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멀어져가는 미현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대운은 벌떡 일어섰다. 화난 표정의 그는 주먹을 꽉 쥐며 부르르 떨었다.


"라나님.. 가만히 계신다면서요.. 고작 쓰다듬은 것 때문에? 쓰다듬는 것에도 자격이 필요해요? 도데체 왜.."

"그게 아니다. 내 독심술로 읽은 그 인간여자는,"

"누가 그러라고 했나요!!!"


대운은 자리를 박차고 미현이 걸어간 쪽으로 달려갔다. 그 자리에 있던 우이곤은 살기를 품으며 쫓아가려 했지만 라나가 제지했다.


"크으, 기어코 저놈이!! 죽이겠습니다!!!"

"아니다. 놔둬라.."

"하지만 라나님!!"

"돌아가자."


대운은 미현이 지나간 큰길을 지나 골목길로 들어섰다. 그러자 멀리서 아직 걷고 있는 미현이 보였다. 그는 미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미현아! 잠깐만!!"


미현이 고개를 돌리고 대운을 봤을때 대운은 뭔가를 알아차렸다. 그것은 낯선 남자. 키가 크고 반반한 외모의 남자가 미현의 옆에 서있었다. 그는 대운을 힐끗 쳐다보더니 다시 미현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벌어진 뜻밖에 상황. 대운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그 남자는 대운을 바라보고 있는 미현의 목에 키스를 했다. 벙찐얼굴로 바라보다 정신을 차린 대운이 입을 열었다.


"뭐,뭐야..!"

"뭐가 뭐야. 짜증나게 왜 따라왔어?"

"니 옆에 방금 키스한 남자 뭐냐구! 너야말로 남자가 생긴거야?"


미현은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두리번거리다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이젠 미치기까지 했어?"

"..너야말로 무슨소리야.. 니 옆에,"

"내 옆에 뭐! 참나, 아직 밤도 아니고 무서운 얘기 안 좋아해. 쓸데없는 소리 할거면 나 간다. 안녕."


미현이가 골목을 돌아 모습이 사라질때까지 대운은 꼼짝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맞은편의 남자는 그자리에 우뚝 서서 아주 천천히 대운을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 내가 보이냐?"


그의 말에 대운은 갑자기 오싹해짐을 느꼈다.


"보,보인다.. 누, 누구야! 미현이랑 어떤 관계야..!!"

"아아, 방금 그여자? 아무 관계 없어. 잠깐 영혼을 조금 먹은 것 뿐이야. 인간들 과자 먹듯이."

"여,영혼?! 미현이를 어떻게 한거야.. 너.. 정체가 뭐야..?"

"내 정체보다, 네 정체가 더 궁금한걸. 인간도 아닌것이.."


그때, 멀리 서있던 그가 바닥을 박차고 달려온다.


"..악마도 아닌 것이!!"


그의 순간 속도는 대운이 봐 왔던 달리기 속도와는 매우 다른 개념처럼 보였다. 그의 손은 순식간에 대운의 목을 조르며 담벼락으로 밀어붙였다. 그 충격에 대운은 몇차례 콜록거리며 허공에 떠 발만 동동굴렸다.


"넌 뭐냐? 악마의 냄새가 나는데, 하급 악마냐? 아니면, 계약자냐?"

"커,컥 커억!!"

"... 하급 악마라면.. 하급중에 쓰레기로군."


그는 나머지 한손으로 대운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머리가 점점 조여오는 악력이 느껴졌다. 머리를 터트려 죽일 기세였다.


"뭔진 모르지만, 악마랑 연관되어 있는 것 같으니. 죽어라."


-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