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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뻐꾸기 둥지에 고용된 새다 한아름 알들엔 내 새끼가 없고 모아온 벌레도 남을 위한 끼니지만 이러코롬 요로코롬 죽어가면서까지 안아프게 낳은 알들을 지켜야 한다 가슴 아래와 목숨으로 보듬어온 껍질들은 이 칠월의 온기에 잠결을 벗을 것이고 그러면 나는 혓바닥을 묶고서 뻐뻐꾹 뻐꾹 소리를 내며 너희를 가르쳐야 한다 우는 법, 웃는 법, 날개를 펴는 법, 날갯짓 하는 법, 벌레를 잡는 법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다보면 어디서 나타난 주인 뻐꾹새가 뻐꾹 뻐뻐꾹 나를 쫓고 다 자란 너희는 나를 잊어 나뭇가지 틈으로 보이는 파랑색을 향해 멋지게 부리를 뻗는다 뻐꾹 뻐꾹 뻐뻐꾹 날아가는 너희 몸에는 어째서 내 냄새가 팔월의 땀내보다도 진하게 묻어있는데 사람들은 손가락을 함부로 뻗고 "저 새는 뻐꾸기 새끼들이다." 하겠지 치명상을 입은 나는 그래도 여기서 알 품는 법을 배우다 보면 언젠가 내 나무로 날아가 알을 낳을 수 있지 않을까 쫓겨난 둥지로 기어들어가버려서 재 털 빛깔도 울음소리도 모르고 마는 나는 뻐꾸기 둥지에 고용된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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