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까지 본 영화 중에 가장 충격적인 오프닝을 꼽으라면 나는 늘 이 영화를 꼽는다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당시엔 국내 호러영화 커뮤니티 에서도 꽤나 말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오프닝도 오프닝인데 이후의 장면들 때문에 이 영화만큼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던 영화도 드물었던 것 같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2001년의 일본,시부야 역에서 54명의 여고생이 지하철 역에서 집단 자살을 한 사건 이후 도쿄 전역에서 동시다발적 자살 사건이 터진다.
이를 단순 자살 사건이 아니라 생각한 경찰들은 수사에 나서게 되고,주인공인 형사에게 어린아이가 전화를 해 계속해서 다음 사건의 장소와 시간을 알려준다는 내용이다
내용 자체는 정말....소노 시온 감독의 팬이긴 하지만 좀 불편한 내용임은 맞다
뭔 '이유같지도 않은 이유'를 들이대며 다양한 방법으로 자살을 하는 인간 군상을 계속 보여주는데 이게 불편하지 않을리가...?
특수효과도 이때는 저예산인지 몰라도 그닥 좋은 편은 아니었다.
사람이 옥상에서 뛰어내렸다고 뭔 물풍선 터지듯이 너무 과장되게 피가 튀는 것도 그렇고,애초에 그 가짜피도 피가 아니라 정말 떡볶이 국물 같은 （.....） 색깔로 나와서 더더욱 영화에 몰입하기 힘든 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름대로 감독이 각 잡고 메세지를 넣으려고 했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이 아래로 스포일러 주의）
중간에 영화에선 한 여학생이 학교 옥상에서 자살을 하려고 하자 어른들이 우르르 몰려와 그녀를 설득하려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학생이 말하길 "나는 자살클럽이야.그러니까 나도 자살할거야" 라는 말을 내뱉는데,나는 이 대사가 꽤나 의미심장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딘가에 소속된 사람이다 -> 그러니까 그 집단의 목적을 따라간다,라는 말에서 '나' 라는 개인의 의지나 정체성은 이미 소멸된지 오래이다
극 중에서 주인공 형사에게 전화를 거는 어린아이는 끊임없이 계속해서 "당신과 당신의 관계는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건 아마도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이 아닐까 싶었다
특히 공동체 의식을 중요시하는 아시아 국가에서는
예를 들어 '모두가 Yes 라고 말 할때 혼자 No 라고 말하는 것' 을 극도로 싫어한다
집단이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의지를 모두 상실한 시대.그리고 이것이 극단적으로 변하여 '자살 클럽' 이라는 집단에서 '나'의 의지를 모두 거세당한 채 끌려가야 한다면,그럼에도 당신은 그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
"당신과 당신의 관계는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은,바로 그 집단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났을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묻는 질문이라고 생각된다
A라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는 누군가의 자식이자 부모이며 누군가의 은인이자 원수이고 누군가의 친구이자 적수일 수 있겠지만
그 다른 '누군가' 라는 관계성이 단절 됐을때,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다면 대체 뭐라고 답해야 할까?
이 관계성을 하나의 옷이라고 표현했을 때,그 옷을 벗어던졌을 때 A의 정체성은 대체 무엇이라고 말해야 좋을까?
'이름'은 어디까지나 그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에 불과한데,A는 과연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라 말해야 옳은 걸까?
이는 결과적으로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라는 말과도 일맥상통 하는 부분이 있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이 부분은 영화 내에서 '유행하는 아이돌 그룹'의 노래 가사에서도 계속 암시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가장 소름 돋는 부분이 영화의 마지막에 사람들의 벨소리가 모두 이 아이돌 그룹의 노래로 흘러나올 때 였다
'유행' 이라는걸 감독은 그냥 유행이니까,라며 그 흐름에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는 사람들.
영화는 결과적으로 아무리 해도 바뀌지 않는 세상을 보여준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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