있는 지 스스로의 불쌍함은 잊고 그 외국인이 불쌍해서 태워주기로함.

헤이! 유고대구? 미고대구! 위 투게더!

지금생각해도 인생영어였다 시바...

그렇게 뒤에 태우고 달리는데 125cc 바이크가 뒤진다고 굉음을 내고 오르막길만 만나면 겔겔거리며 영감죽는소리를 냈음.

그 외국인은 키도큰양반이 내키만한 배낭까지 메고있어서 더 무거웠음..

한창가다가 너무추워서 길가 편의점에서 커피를 나눠마시면서 쉬기도하면서 통성명도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했음.
이것도 인연이라며 사진도 찍고.

리투아니아 사람이었고 대학생이었는데 한국 좋아서 매년 온다고했음. 대구 동성로에서 악세사리도 팔았다는데 왠지 낯이 익었음.

여튼 벌벌떨면서 안동쯤 도착했는데 뒷차가 개빵빵댐.
뭐지 싶어서 새웠는데.... 외국인형이 메고있던 배낭 아랬부분에 불이 붙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바이크가 모타드 스타일이라 머플러가 안장 바로 뒤로 나와있었는데 거기에 배낭이 닿아서 다 탄거임

오..홀리쓋...

맨 아래칸에 있던 침낭이 장렬하게 산화했음...

리투아니아 형이 첨엔 영어로 막 f로 시작하는 욕을 하다가
이상한 언어로 격분했음.. 리투아니아어가 따로있나..

여튼 너무 미안해서 아..쏘리... 이말밖엔 할수없었음..

한십분 그러고있다가 진정됬는지 괜찮다길래
너무미안해서 안동터미널 대려다주고 버스비 줬음..

그리고 헤어지는데 이메일 알려주면서 사진 꼭 보내달라고 고맙다고 했음.

그리고 빠이빠이 하고..

메일 적어놓은 폰 잃어버려서 사진못보내줌...

미안..

그리고 한참뒤에 출근해서 잠시 티비보고있는데
아침에 하는 생생정보통인가? 거기서 어떤 절에 김장하는걸
취재하러 갔는데 그 형이 그 절에서 김장하고 있드라 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이름도기억안나는 리투아니아 형

미안했어요 ㅜ.....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