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있는데 아빠가 무화과를 주시길래
어디서 났냐고 여쭤보니 아빠가 심은 거라고 하셨다.
오잉! 왜 나 지금 알았어??!
주방 창문 통해서 보면 아빠의 작은 과수원이 있는데
거기에 무화과 나무도 있었다니!!
사실 나는 아빠의 작은 과수원을 탐탁치 않아 하고 있었다.
철마다 동네 분들이 자두, 복숭아, 사과 등을 주시는데
3명이 먹기엔 양이 많아서 언니 동생 가족, 친척들과 나눠 먹고 있고
그런데도 다 먹지 못해 썩어서 버리게 되는 일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과일 나무를 심으면 그걸 누가 먹을 거냐구ㅡㅡ
포포나무 열매, 포도, 아주 작은 사과, 이름도 기억 안 나는 무슨 열매,
다래, 블루베리, 체리... 그리고 무화과까지
청 담그기, 건조기에 말리기, 술 담그기, 식초 만들기를 하는 건
너무 귀찮은 작업이다. 내가 처음부터 "아빠가 그런 거 만들 생각
아니면 심지도 마셔!" 라고 했었다. 농사일도 힘든데 그런것까지 하며
힘을 빼야하나 싶었다. 그러니 심는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
그런데 결국 나도 이것저것 손질해서 건조기에 말리고 있다. 후...
가공한 거 잘 먹으면 모르겠는데 사는 것 만큼 맛있지 않아서 그런가
손이 잘 가지 않아서 저온 저장고, 냉장고, 창고에 쌓이게 되는 게 싫다.
그런데 나 무화과 너모 좋아해.......... 내심 기뻐서 사진도 찍었잖아.
아빠도 내가 과수원에서 따온 과일 싫어하는 거 아셔서
내 눈치 보면서 먹어보라고 주시는데 이건 사진까지 찍어서
어? 하는 눈치셨다 ㅋㅋㅋㅋㅋㅋ
나 이런 무화과 처음 봐. 겉 껍질은 연두색인데
중심부까지 꿀이 꽉 찼어ㅠㅠㅠㅠㅠㅜㅜ
헉헉헉 촉촉하게 가득 찬 저 꿀 좀 봐.. 🍯 🐝
단맛도 강하고 꿀향이랄까.. 꽃향 같은..? 은은한 향도 나서
넘 만족하며 먹었다.
마트에서 사는 건 이따금 껍질 쪽에서 떫은 맛도 나고
이렇게 중심부가 마르고 꿀이 차 있지 않다.
마트 무화과는 만족 했던 기억이 없는데
처음으로 꿀이 가득하고 은은한 향이 나는 떫지 않은 무화과를
먹을 수 있어서 아빠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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