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소재가 먼지 이젠 아시죠?'-'

투명인간의 꿈을 꾸어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과연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런지...

클랜시님과 함께 체험해 보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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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afe.daum.net/roclancy

작가 : clancy




어느 부랑자의 실종 2

clancy

고통 때문인지 아니면 그들이 나에게 주입했던 약물의 영향이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완전히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내가 다시 눈을 뜬것은 너댓시간이 지난 후였다. 마치 선잠에서 깬듯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에 놓여진 기분으로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눈만 꿈뻑꿈뻑 대던 나는 한동안의 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내가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것이고 왜 정신을 잃었었는지 （또는 언제 정신을 잃었었는지）를 기억해낼수 있었다.

"우.. 제길..."

등쪽을 타고 전해지는 뻐근함에 신음하며 나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정신을 잃은 동안의 휴식때문이였는지 아니면 내가 잠든 사이에 무슨 짓이라도 한것인지는 몰라도 전보다 몸이 개운하고 정신도 맑아진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입안 가득 느껴찌는 갈증과 뻑뻑함을 느끼며 나는 마실 물을 찾아 침대옆의 작은 테이블을 더듬었다.

'어라...'

처음 손만 내밀어 테이블 위를 더듬다 좀처럼 컵이 손에 잡히지 앉자 눈으로 직접 찾아보려 고개를 돌린 나는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분명 내 눈앞에서 테이블 위를 더듬고 있는 것은 나의 손이였다. 나의 뇌에서 전해지는 신호에 따라 정확히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지고 있었고 오랜동안 봐와서 익숙해진 모양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너무나도 다른 이질감...

나의 손은 너무나도 투명해져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만 설명한다면 모르는 사람은 내가 맞은 약이 새로나온 화이트닝 약품인가보다 라고 오해할지도 모를 일이기에 더 자세하게 묘사를 해보자면 나의 손은 단순히 하얗게 되거나 투명감이 더해진 것이 아니였다. 말그대로 피부가 투명하게 변해버린 것이다. 그 사실을 얼른 눈치채지 못한것은 그 투명함이 손 전체에 퍼져있었던 게 아니였기 때문이였다. 얼른 대중해보건데 대략 손의 절반 이상의 부분에 변화가 일어나 있는것 같아 보였다.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부분은 예전과 같이 몽골계 민족 특유의 누르스름하면서 붉은색이 섞인 평범한 피부였지만 나머지 부분은 피부가 아니라 뭐라 형언할수 없는 다른 물체로 덮여있는것 같아 보였다. 자세히 보기 위해 눈앞으로 손을 들어올리고 나서야 나는 그 부분으로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은 평범한 나의 피부가 아니라 평소같으면 그 밑으로 숨어있어야 할 조직들이란 사실을 알수 있었다.

왼손의 약지를 타고 손목에 이르는 부분은 아예 근육과 힘줄까지 들여다 보여 손가락을 쥐거나 손목을 움직임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모습을 확인할수 있었다. 엄지손가락 부근의 손등과 왼편 아래의 손바닥 부분은 부분 적으로 근육의 보이고 그 주변으로는 아마도 진피 아래의 피부조직이라고 여겨지는 복잡하고 괴이한 것들로 뒤덥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한동안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며 그 기이한 광경을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넋이 나간듯이 바라만보고 있었다. 한동안 그러고 있자니 문이 조용히 열리며 예의 사나이가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깨어나셨군요 권준일씨"

나는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그를 향해 입만 벙긋 거리다가 간신히 외쳤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진정하세요, 보이기엔 끔찍해 보이지만 당신 신체에 이상이 생긴것을 아니니까요"

"젠장!! 눈으로 피부 아래를 볼수 있는데 이게 무슨 이상이 아니야!!! 이런 사기꾼 새끼들!!!"

나는 그제서야 낯설고 기이한 광경으로 인한 공황상태에서 벗어나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바로 직전에 자신의 피부가 벗겨져 나간 모습을 보고 나서 이렇게까지 화를 낼수 있으리라고는 나 스스로도 예측치 못한 일이였다. 하긴 잠든사이 피부가 벗겨지는 경험을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만 말이다.

"아닙니다,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시군요! 당신의 피부가 벗겨지거나 한 일은 없습니다."

양손을 내저으며 당황해하는 남자를 향해 나는 나의 왼손을 들여올려 보이면서 외쳤다.

"그럼 이건 뭐야!! 당신눈엔 이게 피부가 제대로 붙어있는 것으로 보이냐구?!!"

"물론 그렇게 보이진 않겠죠, 그래서 설명드리러 온게 아닙니까 당신에게서 약효가 발휘되는 시점에서부터 당신에게도 이번 실험에 관한 세부 내용을 제한적으로나마 알려줘도 된다는 허가가 내려졌습니다."

지금의 황당하기 그지 없는 상황을 설명해주겠다는 남자의 말에 그제야 나는 조금 진정이 되면서 들어올렸던 손을 내려놓을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왼손뿐 아니라 오른손도 손가락 일부와 팔목 위쪽 상당부분의 피부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일단 당신의 피부조직은 단 한조각도 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정 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만져보시면 알겁니다"

정색을 하고 진지하게 설명하는 남자의 말에 나는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조심스레 피부가 벗겨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왼손 부분을 조심스럽게 멀쩡한 오른손 검지로 만져보았다. 그러고 보니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평소 피부의 감촉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을 알수 있었다.

"이제 조금 안심이 되시나요, 아마 짐작하셨겠지만 이번 실험에 쓰이고 있는 약물은 인간의 세포를 투명화 시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금 투명인간을 만드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거죠"

"투명인가..?!!"

"그렇습니다."

나는 그의 황당한 답변에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설래설래 내저어 보였다. 도대체 투명인간이라니 있을법한 일인가, 하지만 분명 그런 그의 설명은 지금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자세한 원리나 구조는 설명드리기 힘들기도 하거니와 허가가 나오지 않은 상태니 생략을 하고 간단히 설명드리자면 우리가 권준일씨에게 투여한 약물은 인간의 모든 조직세포들에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빛을 그대로 투과시키는 형태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인간의 몸 자체가 빛을 반사시키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 투과시킴으로서 마치 투명한 유리처럼 변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완벽한 투명인간을 만드는 것이 이번 실험의 목표입니다."

"그럼 내가 투명인간이란 말이요?"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직은 완전한 투명인간이라고 할수 없겠죠, 투명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이랍니다. 일어나셔서 거울을 한번 보시면 더욱 실감이 나실겁니다. 조금 기괴하긴 하시겠지만 이미 상태를 알고 있는 만큼 그리 큰 충격은 아닐테니 말이에요"

남자의 말대로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환자복 같은 가운을 벗어버리고 방 입구쪽에 붙어있는 거울쪽으로 향했다. 거울앞에 선 순간 그 표면에 반사되어 비춰지고 있는것은 기괴한 형상의 사내였다. 몸의 여기저기가 마치 쥐에게 물어뜯기기라도 한듯이 구멍이 뚫린 아래로 근육이나 내장기관, 갈비뼈 같은 것들이 보이고 있었고 얼굴 역시 한쪽 턱이 사라져 이빨이 그대로 비추어 보여 예전에 치과 치료를 받은 흔적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왼쪽 관자놀이 부근 역시 피부가 사라져 두개골과 그 위로 흐르는 실핏줄들을 볼수 있었다. 그렇게 신기한 구경거리라도 되는듯 거울을 통해 내몸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는 나에게 남자는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는 그러한 변이를 일으킬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한가지 단점으로 완전한 투명인간을 만들기 위해선 그 투여량이 너무 많아진다는 부분이 있었죠, 농축과 연쇄반응 등을 이용하여 일회 투여만으로 전신을 투명화 시켜보려 해봤지만 결국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 하다는 결론을 얻었고 수차례에 걸쳐 나누어 투여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한겁니다. 앞으로 4-5차례 투여를 통해 권준일씨의 몸은 전부 투명하게 변할 것입니다. 들어오시자마자 계속해서 장과 몸등을 세척한 것도 이유가 있어서였죠, 우리 몸은 쉴새없이 새로운 세포를 생성하고 죽은 세포는 밖으로 밀어냅니다. 그리고 소화기관은 끊임없이 음식물을 분해하여 양분을 취하고 쓸모없는 노폐물은 배출시키죠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약물은 그러한 노폐물이나 기존의 죽은 세포까지 영향을 미칠수가 없습니다. 쉽게 말씀드려서 약물을 투여하기 전에 자라난 체모나 손톱 여드름 같은 것들은 변이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죠 배설물이나 귀지 콧물등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벽하고 효과적인 투명화를 위해선 투여전에 미리 이러한 것들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와 관련한 관리를 받게 될겁니다."

"정말 신기하기 짝이 없군요..."

나는 내몸의 신기한 변화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투명하게 변해버린 아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숨을 참고 가득 힘을 주자 부풀어 오르며 혈행을 늦추는 머리의 미세혈과들이나 숨을 쉼에 따라 위치를 바꾸는 갈비뼈 같은 것들은 신기하기 그지 없었다.

"앞으로는 굉장히 소량의 식사만이 제공되고 그외의 필요 양분은 주사를 통해 주입하게 될겁니다. 두번째 약물 투여는 오늘 밤쯤으로 잡혀 있구 말이에요"

"잠깐!"

나는 할말을 다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남자를 불러세웠다.

"예"

"그런데 이거 정말 원상회복은 시켜주는거요?"

"그럼요, 이미 동물실험을 통해 거의 완성된 약품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상용화 하기 위해선 어쩔수 없이 인체에 예상못한 부작용은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 필요한것 뿐이니까 말입니다."

"예상못한 부작용?"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진 마세요, 신약 개발 과정에서 어쩔수 없이 끼어드는 절차일 뿐입니다. 그럼 몇시간 뒤에 두번째 약물 투여가 있을테니까 그때를 대비해서 휴식을 취하도록 하세요."

남자는 별다른 표정의 변화없이 말을 마치고선 빠른 걸음으로 방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렇게 다시 혼자 방안에 남겨진 후로도 한동안 나는 거울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장난을 쳐대고서야 침대에 누울수 있었다.

그후로 예상보다 한차례가 많은 다섯번의 약물 투여를 더 받으면서 나는 처음에 가졌던 공포와 고통에 점차 익숙해질수 있었다. 약물의 투여는 그때마다 제각각의 방법으로 이루어졌는데 대충 그들이 설명한 말에 따르면 변이가 필요한 부분에 집중적으로 약물이 전해지도록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했다. 개중에 가장 고통스러웠던건 역시나 척추에 커다란 대바늘을 밀어넣고선 3시간동안 약을 주사했던 때였다. 신경조직과 골격구조에 효과적으로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그것 만큼은 정말이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고통이였다. 그 외에는 대게 첫번째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한 정도의 통증을 수반했기 때문에 나는 총 여섯 차례의 투여동안 절반은 깨어있을수 있었다. 물론 다르게 말하자면 나머지 절반은 도중에 혼절하고 말았다는 얘기다.

수일에 걸쳐 계속되는 투약 과정에서는 여러가지 부가적인 절차들이 더해졌다. 우선은 식사를 대체하는 영양주사를 맏기 위해 양쪽 팔의 혈관에 외부 튜브와 연결할수 있는 장치를 심었다.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장치는 완전히 투명해진 뒤에도 주사를 맞을때 혈관을 일일히 찾는 수고를 덜기 위하여 구멍이 있는 부분만이 파란색으로 칠해져 구분을 할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투명해진 뒤에 나의 위치나 신체 정보를 쉽게 알수 있게 하기 위한 감지기와 송신기 등을 발목과 가슴 부위에 외과적 수술로 삽입했다. 그 장치들 역시 굉장히 작을뿐더러 대부분 투명한 소재를 사용했기 때문에 좀처럼 시각으로 구분하기 힘든 것이였다. 개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역시나 눈썹 윗부분에 설치한 소형 렌즈였다.

그들의 말을 빌면 내가 완전히 투명화가 되면 장님이 될거라는 거였다. 인간의 눈이 시각 정보를 받아 들이는 것은 망막에 맺힌 상을 시신경이 받아들여 뇌가 인식할수 있는 신호로 바꾸어주는 과정을 통해서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망막마저도 완전히 투명해져 버리고 난 후에는 더이상 눈을 통해 들어온 빛이 투영될 곳이 없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볼수 없게 되버린다는 얘기였다. 실지로 네번째 투여 후에 나는 더이상 나의 눈을 통해서는 아무것도 볼수 없게 되어버렸다. 대신에 미리 그전에 눈썹 위 근처에 심어놓은 초소형 렌즈를 통해서 앞을 볼수 있었다. 그것은 믿기지 않을 만큼 작은 기계였는데 대략 땀구멍 세개 정도를 합쳐놓은 크기의 렌즈였다. 게다가 그 렌즈에 이어진 전자장치들은 더욱더 작아서 머리카락 굵기의 50분의 1정도라고 했다. 그 작고 가느다란 공간에 렌즈를 통해 들어온 정보를 시신경에 전기신호로 전달시킬수 있는 장비들이 가득 들어서 있을뿐더러 전력 수급을 위한 광전지까지 들어있다고 했다. 아무튼 그들이 수술을 통해 심어놓은 그 기계의 끝은 눈 뒤쪽의 시신경 부분에 접합되어 렌즈로 수집된 정보를 뇌로 보내줄수 있게 해줌으로서 전과 같은 넓은 시야는 아니지만 생활하기에 그리 불편하지 않은 정도로 볼수 있게끔 해주었다. 다만 한가지 불편한 부분이라면 눈보다 조금 위쪽에 설치된 탓으로 평형감이나 거리감이 예전같지 않아서 종종 실수를 하게된다는 것이였지만 그나마도 몇일 지나지 않아 곧 익숙해졌다.

"실험이 모두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내 몸이 완전히 투명하게 변해버린뒤로 여러가지 실험을 하던 나날이 계속되길 7일째날 점심께 내 방에 들린 남자는 웃는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허공에 떠있는 상의의 앞부분을 향해 말했다고 해야할까?

"그렇다면..."

"예,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단 말이요, 바로 당신의 몸을 원상태로 돌리는 과정 말입니다."

"그것도 수차례 약물을 주입해야 하는건가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조금 통증이 있겠지만 단번에 끝나는 거죠, 저희가 만든 이 약품은 굉장히 안정성이 강하지만 단하나 강한 전류에는 여지없이 구조가 부숴져 버리며 역진행을 하게 되거든요"

그의 말에 나는 주저하며 물었다.

"그러니까 당신말은..."

"예, 감전좀 당하셔야 겠어요, 모든 안전장비를 갖추로 행해지는 것이니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투명화 과정도 무식하기 짝이 없더니 되돌리는 것 역시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였다. 감전이라니.. 대체 어떤 식으로 사람을 감전시키겠다는 것인지 전선이라도 잡고 있으면 콘센트에 연결해버리려나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하긴 그보다는 살아남을수 있을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그런 남자의 말을 듣고 하루종일 불안에 떨던 나는 그들의 안내에 따라 역진행을 위한 시설에 들어가고 나선 더욱더 불안해졌다. 그것은 마치 스타워즈에서 한솔로를 냉동시켜 버리던 탄소냉동기계 같은 느낌의 설비였다. 바닥과 천장을 이어주는 커다란 원통속에는 사람 하나가 들어갈만한 공간속에 전선들이 줄줄이 내리워져 있었다.

"금방 끝나긴 하겠지만 한동안 통증이 있을겁니다. 심하면 심장이 멎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때는 여기에 있던 의료반이 소생시킬 거니까 염려하지 마십시요"

기계에서 새어나올지도 모를 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인지 프라스틱 재질로 되어있는 옷으로 전신을 커버한 젊은 남자가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하지만 그의 말에 안심이 되기는 커녕 더욱 불안해지기만 하였다. 혹시라도 죽으면 살려낼테니 걱정말라는 소리나 다를게 없는 말이니 말이다. 그런 나의 불안함에는 아랑곳 않고 사람들은 옷을 벗어 보이지 않는 나의 몸을 더듬어 잡더니 기계 안으로 안내했다. 그리고는 주렁주렁 달린 전선 끝에 달려있는 동그런 접착단자를 몸 여기저기에 골고루 붙여주기 시작했다. 내 몸이 보이지 않는 탓에 꽤나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나는 어디선가 들여오는 전기기기 특유의 윙윙거림에 긴장한채 거칠어 지는 호흡을 가다듬으려 애를 썼다. 준비가 끝나고 기계 안에서 사람들이 완전히 빠져나가자 플라스틱으로 된 투명한 문이 닫히며 외부와 나를 갈라놓았다. 그러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왔다.

"준비하세요 셋에 시작하겠습니다. 하나... 둘... 셋!!"



멀끔하게 양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만원권 지폐로 두둑한 가방을 옆에 끼고선 휘파람을 불며 건물의 현관의 계단을 내려갔다. 그들이 내 몸에 전류를 흘리는 순간 나는 여지없이 그대로 몸을 비틀어대며 기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심장은 튼튼하게 뛰어주었고 별다른 처치 없이 나는 수분여 뒤에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내 몸속의 약물이 역진행을 거쳐 그 효과를 상실하면서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후였다. 그동안 완전히 밀어버렸던 털들은 꽤나 자라서 눈썹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고 머리도 파릇하니 자라나 있었다. 영양 공급을 충분히 받아왔기 때문인지 혈색도 전보다 좋아진거 같았고 무엇보다도 계속된 청결관리로 밖이나 안이나 깔끔한 탓에 훨씬 보기가 좋아보였다.

내심 걱정해왔던 것과는 달리 그들은 순순히 나에게 계약했던 금액을 건네 주었다. 총 6차례 투여에 따른 보수 6천만원에 실험 성공보수를 더한 7천만원을 만원권으로 준비하여 가방에 담아 건제주었고 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한채 연신 웃으며 가방을 받아들고 밖으로 나섰다. 하지만 그들의 보수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권준일씨.. 사실 실험을 하시는 동안에 저희 나름대로 신원을 조회해 봤습니다."

여전히 별다른 변화없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남자가 갑작스레 꺼낸 말에 나는 흠칫 놀랐다.

"살인혐의로 2년째 수배중이시더군요"

"그.. 그건 사고였어요, 그 녀석이 먼저 사시미 들고 덤비길래 붙잡고 뒹굴다 실수로 그만... 젠장 이제와서 그런 얘길 왜 꺼내는 겁니까, 돈주기 싫으니까 꾀쓰는거요?!!"

나의 흥분한 태도에도 남자는 별다른 변화 없이 나를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사실 이렇게 위험한 실험에 지원자를 찾는건 하늘의 별따기에요, 당신은 우리에게 보물같은 존재죠, 전에도 말했다시피 우리는 정부 산하 조직입니다. 그만큼 여러곳에 선이 닿아 있지요 실험에 참여해주신 댓가에 보너스로 당신의 혐의기록을 말소시켰습니다. 이제 더이상 도망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거죠, 다만 피해자 가족들 눈에 띄지 않게만 조심하시면 될겁니다."

"그.. 그게 정말이요?"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여기 신분증도 다시 발급해 놓았습니다. 저희가 드린 돈으로 어디서 가게라도 열어서 정착하세요"

나는 내 귀를 믿을수가 없었다. 한때의 혈기로 벌였던 사고때문에 도망다녔던 2년의 세월은 너무나도 길고 괴로운 것이였다. 그런데 이제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는데다 7천이라는 거금까지 수중에 떨어지다니 이것은 마치 하늘의 도움처럼 느껴졌다.

"정..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자리에서 내려앉아 무릎을 꿇어 인사하며 울부짖었다.

"이러시면 저희가 오히려 곤란합니다. 일어나시죠.. 그저 한달간 고생한 댓가려니 생각하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남자의 손을 양손으로 쥔채 감사하다는 말만 되뇌였다.

"그리고 한가지, 마지막으로 알려드릴게 있는데 권준일씨의 몸은 지금은 정상이지만 사실 우리가 투여한 약품의 성분은 몸속에 남아있습니다. 천천히 노폐물과 함께 외부로 배출되어 나오겠지만 완전히 몸에서 제거되는데에는 적어도 2년정도 걸릴거에요, 지금은 역진행 과정을 통해 억눌러 놓은 것일 뿐이죠 다시 말해 조건만 맞아떨어지면 다시 약품이 활동하면서 투명화될지도 모른다는 얘깁니다."

"아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주의사항이 있다는 얘기죠, 투명화 약품을 가장 잘 활성화 시키는 성분이 바로 카페인입니다. 미량이라면 괜찮겠지만 어느정도 이상을 복용하게 되면 여지없이 약물이 반응을 일으켜 투명화가 진행되죠, 다시 말해서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식품은 멀리하셔야 한다는 얘깁니다. 커피, 코코아, 콜라, 차 등등... 알아보시면 알겠지만 상당수의 식품이나 약물에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자주 찾는 피로회복제나 감기약 조차도 말이죠, 약을 조제할때는 카페인에 민감하다고 말하시고 평소 식생활을 조심하시면 아마도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다시 투명하게 변할지도 모릅니다. 그건 저희로서도 곤란하지만 권준일씨 본인에게도 매우 위험한 일이니까 조심하도록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남자의 말에 나는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투명인간이 되어있는 동안 겪었던 불편함과 기이한 기분을 생각하면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다시 투명인간이 되어버린다면 되돌리기 위해 감전되어야 한단 얘기이니 만큼 절대로 카페인을 멀리하겠다고 나는 다짐하며 건물을 나섰다.

그들이 준 돈을 가지고 나는 부산으로 내려가 작은 통닭집을 열었다. 살인을 저지르기 전에 누님이 경영하던 가게를 도왔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장 부담이 없었던 때문이다. 하지만 장사는 생각만큼 잘 되지 않았고 게다가 밤중에 실수로 낸 교통사고로 인한 합의금 문제 때문에 결국 나는 얼마못가 빚더미 속에 허우적 대는 인생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젠장... 뭐처럼 인생이 풀리려나 했더니 또 이런 신세군...'

압류가 들어간 가게 앞 파라솔 아래 앉아서 담배를 꼬나물고 한숨을 내쉬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믿기지 않는 행운을 휘어 잡았다고 생각했건만 또다시 구렁텅이에 휘말리고 말았다. 칠전팔기라고들 하지만 대체 어디서 부터 다시 시작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였다. 가방끈이 긴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 내가 할수 있는것 몸쓰는 일밖엔 더 없었고 그런식으로는 왠간해선 형편이 피기 힘들게 뻔했다. 그리고 또 이제 30이 곧인데 언제까지 그러고 살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나는 눈앞에 가지런히 놓여진 콜라병들을 쳐다보았다. 가게 문을 닫으면서 처분하지 않고 남겨놓은 것들이였다.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니 콜라에는 상당량의 카페인이 들어있다고 했다. 거기에다가 타먹을 커피가루까지 한쪽에 마련되어 있었다. 투명해진다면 나는 누구보다도 쉽게 도둑질을 할수 있을 터였다. 그에 대비해서 그 연구기관에서 주워들은 대로 버리고 눈썹이고 죄다 다시 밀어버렸고 장까지 깨끗이 비워놓았다 그리고 원상태로 돌아오는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 두었다. 미리 전화로 약속을 잡아놓은 뒤에 적절한 시간에 콘센트에 연결된 전선을 잡으면 된다. 연락을 받고 온 지인이 방바닥에 누워있는 나를 발견했을때는 이미 원상태로 돌아와 있을 터였고 설마 실신했거나 심장이 멎어 있더라도 곧바로 구급차를 부른다면 살아날 확률은 높았다. 거기에 더해서 나는 연락을 취할 사람으로 심폐소생술을 할줄아는 전직 해안경찰 출신의 동생을 점찍어 놓았던 터였다. 범행 대상으로 현금이 많이 있는 금융업체와 금은방까지 점찍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제 근 1년간 손도 대제 않았던 이 식품들을 들이키기만 하면 될 일이였다.

'성공하면 장땡이고 아니더라도 죽기밖에 더하겠냐... 젠장 또 전같이 살바에는...'

나는 콜라에 커피가루를 부어넣고는 마구 휘저어 들이키기 시작했다.


계획은 생각대로 진행되었다. 그 괴상한 맛의 혼합물을 들이킨뒤 10여분이 지나자 온몸이 근질거리더니 화끈대기 시작했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가 가게 안방 한구석에서 다시 눈을 떴을때는 이미 온몸이 투명하게 변한 되였다. 한동안 나는 앞이 보이지 않아 헤맸지만 곧 미리 준비해 두었던 손전등을 더듬거려 찾을수 있었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켜서 눈 언저리를 비추자 오랜동안 살속에 묻혀서 전기가 소진돼 꺼져있던 렌즈 장치의 광전지가 손전등 불빛에 충전이 되면서 시야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밤이 되어 이미 어두워진 거리로 조심스레 나선 나는 미리 준비한 긴 옷에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까지 쓴채로 장비들을 챙겨놓았던 가방을 들고 목표장소로 향했다.

자세하게 말은 않겠지만 대상을 터는 일도 너무나도 쉽게 이루어졌다. 투명화와 관련된 일만큼 범행에 관련한 것도 미리 철저한 사전조사를 해놓았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1시간도 안되어 두곳의 대상 장소를 턴 나의 수중에는 1억에 가까운 현금 뭉치들이 들어있는 자루가 쥐어지게 되었고 나는 나중에 잠잠해지면 꺼낼 요량으로 미리 봐두었던 은닉 장소에 돈자루를 숨겨두고선 가뿐한 맘으로 가게로 돌아갔다. 범행 도구를 챙기기 위한 가방을 들고 다니기 위해 입고 있던 옷은 이미 가방과 함께 인근 학교 소각로에 던져넣었기 때문에 나는 알몸으로 조심스럽게 밤길을 걸어다녀야만 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남들이 나를 보지 못했다는 것은 유리한점보다는 불편한 점이 더 많다는 사실을 나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발가벗고 길가를 걷고 있으면 차들이 알아서 피해가겠지만 나같은 경우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달려나갈거란 점을 예상치 못한것은 결국 나의 실수였다. 어딘가를 급하게 달려가는 스포츠가의 백미러에 나는 오른쪽 팔아래와 허리를 부딛히면서 허공에 붕 떴다가 가드레일 아래 언덕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운전자는 무언가가 부딛히는 소리에 황급히 차를 세우고 나와 주변을 살폈지만 그의 눈에 내가 보일턱이 없었다. 차에 튕겨져 나오며 상당한 피를 흘린것 같았지만 그마저도 투명한 탓에 그는 인식하지 못한 모양이였다. 나의 팔은 확실히 부러진것 같았고 갈비뼈와 턱뼈도 부숴진것 같았지만 나는 커녕 다른 사람이라도 상태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운전자는 아무리 살펴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차를 몰고 떠나갔고 나는 그런 그에게 아무런 소리도 내보지 못하고 언덕에 누워 통증을 참아내었다.

시간이 가도 통증은 점차로 줄어들었지만, 어디선가 출혈이 있는지 정신마저 몽롱해지는 가운데 서서히 주위가 밝아오며 해가 뜨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도 전해지는 통증을 참아내며 온힘을 다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다리는 이상이 없는지 나는 간시히 서있을 수 있었지만 부러진 팔의 통증은 움직임에 따라 더욱 심해져만 갔다.

'어떻게든.. 가게로 가야해.. 이대로 죽을수는 없어...'

나는 씩씩 거리며 천천히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런 나를 비웃듯 태양은 수평선 위로 솟아오르기 시작했고 그에따라 나를 가리고 있던 언덕의 그림자도 걷히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순간 나는 격렬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그것은 팔의 통증이 아니였다. 바로 내 눈, 아니 그보단 눈 안쪽에서 전해지는 통증이였다. 강렬한 아침의 햇빛이 아무런 차단막 없이 곧바로 시신경을 자극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연구실에 있을때도 백열등처럼 강렬한 불빛에는 눈이 적응을 하기 힘들어 하곤 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달리 빛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나는 머리속을 뒤흔드는 것만 같은 통증을 참지 못하고 도로 자리에 주저 앉아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해는 더욱더 높이 솟아오르며 나의 몸을 내리쬐기 시작했다.

우리 몸의 피부는 여러가지 역할을 한다. 체온을 유지시키고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내부 기관들을 보호해주기도 한다. 또한 태양이 지구로 내리뿜는 광선속에 포함된 여러가지 강력한 에너지로부터도 몸을 보호하여준다. 여름의 햇빛 아래 껍질을 벗겨낸 사람을 널어놓는다면 얼마가지 않아 탈수로 죽고 만다. 아니 그전에 몸안의 혈액이 끓어올라 열로 인해 일사병으로 죽고 말 것이다. 지금의 내가 그런 상황이다 나의 몸속의 수분들은 달리 숨을곳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태양이 내려보내는 강력한 에너지에 노출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연구소의 사람들은 한번도 투명인간이 된 나에게 햇빛을 보여준적이 없었다. 나는 머리속이 터져나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이것 역시 그들의 또다른 실험이였을지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