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것은 단지 시간이 흘러서 그런 거야.
내가 열심히 물을 줬고 피워내는 꽃잎 하나하나 떨어질라 조심하고,
너의 아름다움을 속삭이며, 넌 내 삶의 이유가 됐었지만
시간은 너그럽지 못해서 결국 시들게 만들었지.
무언가 잘못한 게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도 하고 내 탓을 해도
나 자신에게 잘못을 찾을 수 없으니 필시 흘러가는 세월을 탓해야지.
영원히 빛이 날 것만 같았지만, 그 빛은 바라고 탁해져.
나도 모르는 사이 잘못된 마음을 품은 것일까?
아마 나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야.
혼자 다시 그 바다를 봤다. 여전히 그곳은 벌레가 많고 습해
앉아있던 벤치는 축축하고 걸었던 공원은 원래 그렇게 어두웠나 싶어
아무튼 쓸데없이 사람이 감상적이면 안 되는데 난 안돼
나는 다시 내 마음을 내려놓는 곳을 잃었다.
이제 어디로 가서 궁상을 떨어야 하나.
어딜 가도 편하진 않을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