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구석에 찌그러져 떨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난 이 집이 마음에 든다. 하지만 네놈을 죽이면서까지 빼앗을 생각은 없어."

"하..하지만.. 다른 악마는 절 죽인다고.."

"풉, 악마?"


여자는 잠시 깔깔대더니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라나다. 저쪽은 우이곤이지. 걱정마. 네놈을 죽이진 않을테니. 그치 우이곤?"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개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남자는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몸을 추욱 늘어뜨렸다.


"저,저기.. 그런데.."

"경찰은 우리가 암시를 걸어놨고, 우이곤은 잠시 네놈의 개의 몸을 빌렸다. 그리고 맞아, 우린 여기서 살 생각이다."

"어?! 어떻게..!"

"독심술."


빙긋 웃는 라나의 얼굴을 본 남자는 조금 더 경계심이 풀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죽일듯한 표정의 우이곤에 오싹하며 다시금 긴장했다.


"그.. 그렇다면 전 얼른 짐을 싸서 나가보겠습니다.."


슬며시 자신의 가방쪽으로 가는 그를 우이곤이 제지했다.


"라나님께서는 네놈을 필요로 하신다. 그래도 간다면 죽여주마."

"으아.. 왜 자꾸 죽인다고 하세요?! 아,알겠습니다.. 시키는건 다 할테니 목숨만은.."

"우이곤, 이놈이 마음에 안 드나보구나. 하하!"

"예. 이런 멍청한 놈 보다는 아까 그 경찰놈이 더 유용할 것 같습니다."


라나는 곰곰히 생각하는 포즈를 취하더니 남자에게 다가가 물었다.


"그래도 난 이놈이 편하구나. 네놈의 이름은 뭐냐?"

"저,저는 박대운이요.."

"... 말은 원래 그렇게 더듬는 거냐? 거슬리는군. 아무튼, 일단 네놈은 쉬어라."


라나의 손끝이 대운의 이마에 닿는 순간 정신이 희미해짐을 느꼈다.


쿵.


바닥에 쓰러진 대운.

그뒤 두 악마의 대화가 귓가에서 멀어져 갔다.



짹짹-

커튼 사이로 비친 햇볕이 대운의 눈을 괴롭혀 왔다. 부스스 일어나 눈을 비비며 주변을 살펴봤다.
여전히 쓰레기장인 마루.
좁은 공간.
그리고 물을 핥아 마시고 있는 그의 개.
그밖엔, 아무도 안 보였다.


"하.. 뭐 이런 개 같은 꿈이 다 있어.."


그는 머리맡 빈컵을 들고 부엌으로 걸어 갔다. 컵에 시원한 물을 따라 갈증을 해소해도 그는 여전히 어리둥절해 보였다.


"뭉아. 이 형이 알바를 구하게 되서 너무 들떴나보다.. 게다가 여친이랑 헤어진지 얼마 안돼서인지 꿈에 여자 악마까지 나왔어.."


개 사료를 꺼내어 밥그릇에 담아주는 대운은 중얼거렸다.


"..그래도 사람으로 변한 모습은 좀 예뻤어..흐"

"알바가 무엇이냐?"


화장실 문을 벌컥 열며 나온 라나. 그녀를 본 대운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그대로 주저 앉았다.


"네놈이 감히 라나님을 평가하려 들다니! 죽이겠다!"


옆에 있던 뭉이도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