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했던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의 나를 위한 도피처였어,
손바닥만한 핸드폰 액정 속이지만 친구를 만들 수 있었구나 싶었지. 실제로 쪽지,채팅으로 친해진 그들에게 애정을 많이 느꼈어.
웃대하다가 디시를 하기도 했지, 이 때쯤부터 커져버린 인터넷 페르소나 때문에 고생한 적도 많았지.

이 때를 떠올리면, 얼굴이 붉어지긴해.
소위 씹덕이 이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큼은 주류였기에, 그들 사이에서 뒤쳐지지 않게 만화를 보고 애니를 보고..
사실은 현실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자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네. 만화에 몰입하면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거지.

그렇게 대학교 1학년까지 인터넷 페르소나에 먹혀버린 인생을 살다가, 1학년 2학기에 진심으로 동기들과 친해지고
그재서야 현실을 마주할 수 있었어. 나를 되돌아 보았을 때, 얼마나 창피했는지.

그렇게 손바닥만한 액정세계에서 빠져나온 신입생은 군인이 되었고 예비군이 되었고 어느새 복학생이 되어버렸네.
그 사이에 친구들도 많아졌고, 여자친구도 생겼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인연도 많이 생겼어.

이젠 사람을 대할 때, 떨지도 않고
누구가 나를 뒤에서 욕할까 두려워 하지도 않아.
그래도 엄청나게 붙임성 좋은 사람은 여전히 부담스럽지만..ㅋㅋ

부끄러운 어린날의 초상이지만, 이젠 이런 과거도 가슴에 묻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버린것 같아.
창피하더라도말이지..

술먹고 웃대가 갑자기 보여서 주저리주저리 써본 거야..차마 많이 놀던 만화게시판에 이런건 못쓰겠어서 종종 놀던 무판게（예전에 이렇게 부른듯）에
글 써본다... 애니는 이제 안보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소설 좋아하는 건 여전해. 짤막한 토막글 쓰는 거가 취미기도 하고.

이 사이트도 언젠가 없어지고 2010년대 초반의 유물로 남는다면, 슬프진 않겠지만 씁쓸은 할 거야.
언젠가 30대가 되어서 다시 이런 추억팔이 술냄새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ㅋㅋ 그때는 그때대로 지금을 부끄러워하는 나날을 보내겠지...
웃대에서 같이 놀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무얼할지 궁금한 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