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오래 되었지? 이렇게 보는 것도"


자리를 피해 좀 멀리떨어져서 민선이랑 둘이 있다
이렇게 둘이 있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거 같다
그래서 그런지 그 자리가 불편한건 당연했지만..


" 잘 지냈지? 하핫"
" 응 나야 잘 지내고 그랬지 인호 너도 잘 지내는거 같아 보이네"

" ...."
" ...."


어색한 침묵..그리고 먼저 그 분위기를 깬것은 나였다
어쩌면 가장 물어보고 싶은 말이고 물어보면 안되었던...


" 그..그때"
" .... 다 잊었어"

" 응?"
" 그때 일 이제 다 잊었지 오래됐는데 뭐 그래서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

" 아..그래?"



그때도 그렇게 지금도 그렇고 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정작 해야 할때 못 하는거 같다..그래서 항상 후회하고


" 그냥 여기서 만나서 괜히 어색하지 말고 그때 일도 생각하지 말고
이제 좀 편하게 지내자"


의외였다
정말 민선이가 이렇게 얘기 할줄은 ..
물론 날 편하게 해줄려고 그러는 거 같긴 하지만
오히려 그게 날 더 불편하게 만드는 거 같았다

넌 똑같구나 예전이랑 지금이랑
너무 사람을 배려하는 거 같아..


"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하자"
" 응 만나면 인사하고 이런 저런 얘기 나눌 수 있는 친구"

" 친구라.."
" 아무튼 그 얘기 하고 싶었어 "


민선이는 날 보고 살짝 웃으면서 얘기를 하고
먼저 자기 조에 간다고 얘기를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전에 너랑 지금의 너랑은 같아 보이지만
속은 변했구나 아직 날 용서 안 했으려나..

3년전,
우린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다
대학교 캠퍼스 커플이였고 같은 과는 아니지만
소개로 만난 사이

그때 정말 착해보이는 분위기랑 순수한 얼굴과 다른 여자들과
다르다고 느끼게 되었고 난 그런 민선이에게 호감이 생기고
좋아했던 거 같다

그리고 우린 사귀는 사이가 되었고 한동안 정말 설레이면서
만나면서 이것저것 해보면서 그런 순간들이 끝나지 않을 거
같았는데

집에 날라온 군입대 영장 한장에
우리 사이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아니
내가 멀어져갔던 거 같다
그리고 결국..
그날 우린..



....





그날은 다행히
강당에서 잠을 잔다고 한다 밖에 비가 오기 시작했기에
8시 되어 갈때 조별 간담회를 시작했다
2틀동안 아픈사람이 있는지 건의 사항 등등 얘기 할수 있는


강당 한 구석에 앉아 있는 우리조
여자 애들은 이미 샤워를 하러 간 뒤라
남자들만 조장님과 같이 앉아 있었다


" 남자분들은 아프신 분들 없으신거죠?"
" 에이 없어요 조장님~ 벌써 다치면 애지 애"

" 조장님 저 물집 생긴건 어쩌죠??"


재석이가 오른쪽 발에 생긴 큰 물집을 보여주면서 얘기한다
이틀째인데 물집이 좀 커서 그런지 저걸 어떻게 참았을까 생각도 들었다


" 재석님 물집은.. 음 제가 이따 스텝분 불러서 치료해드릴게요"
" 아, 감사합니다"

" 재석이 넌 물집 잘 생기는 스타일이냐?"
" 피부가 약해서 그런가 신발이 안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두"

" 그래? 니 아까 보니까 걸을때 제대로 안 걷더만"
" 맞아 너 발 끌면서 걸으면 다른곳에도 생기니까 조심해 임마"

" 헤엑? 물집이 왜 이렇게 커!??"


그때 마침 샤워를 마치고 온 우리조 여자애들 중 새미가 먼저
와서 재석의 발에 있는 물집을 보면서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조에서는 물집이 있는 사람이 지금 재석이 밖에 안 생겨서
그런지 다들 신기해 보였나 보다


" 모르겠어요 이거 그냥 바늘로 터뜨리면 안되나"
" 너 혼자 하지 말고 스텝분 오시면 그때 같이 치료해 "



그렇게 여자 애들까지 모인 우리조의
간담회가 시작되었고
각자 불만을 얘기하는데 가장 많았던 게



" 물이요! 물!! 왜 물을 안 줘요!!?"


동선이가 강하게 조장에게 항의를 하고 있었다
전부터 느꼈지만 동선이는 쉽게 갈증을 느끼는 거 같아서
항상 물을 찾았지만 스텝분에게 퇴짜를 맞을뿐이였기에


" 물은 이제 저희가 개인마다 하루에 드리는 양만 드리고 있어서
어떻게 보면 양이 좀 작을 수 있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수분 중독증에
걸릴수도 있어서 다 나눠드리긴 어려습니다"

" 아니, 이렇게 더운데 그정도 물로 어떻게 행진을 해요!?"
" 얌마! 너만 그래 너만!! 다른 사람들은 잘 버티잖아"

" 그래도 형님! 개인도 중요하잖아요!"
" 너 물 다 원할때 마자 주면 다른 사람들까지 줘야 하고 그러면
무슨 물만 먹다 행진 다 할래? 그렇게 주는 이유가 있다고 하잖어"

옆에 있던 칠현 형이 말하고 있지만
사실 칠현형은 물을 잘 안 먹는 스타일인거 같아 보여서 그런지
어쩌면 잘 버티고 있었던 거 같아보인다


" 아무튼 그점은 저희도 건의해서 좀 더 효율적으로 드리는 쪽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뭐 다른 의견 혹시 있으신가요?"
" 밥이요!밥! 아니 밥이 무슨..."

" 네 조장님 다른 의견 없습니다! 하하핫"


칠현형이 동선이 입을 막으면서 급하게 마무리를 한다
저녀석 한번 말하면 끝도 없이 건의사항이 나오는 거 같길래
막는거 같아보였다

그리고..



" 음 다른 특별한 의견 없으시면 따로 저한테 얘기해주셔도 됩니다~
이것으로 마치고 이따가 연희님이랑 인호님은 잠시 인터뷰 한다고 하네요"

" 인터뷰요? 그게 뭐에요?"
" 그냥 지금 데이트 하는 사람에 대한 호감 정도 얘기하는거 같아요 하하핫"


" 오오오올~~~~"


조 분위기가 우리 둘을 몰고 가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었다
순간 연희 표정은 기분이 나쁜듯한 표정이였고 나 역시
그냥 무표정으로 듣고만 있었다

" 아 그냥 가서 자신의 생각만 얘기하면 되죠?"
" 네 아마도 내용까진 모르지만 질문이야 뭐 뻔하죠"

" 오메 인호랑 연희 서로 뭐라고 할까나"
" 큰오빠 자꾸 몰아가지 마요 쫌!"

" 연희야 오빠도 괜찮은 놈이긴 하지만 인호도 괜찮으니까
잘 생각해봐~ 이래저래 되면 좋잖냐"
" 아 진짜! 죽어요!!"


큰형님은 도중에 죽일듯히 달려오는 연희를 피해 도망가고
둘은 강당에서 추격전을 찍고 있었다


" 저 연희님!! 재현님 이쪽으로 오세요~!"



다시 조장님이 제지하긴 했지만..






" 오빤 어때요?"
" 응?"

" 연희랑 오늘 데이트하면서 어땠어요~"


내 옆에 앉아 있던 새미가 궁금한듯
물어본다


" 뭐 어떻긴 그냥 그렇지"
" 정말? 둘이 같이 밥 먹고 같이 걸어가고 그랬는데!?"

" 야 너가 상상하는 그런 장면이 아니니까 걱정마"


달달할거 같은 장면을 생각하고 있지만
계속 우린 티격태격하면서 마치 이혼직전 부부 같은 느낌이였을 거다

식판으로 안 때린게 다행일지 모르는


" 아 나도 신청하고 싶었는데"
" 동선이 너 임마 왜 날 추천하고 그래 그러니까!!"

" 아니 근데.. 재현이형이 그러는데 형이 불쌍하게 느껴지잖아요"
" 뭐가?"

" 오빠 모쏠이라면서요 태어날때부터 지금까지"
" 뭐!?.. 누가? 큰형님이!?"

" 응응 그래서 우리 모두 수긍하기 했고 오빠한테
배려한거죠"



이 형님이
그때 왜 그렇게 여유있는 얼굴로 얘기하였는지
알거 같았다 그때.......텐트에 들어가지 말걸....




그렇게 간담회가 끝나고
잠시 레크레이션과 공지를 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게임을 하고 나서 내일 조별로 먼저 먹는 식사 순서를
정하고 우리조는 역시 꼴등이였지만

그리고 인터뷰를 한다고 앞으로 나오라고 한다



" 간단하게 1분씩 질문 드릴게요 이건 이제 나중에 동영상으로
제작할려고 그러는 거니까 간단히! 하겠습니다!"


하아 점점 뭔가 이상하게 되어 가는거 같아
나중에 알고 보니까 인터뷰하고 동영상을 모아서 하나로 편집할 생각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처음보다 친해진 분위기였고 서로 약간 호감있는 거 같은
느낌도 드는 짝꿍도 있었고 아직 어색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민선이는.. 웃으면서 얘기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 무슨 질문이 나올까요 오빠?"
" 에휴 뭐 뻔하지 서로에 호감이 얼마나 있나요? 앞으로의 행동은? 뭐 이런거 아니겠냐"

" 음음 쉽네"
" 뭐가 쉬워?"

" 다 싫다고 하면 되잖아요"
" 야 그래도 내 좋은점이 무한정 많은건 알지만..음음 좀 좋게 얘기해줘!"

" 행진할때 괴롭히고 밥 먹을때 벌레 옮겨놓고 아..진짜 너무 많아...
말할게 진짜 무한정이에요 오빠"


난 연희를 보다가 오른손으로 팔목을 꼬집을려다가
먼저 피해서 인터뷰를 하러 들어갔다


저 꼬맹이가..

....



다음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오늘은 좀 긴 코스로 행진한다고 하니까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한다

조금만 더 가면 목포쪽으로 나아갈수 있을거 같아보였다


" 오늘 공지해드릴게요 길이는 30km고 날씨가 오늘 햇빛이 쨍쨍하다고 하니까
썬크림 잘 챙기시고 도중에 몸 안 좋으시면 근처 스텝에게 꼭 알려주셔야 합니다!"



조장님이 배낭을 정리하고 있는 우리조에 와서 공지를 한다
그리고 나한테 조용히 와서


" 인호님은 오늘 누구랑 가시나요?"
" 저는..8조에 현정 뭔가 그분이랑 간다고 하던데요"

" 어? 다른분이랑 가시네요?"
" 그럼 또 연희랑 가겠어요..."

" 흐음, 연희님은 어제 인호님 골랐던데요??"
" 네?..저를요?"

" 그래서 두분 또 같이 가 실거 같았는데 아닌가봐요
잘 어울리는데 인호님은 아니신가 봐요 하하"





뭐야
이러면 내가..




미안해지잖어..


-



오늘 비가 온다고 하네요
우산 잘 챙기시구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