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메모에는
"잘먹었습니다"

라고 쓰여있었다. 이런...  이게뭐야.

장난 똥 때리나 이뇬이..

이것이 상대방을 공항상태로 만들어 버린다는 꺽기도? 다람쥐?

아냐 그럴리가없어. 메모가 이게 끝일리없어.

근데 메모지 구석구석 찾아봐도 전화번호나 다른 내용따윈없었다.

쉽라.. 내가 고작 잘먹었습니다 요말 읽을라고 그만큼 설레었던가?

아니, 어차피 이 쪽지는 싸이드였어.

뜻밖의 쪽지에 너무 기대했었나봐.

그래, 내작전은 일단 컴플릿 했으니까 일단 연락을 기다려보자..이 앙칼진 뇬..

같이 일하는 형이 하루종일 보챈다.

어떻게됐냐? 오늘 술마시러 가는거냐? 몇시에?

아 좀 있어봐요.. 연락이 안오네요. 거 참..

그날저녁, 퇴근하기 30분전에 드뎌 학수고대하던 그녀의 문자가 왔다!

저기..  짜장면 아저씨 핸펀 맞나요? 오늘 어디서볼까요? 친구랑 같이 나가도 되죠?

형형형 으허허러허 왔어왔어 입질왔어

그녀의 문자에 술약속과 동시에 번호도 자연스레 따게됐다.

번호를 땄으니 이제 남은건 니들이 생각하는 그것만 따면되는셈이지.

알지? 따묵따묵?


밤이 무르익어갈수록 빈술병이 난무했다.

어느덧 시간은 새벽1시를 넘어 가고 있었고 이미 그녀들은 내일 등교를 포기한 듯 했다.

확인사살차 내일 학교 안갈거냔 물음에

동갑인데 왜 반말이냐는 전혀 예상치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동갑이니까 반말하는게 당연한거 아니냐?

그래도 난 존대하는데.. 왜 반말이냐는게 요지였다.

그래, 그럼 지금부터 서로 쌍방 반말하기로 해.


확실친않지만 어쩌면 있을지 모를 오늘밤의 거사를 위해 일단은 빡세게 맥여놓고 볼 일이다.

벌써 3차짼데 미성년자 신분으로 술마실수 있는 술집을 3군데밖에 뚫어놓지 못한 이유로 더이상 갈 술집이 없었다.

마음같아선 공원같은데서라도 좀 더 같이있고싶었지만 적절한 밀땅을 위해 이쯤에서 헤어지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게 좋겠다.

3차까지 맥여놓은 술이 아깝지만 난 이렇게 매너있는 놈이다를 어필하고싶었다.

근데 그건 내생각이고.

의외의 복병을 가장한 지원군이 있었으니

형과 눈이 제대로 맞아버린 바로 그녀의 친구였다.

파인애플사에서 언어특허를 낸다고하네요.

한잔더! 요거 언어특허신청합니다.

아... 한잔더 갖고는 언어특허등록이 조금 부족하지요. 기각합니다.

그럼 그녀의 친구가 보완해서 언어특허를 낸다고 하네요.

한잔더!...

...  우리집에서!

특허등록! 땅땅땅!

대한민국 고삐리 남녀들의 로망, 자취방 술판이 벌어질 요량이다.

그땐 편의점도 요즘처럼 많지않아서 술 살데도 많이없었어.

택시타고 술사러 한참을 돌아다니다 겨우 찾은 편의점에서 약간의 소주와 고삐리단골안주3종셋트인 비엔나소세지, 고향만두, 새우깡을 사서 그녀의 집으로 다같이 가게 된거야.

처음가는 집에 갈 땐 휴지를 사가야된다는데

나와 함께 이 휴지를 다 써주겠니? 같아 차마 휴지는 못사겠더라.

커텐이며 침대카바며 온통 분홍으로 도배된 그녀의 방에 드디어 입성.

저 키티이불의 침대..  저곳을 끝판왕이라 내심 정했어.

판자촌의 자취방치고는 꽤 넓었어.

더블사이즈의 침대를 놓고도 남은공간이 성인남녀  4명은 더 누워 잘 수 있을듯 했으니까.

한쌍씩 합체해서 누우면 8명도 가능하겠지.

진실게임이며 왕게임이며 히히덕 거리며 웃고 즐기다보니어느새 새벽4시가 넘었어.

술판이 이정도 진전되면 자연스레 패가 나뉘게되는데 그날도 마찬가지였지.

그녀의 친구와 형은 서로 좋아죽을 기세로 둘만의 대화에 심취해있었고 우리도 아마 그랬던거 같애.

차마 여자방에서 담배 피기가 미안했던 나는 내심 그녀가 따라나오길 바라면서 밖으로 나섰어.

담배피고올게 라고 말해버리면 형이 같이피자며 따라나올게 뻔해서 말없이 일어서며 그녀 앞을 지날 찰라에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는 액션을 취했지.

나 담배피러 가니까 따라나와보시던지 의 늬앙스를 팍팍 풍기며 말이야.

판자촌동네는 살기는 참 엿같지만 산이랑 가까워 공기는 참 좋았어.

게다가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의 선선한 가을바람은 담배맛을 더 달게해주지.

물론 그녀를 기다리는 설레임도 함께였으니 두말할나위가 없었고말야.

마당에 주인집의 것으로 보이는 장독대 옆에 쪼그리고 앉아 흡연 겸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데 얼마지나지않아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어.

지성이면 맨유라더니 그녀가 내 마음을 알아준걸거야.

처음으로 갖는 단둘의 시간이야.

나 처음봤을때 어땠어?

미친놈 같았지?

나한테 왜 말걸었었어? 진짜 나 본 적 있어?

등등..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운지 20분정도가 지났나싶어.

형과 친구뇬의 웃고 떠드는 소리가 언젠가부터 안들린거같다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말소리는 온데간데없이 부시럭거리는 소리, 밥상 밀치는 소리만 방문을 통해 세어나오고 있었어.

설마 아니겠지싶지만 세상사, 설마아니겠지 싶은건 대부분 맞더라니까. 횽이 살아보니 말이다.

그녀도 그 낌세를 느꼈는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리둘 사이엔 시베리아의 냉혹한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어.

벗어나고싶은 이 어색한 분위기를 만끽하고있을쯤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인증소리를 듣고야말았다.

의성어는 생략한다. 생키들아.

암튼 술상 다리가 방바닥 긁는 소리가 난 후

팔꿈치나 무릎으로 추정되는 것이 방바닥을 몇차려 쿵쿵 거리는 소리와 약간의 부시럭 소리가 나더니 이윽코 일정한 빈도의 리듬이 연출됐다.

물론 서로의 것으로 추정되는 의성어도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이대로 앉아있기엔 너무 뽈쭘했다.

그렇다고 이시간에 어딜 가기도 그렇다.

"저기.. 우리.. 잠깐 자리를 피해주는게.."

"그, 그게 좋겠지?"

그녀도 그 상황이 당황스러웠던지 얼른 내 손을 잡고 일어선다. 물론 횽의 똘똘이는 벌써부터..

그렇게 자리를 옮긴 곳은 뒷마당에 있는 연탄창고였다.

창고라고 해서 밀폐된 공간은 아니고 문도없이 비를 피하기위한 지붕과 각 방 호실인듯 해보이는 숫자가 적힌 합판 따위가 전부였다.

근데 더 심각한 상황이 전개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까 장독대 앞을 떠나며 우리가 잠시 자릴 비켜줄테니 하던거 마저 편하게 하시오를 암시하는 듯한 신발끄는 소리를 내어준것이 화근이였나보다.

뒷마당까지 소리가 들리는데 의성어가 다량함유돼
낯뜨겁기 그지없다.

어두운 창고에 쪼그리고 앉은 그녀는 두손으로 얼굴을 가렸다가 두귀를 막았다가를 반복하고있다.

나 역시 어쩔줄 모르겠다.

일단 그녀 옆에 앉았다.

그리곤 그녀의 어깨에 팔을 살포시 얹이는데 이 앙칼진것이 1차방어태세에 들어간다.

아놥 내 팔을 뿌리쳐?

그래도 1차 거부에

의기소침해있을 겨를이 없다.  

저들의 새벽운동이 끝나면 둘중 하나는 틀림없이 우릴 찾으러 나올테고 해가 뜰 시간도 얼마 남지않았다.

이번엔 콤보로 간다.

다시한번 그녀의 어깨에 팔을 올림과 동시에 그녀의 머리통을 잡아끌어 동시에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덮어버렸다.

그녀의 2차방어는 없었고 그렇게 둘만의 달콤한 시간이 이어졌다.

장소가 연탄창고라 머슥했지만 그 달콤함만은 바래지않았다.

그리고 숫컷의 진도 본능에 의거, 그녀의 머릿결을 쓰다듬던 손은 차츰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열일곱 그녀의 얼굴은 실크 그자체였다.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던 내 손은 또다시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목을 타고 그녀의 슴가로 내려오고 있었다.

2차방어가 바로 들어온다.

내 손목을 잡아채는 그녀, 그리고 2차도전..

미안해할까봐 허락을 해주는건지, 좋으면서 아깐 튕긴거였는지 2차방어는 없었다.







다음편에 계속...  

횽 야근 중이다.

틈틈히 쓰고 있는데 아침까지 3편이 나올진 아직 모르겠어.

어쨌든 함 올려보시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