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레 잠에 들지 못 하는 밤이 있다.

물리적으로는 계속 말썽인 위장의 문제로,
늦게 자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생리적 문제로 말이다

이럴 때면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가,
웃대를 보다가 1시간 가량을 보내고는
이대론 답이 없다며 불을 끈다.

주변이 어두워져야 나타나는 것들의 시간이다
11월이 코 앞인데 아직도 튀어나오는 모기나,
어두운 방에 반작용으로 튀어오르는
내 망상 스위치가 그렇다

오늘은 무슨 생각을 할까,
요즘은 도통 신작이 없다
우울한 것만 생각한 탓에
좁아진 길로 시야가 막혔다

창작은 고통의 산물이라 하더만
나태의 업보엔 보상조차 없다
오늘도 집밖을 겁내는 언저리
사람 언저리 하나가 있을 뿐이다

비가 내린다
비오는 날 차창을 바라보고 있으면
빗방울이 대각을 그려내며 내려가곤 한다.

작은 빗방울이, 방울 방울을 만나
함께가 되어 힘차게 나아가고

큰 방울이 지나간 자리엔 물자국이 남아
새로운 방울을 이끄는 이정표가 된다.

함께 열어낸 길을 뒤따르는 무리의 행렬
이상적인 삶의 순환과 다를 게 없다.

개중에는 도통 내려가지 못하는 방울이 있다
내려가기엔 크기도 작고, 힘도 없는 모습.
다른 방울이 다가와주지도 않는다

묵묵히, 답답하게 긴 시간을 멈추다가
관심에서 사라져 끝을 알 수 없게 될 뿐.

언저리, 그래 방울의 언저리다.
나는 내려가지도 행동하지도 못 한 채 남은
사람 언저리에 한없이 가깝다.

이제 움직이지 않으면 말라죽을 뿐인데
나는 무엇이 아직도 그렇게 무서울까

방울이 되고 싶은
언저리는 당신의 시야에 잠시 머문다.
시간을 내준 당신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