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이 문제가 아니어도 고민은 많다.

이성문제, 가치관 문제, 건강문제, 체형문제.

꿋꿋히 버티며 잘 살아왔다.

그런데 사기를 당했다.

투자자 자리 하나만 채워주면 된다는 말에 친구에게 투자했고, 친구의 동업자가 사기를 치고 횡령했다.

내게 보여준 수많은 상가와 식당은 제쳐두고, 몰래 불법 일에 투자금을 쓰고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

그 친구에게 따로 빌려준 오백만원도 이번달까지 갚는댔다가 기약없어졌다.

왠지 궁핍하던 내 다른 친구에게 빌려줬던 오백만원도 거기로 흘러가있었다.

친구는 동업자를 고소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고소준비를 하고 있다.


X됐다. 그것밖엔 떠오르지 않는다. 스물 중후반까지 군대에 있던 시간을 제외하면 항상 일, 대학교도 못나오고 일, 계속 일해서 벌어온 돈이었는데. 빌린건 빚으로 남고, 빌려준건 줄창 밀리게생겼다.

잘 살아보려던 참이었는데. 운동을 다니고 강습을 받고 토익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달달거리는 오토바이 팔아치우고 자동차를 살 생각이었는데.


의욕없이 산지 일주일이 되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이럴수는 없다. 사기꾼에게는 대가를 치르게 해야하고, 나는 그 대가를 받아내기 전까지 생계를 유지해야한다.

여자친구는 언제 사귀지? 하는 고민도 이제 사치같다. 사기당한놈이 무슨.
내가 호감을 가졌던 동료는 다른 선후배나 동료가 사귀게 될 것이다. 이런꼴로는 그런걸 보고만 있게 될 것이다.

비참한 생활이 돌아왔다. 50만원 달랑 받아서 독립하던 스무살의 그날로, 누나의 등록금과 가족의 생활비를 대느라 굶던 그날로.

그러나, 그만큼 고귀하진 않다. 고작 한 짐승 혓바닥에 속아 이리 된 것이니. 큰 뜻도 애정도 없는 일에... 또 굶게생겼다.

흉터가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