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연리지라고 해.

간만에 집에서 혼자 술을 먹었어.

가슴도 답답하고 울적해서..

실은 얼마전에 백수가 됐거든.

결혼도 했고 아이도 하나 있어. 이제 7개월 됐네.

백수 3개월차쯤 됐는데.. 참 별거 아닌 시간일 수 있고 그렇지만 참으로 야속한 상황이기도 해.

어려울때 서로 본색이 들어난 다는 말이 실감이 나는 요즘이야.

참 와이프가 야속하거든.

자꾸자꾸 눈치를 너무 주네.

구직활동도 계속 하고 있고

사실 종사했던 업계가 그렇게 큰 업계가 아니라 to가 많지 않아서 면접을 그리 자주 보진 못했어.

내가 구직하기 싫어서 놀고 먹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말야..

와이프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 믿지를 않나봐. 당장 당신 직장, 미래, 생활비, 안정된 수입.. 등등이 보여야만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 많이 답답한가 보더라구.

이게 참 힘든게 뭐냐면..

난 현재 가족이 없어. 물론 내가 꾸린 가족은 있지만 울 부모님은 나 3살때 이혼하셨거든...

아버지랑 누나랑 셋이 컸는데 참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던 것 같아. 단순히 가난해서가 아니라

서로 가시를 많이 찌르고 살았거든. 누나랑 나 성인 되고 난 이후에 어찌어찌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잘 지내보려 했는데

서로 가까워질수록 가시에 상처만 남기는 스타일들이라... 이내 연락조차 안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네.

우리 아버지는 술만 드시면 나, 누나, 매형, 와이프한테 돌아가면서 문자 등으로 욕을 해대시는 분이라..

내 선에서 막고자 몇 말씀 드린게 아버지는 또 상처였나봐. 누나도 그렇고 서로 3자가 그렇게 멀어져 가더라. 누나는 얼마전에 이혼까지 했으니 서로 좋은 얘기 오가기 힘든 부분이 더 부채질을 한 격이지.

그렇게 가족 없이 우리 세 식구 나름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 많이 했어. 지금도 물론 하고 있고.

와이프한테 돈 100원 한푼 숨긴적 없었다는게 어느정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통장 다 맡겼고... 돈 열심히 벌었지.

상반되게 와이프네 집안은 되게 평범한 집안이야. 민주적이고..

나도 그런 처가가 싫지는 않지.

그런데 요새들어 그들의 삶에 나는 아들（손주） 하나 안겨드린 하나의 옵션（?）, 부속품（?）으로 끼워져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드네.

와이프도 뻑하면 처가에 아들 데꾸가 지내길 좋아하고 아이 7개월 중에 거의 5개월은 처가에서 지낸 수준이야.

내가 실직이 된 이유는 사실 와이프가 큰 이유거든..

서로 동종 업계 정도에서 각자의 회사에서 일했는데

어느날 우리 회사가 와이프를 스카웃 한다더라고.

나는 여러 이유로 반대를 했는데 와이프는 기어코 온다고 하고...

우리 회사 오너들 만만치 않으니 여러 조건 확실히 협상하고 오라는 얘기 무시한 와이프가

울 회사 오고나서 속았다고 많이 괴로워했어.

정말 그런 사람들인줄 몰랐다고 말야. 와이프가 일은 잘해서 많은 일을 떠 맡았고 영어도 잘해서 해외 업무도 다 떠맡았어.

그런데 육아휴직 쓴다고 들어간지 몇개월만에 해고 통보를 하더라구 회사가...

그 과정이 매우 지저분했어. 사실 불법이다보니.. 가진 치사한 방법 다 쓰고.. 암튼.. 내가 회사 한번 뒤집어 엎고 사표를 썼지.

그걸 나한테 미안해달라는건 아니야. 적어도 어려울 때일수록 뭉치는 모습이 보였다면 우리 가족이 더 애뜻하고 그랬을텐데 말이지.

최근에 싸움도 자주하고.. 결국엔 요새 내가 많이 수그러 들었어. 그게 현명한 것 같아서..

싸울땐 와이프도 사람이라...（디게 현실주의거든.. 된장녀는 아님） 살길을 찾는 부분을 가장 중요시 여기더라.

정 안되면.. 혹은 나랑 이혼하게 되면 자기는 처가가서 애 맡기고 살면서 취직하면 된다는 식의 얘기를 많이 하더라구. 누구나 싸우면 그정도 얘기는 할수 있는데.. 참 상황이 상황인지라 야속한게..

난 부모도 없잖아. 내가 결혼 만 3년이 됐는데 처가를 간 횟수만 연평균 30번이 넘어. 반대로 결혼 이후론 와이프는 시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졌고. 상황이 그러니 처가만을 상대하는 건 좋은데 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나에 대한 부분을 하나도 이해 못하는게 최근 하나하나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서 서글프네.

싸우면 자기 기분 푼다고 장모님한테 전화 붙들고 사는 모습이나.. 처남이 요새 스카웃 된 얘기를 내비치는 모습.. 내가 저쪽 집안에 손주 안겨주러 들어간 행위도구밖에 안된다는 느낌이 자꾸 들어.

예전 우리 어머님 시절에 시댁에만 묶여살던 며느리들의 한이 불연듯 동질감으로 다가오기도 해.

씁씁하면서.. 오늘 소주 한잔 하니깐 눈물이 나올... 라 하는걸 참았어.

자꾸 눈물 흘리면 약해지는 것 같아서..

예전엔 참 많이 울었는데

아이 아빠가 되고 나니깐 참 많이 바뀌더라. 이런 사소한 부분 하나까지도...

이번 직장 사건으로 느낀바도 여럿 있어.

유재석씨가 그런말을 했다지. '잘난 사람이 오래버티는게 아냐. 오래 버티는 사람이 잘난거지.' 맞나???

이제 와서 후회는 안하지만 가슴에 날아들어오는 말이긴 하네.

와이프랑 처가.. 딱히 잘못한 부분도 없고 사실... 내가 많이 못났다고 느끼는 건 사실이야.

조금 더 나를 이해 못해주는 부분이 서운한건데...

이게 내가 서운해야 되는 부분인지, 이걸 서운해 하는 내가 마냥 못난건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

오늘 가슴이 너무 뭉쳐있는 기분이라

웃대 하면서 처음으로 푸념 한번 늘어놔 봤어.

나 나이 올해로 37이야.

웃대는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훨씬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쏘 씨리어스한 내용이라 참 염치가 불구하다고 생각이 되네.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웃대가 친정같은 느낌이 있어서 문득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여기까지 쓰게 됐네.

담배 값이 참 많이 올랐는데 담배를 줄이지 못하는 요즘이야...

그래도 힘내서 살아야겠어. 우리 다들 화이팅 하자.

다들 사랑해~

- 연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