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문제점의 근원 중 하나는 '프레임 바깥에 대해 베타적'이라는 점이다.
어떤 맥락으로 이어져 내려온 전통인지 모르겠으나, 그 역사는 전통에 가까운 형태로 전해지고,
지금도 현 사회를 뜯어먹다 못해 썩히고 있는 역겨운 종양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기본적으로 어느 집단 내에서 방향을 주도하는 이의 의견과 결이 다르면,
그 어떤 의견을 내도 반려당하기 쉽다.
물론 반려당하는 것은 집단이 가지는 베타성의 면모이기 떄문에
그것 자체는 다른 사회라고 해서 발생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여기서 드러나는 한국 사회의 면모를 보자면, 문제는 의견을 내는 사람을 조롱하는 데 있다.
보통 의견을 낸 그 자리에서 바로 반박 당하는 것도, 의견을 내는 사람을 상당히 주눅들게 하는 행동이다.
그것에 조롱이 더해지면 어떻게 될까?
사회를 주도하는 기득권의 입장에서는 재치있다거나,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지 않는 선에서 자신들의 권위를 강조하는 행위라고 자위하겠지만
의견자가 느끼는 사회적 수치심은 결국 어떤 사회적 합의에서 동조가 아닌, 방조에 이르게 만든다
문제는 이런 것들이 전염된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시범 케이스'가 되지 않아야 된다는 강박에 가까운 두려움 때문에.
기득권에 대비해 각각의 개인들이나 소규모 파티들은
아무래도 발언권이나, 영향력에 있어서 소극적이거나, 미약할 수 밖에 없다
주류에 끼지 못한다는 사실은 인간의 본능적인 사회적 공감에 불안을 부추기는 행위기 때문에
기득권에 반하여 자신들만의 독특한 영역과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행동이다.
그런 제반 상황에서, 어떤 의견 수용을 위한 회의체 혹은 의사결정체가
구성원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역할이 아닌, 그저 기득권의 입맛에 맞춰 나가기 위한 형식적인 기구가 되어버리고
그것을 제동 시킬 유일한 장치를 사회적으로 자살시키는 선택을 하게 되면,
그 체제는 구성원의 방조에 의해 맹목적으로 표류하게 될 것이다.
왜 한국 사회는 더할까, 왜 한국 사회는 이런 모습일까
조롱의 DNA가 반복해서 계승된 탓일까?
학창시절을 떠올려보면 똑같다.
수업을 마치는 교사가 '질문 있는사람'이라고 이야기할때
손을 드는 사람을 이상하게 몰아가는 분위기, 즉 나대는 행동을 지양하고 배척하고,
제도권에서 부여한 틀을 벗어나는 것을 희화화하고, 경원시하고,
그러다 보니 다음 세대를 주도해 나가야할 젊은 구성원들이
제도권 내에서 길들여져 발톱과 이빨이 모두 뽑혀버린 짐승으로 전락하고
자기 주관을 잃어버리고 나아갈 방향성이 남지 않은 짐승들은
그 방향이 맞는지도 모르면서, 소모시킬 줄 모르는 감정들을
조장된 혐오, 가벼운 혐오, 자극적인 혐오에 죄다 때려박으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고장난 존재가 되어버렸다.
말도 안되는 나비 효과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서 설명되지 않는 '학습된 혐오'는 이미 주류로서 다음 세대의 폭탄 목걸이로 장착되어 있다.
폭탄을 터뜨리고 버틸 생각이 아닌, 폭탄 목걸이를 해제해야지 라는 생각이 아닌,
스스로 폭탄 목걸이를 목에 걸지 말자는 관념이 필요한 이 시대에
폭탄 목걸이를 목에 걸며 중얼거려 본다.
'내 건 안 터질거야'
째깍...째깍...
그들이 만들어낸 디스토피아는 이렇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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