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인어공주 실사판이 나온지 시간이 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보지 않으려고 하다가 몇몇 클립이나 리뷰를 보다보니 얼마나 실망스러운지 혹은 얼마나 의외로 괜찮은 장면이 있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호기심을 별별 것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죠.

그 호기심 따라 인어공주 실사판을 봤습니다.

리뷰를 잘하는 편도 아니요, 리뷰를 위해서 같은 영화를 몇 번씩이나 볼 형편도 아니기에 한번 보고 길게 생각을 하다 리뷰를 남겨볼까 합니다. 근데, 이번 영화는 정말 많은 의견을 요구하더라고요. 본의 아니게 리뷰가 길어진 점을 감안해 주시고, 시간 될 때 슬쩍 보시거나 시간 없으실 때 저 아래의 ‘실망점’ 파트만 짧게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본문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필자에 대해 잠깐 얘기를 하자면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 먹어보는 성격이요,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한번 직접 경험을 해보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며

암만 똥이라도 어느 정도 노력이나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나름 즐기는 편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즉, 실망감은 있지만 완전히 까는 글은 결코 아니며 어느 누구의 리뷰도 각 사람의 감상이나 존중을 한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인어공주 실사판（이하 편하게 인어공주라고 하겠습니다.）은 제게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어릴 때 가족과 즐겨 찾던 레스토랑을 성인이 되어 고향을 다시 방문할 때 발견하였다고 합시다. 어릴 때 먹던 그 맛과 그 분위기가 그립기도 하고,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것은 또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기대감으로 그 레스토랑을 방문하였죠. 그러나, 인기가 많던 그 레스토랑은 오랜 명성 때문인지 가게 간판은 그대로 쓰지만 요리사도 점원도 음식도 재료도 서비스도 분위기도 모두 바뀐 상태였습니다. 이 상태에서 자신이 어렸을 때 경험했던 그 그리움을 다시 느껴보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인어공주.. 이미 캐스팅에 대해 대단한 실망감을 제작시기부터 느꼈던 터라 의외로 영화를 볼 때는 배우분에 대해서는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드래그 머리고 빨간 머리라는 것이 크게 부각되지 않아서（필자가 난시에 근시가 있는 점도 있어서 그런지 진한 갈색계열로 계속 보였습니다. 붉은 색이 보이신 부분 있으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중간 중간 등장인물들이 ‘the Red’ （빨간머리）라고 부를 때, 저렇게 부르면 그 얘인지 바로 가리켜지나? 싶을 정도로 물음표가 띄워지더라고요.

디즈니 원작의 아리엘과는 다른 분위기라서 이미 실망한 점도 있지만, 후반부에는 체념인지 적응인지 물 밖에 나온 후 장면들은 나름 괜찮게 보기도 했습니다.

아리엘역의 노래 중 아쉬운 부분으로서는 ‘Part of Your World’ 부분에서 약간 기교를 넣게 있어서 제 타입의 노래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후에 나오는 ‘For the First Time’ 처럼 오리지널 곡에서는 가수로서 노래실력이 얼마나 좋은지 잘 잡히더라고요. 차라리 오리지널 곡만 있는 배역이면 더 잘하셨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논란의 배우분이 생각보다는 괜찮은 편이라는 겁니다. 그래도 배우로서 보다는 가수로서 잘하셨습니다.

영상미에 대해서는 솔직히 저는 아리엘 꼬리 CG가 맘에 들어서 CG 보려 갔습니다. 바닷속에서 흔날리는게 머리가 아니라 지느러미라서 물결따라 움직이는거 구경하는게 재미있드라고요. 원작의 머리카락보다는 흔들림 연출이 아쉽지만, 그래도 그래픽은 항상 재미있는거 같습니다. 특히, 꼬리부분에 살짝 그라데이션 있는거 좋더라고요.

아, 대단히 실망했던 부분 알려드릴까요?

‘Under the Sea’ 노래는 인어공주에서 1혹은 2위로 유명한 곡으로 한번쯤 들어본 곡으로도 유명하죠. 근데 그 곡은 ‘난 이 영화에서 연출 하고 싶지 않다’가 절실히 느껴졌습니다.

애니메이션 버전에서는 노래로 마음을 돌리려고 별별 뮤지컬 분위기를 살리던데 실사판은 다큐멘터리를 찍어오더라고요.

그런데, 바닷속이 동화속 바닷속이 아니라, 그냥 바닷속입니다. 아틀란티스가 아닌 산호초이고, 어류도 그냥 어류예요.

실사니깐 그럴 수 있다 하겠지만, 네셔ㅇ지오그래피나 디ㅇ커버리 다큐의 바닷속, 그러니깐 진짜 바다가 더 이쁩니다..

연출에 노력이 크게 안 보였다는 겁니다.

아니, 모아나의 ‘샤이니’ 연출만 봐도 바다와 심해 연출 잘할거 같은데, 이번 영화에서는 왜 바다 별거 아니네 뭐, 뭐 있는데?가 느껴져서 제가 아리엘이라도 바다에 흥미가 생길까?였습니다.

<다른거 제쳐두고 실망점>

영화의 단점은 연출이라고 봅니다. 뮤지컬도 다큐도 아니고  감독의 재량이 무엇인지도 확연히 보여주는 장면이 없어서 영화를 보면서도 지금 뭘 보고 있는가 의문이 드는 점이 한 둘이 아닙니다.

그래도 인어공주（2023） 영화에 대해 제가 실망감을 제일 느꼈던 부분은 이게 ‘디즈니 100주년 기념’ 때 나온 실사판이라는 것입니다.

100년이란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얼마나 다양한 어른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며 얼마나 많은 문화를 만들어 냈을까요. 엘사 신드롬이라는 하나의 문화 흐름도 벌써 10년 5년이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 유구한 역사를 가진 대단한 브랜드 아니 트랜드 자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디즈니가 100주년 기념 때 실사판으로 내놓은 것이 수많은 논란을 끌어온 ‘인어공주’라는 것입니다. 차라리 누가 배역을 맡든 무슨 일이 있든 그걸 다 억누를 만큼의 환상적인 연출과 경험을 가져다 준다면 역시 디즈니다라는 말이 나올텐데, 사람들이 우려하는대로 나온 것이 정말 큰 단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이런 저런 말들, 특히 이 영화를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지 마는지 고민까지 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 실망스럽습니다. 논란들을 외치는 사람들은 디즈니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을까요? 어떠한 형태로든 한번은 유년시절 디즈니를 접한 사람들이 오늘날의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화나게 한다는 것이 가장 손꼽는 실망 점이라는 겁니다. 꿈과 환상을 심어주던 곳이 이제는 그 꿈과 환상에서 현실을 구별하라고 외쳐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큰 기업이 된 만큼 마치 스스로를 미디어계의 신처럼 군림하는 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에게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자신이 원하는대로 주는 신이요.

앞으로 디즈니가 우리에게 줄 100년, 10년, 1년이 두려워 지는 것이 실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