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친한 사이었고 남녀사이에도 친구가 있구나 느끼게 해줬던 애가 있어.

대학을 타지로 가게 되면서 우연하게 알게 된 친구였고

걔가 이성적으로 보인 부분은 하나도 없었지만 걔랑 대화를 하면 즐겁고 사소한 말이라도 더 나누고 싶었던 애가 있었어.

뭐 근데 내가 군대에 가고, 당시에는 나도 연애를 하고 있었지만 그 친구가 연애를 하게 되면서, 연락 자체가 힘들기도 하고

애인이 생기자 달라지는 친구 반응에 결국 멀어지게 됐거든..

둘이 딱히 싸웠다던지 그런 것도 없어. 달라진 친구의 반응을 보고 자연스럽게 멀어진거지.

나는 군대에서 차였고, 그 친구가 나중에 잘지내는지 안부 묻는 메시지를 봤음에도 예전에 느끼던 그 친구사이의 감정들이 남아있지 않더라.

내가 가진 어떤 비밀이든 속마음이든 다 털어놓아도 괜찮다고 생각한 친구였는데 시간이 뭐라고 변해버린 내 모습을 보니까 너무 슬펐어.

군인일 때 바람피고 날 차버린 여자친구에 대한 원망에서 오는 슬픔보다 그 친구로부터 느낀 내 우정이 변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는 더 슬펐거든.

그렇게 좋아하던 친구인데 고작 1년 정도 연락 안했을 뿐인데 알게 모르게 서운함이 쌓인건지 변한 내 모습이 당황스러우면서도 감정이 변한 걸 거부할 수는 없는거니까 그냥 휴대폰에 연락처 저장된 한 명, 카카오톡 친구로 남게 된 친구가 있어.




근데 최근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네.

친해진 계기는 다르지만 예전 그 친구와 즐겁게 지내던 때가 생각나는 그런 친구야. 내가 힘들 때 이야기 잘 들어주고 내가 가진 어떤 고민이라도

그 친구라면 거짓없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친구라고 말할 수 있어.

다만 다른 건 롤이라는 게임에서 접속했길래 한 가벼운 안부 인사조차도 그 친구 애인이 싫어하고 자기도 중간에서 힘들다길래

이유가 어찌됐든 애인이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친구 보는게 싫어서 진짜 중요한 연락 아닌이상 카톡은 당연하고 롤 메시지정도도 안보내기로 했다는 거지..

가벼운 인사정도도 애인이 싫다고 하니까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건데, 반대로 내가 애인이 생겨서 저렇게 연락을 못한다고 해도 자긴 서운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우리는 이성인 친구사이라 한계가 있다는 말에 예전에 멀어지게 된 친구가 떠오르더라.

철없던 나이에 장난식으로 던진 말일 수도 있지만 너랑 나는 서로 애인이 생겨도 변치 말고 정말 좋은 친구로 오래 잘 지내자 뭐 이런 이야기를 꺼내고

결국 본인이 애인 생기자 달라진 모습들이 생각났어.

그때 나는 군인이기도 했고 달라진 친구의 모습에 서운하다 소리를 할 여유도 없었기에 내가 느낀 감정을 표현하지도 못했어. 그래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니까 무뎌지게 된 게 아닐까 싶었는데 나중에 그 친구의 연락을 받고 든 생각은 내가 걜 좋아하고 위한 마음보다 걔가 날 생각한 부분이 한없이 작았구나 하는 생각과 또 저런 생각을 하는 내 자신이 못났다는 괴로움들 뿐..


이번에는 똑같은 걸 반복하기 싫어서 이런 저런 점들이 나는 서운하다 표현을 했지만 저때랑 달라진 건 없네. 아니지 오히려 그 친구만 더 힘들게 만든거 같아서 괴로워.

내가 예전 그 친구에게 느꼈던 좋은 감정들이 무뎌지고 없어졌던 것처럼 이번 일로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지고 그때와 같은 생각을 할까봐 두렵네.

애인 사이 조차도 자주 못보고 연락 못하면 멀어지는데 친구사이는 오죽할까 싶기도 하고 정말 남녀사이에 친구는 없는걸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