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내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다.
무슨 일을 하길래 아침이 돼서야 집으로 돌아가는지 의문을 품는다면 기대를 버리는게 좋을것이다.

나는 그저 그 흔하디 흔한 피시방 아르바이트생이다.

11시에 출근을 하고 카운터에 앉아 컴퓨터로 시간을 때우고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무전취식을 호시탐탐노리는 악의적인 무리를 감시하는 ‘척’을 하며,
1시간에 5500원을 받는 흔한 알바생일 뿐이다.

나에게 특별한 점이있다면 나는 그림그리는것을 좋아하고, 보는것도 좋아하는 미대생이다. 그런 내가 왜 이런곳에서
아르바이트나 하고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나는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군대에 들어가 군생활을 하고있었을 나이고, 시기이다. 하지만 나는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남들 다가서 고생하고 있을 순간에도 놀고먹으며 아르바이트나 하면서 세월을 낭비하고있다.

1학년 1학기를 보낸후에 예정대로라면 입대를 했겠지만, 입대를 하기에는 신청자가 너무많아 내년 1월에 입대를 하게
되었고, 그 덕분에 나는 지금 1년 가까이 백수로 지내며 21살짜리 군미필 21살 모태솔로 아르바이트생 신세가 된것이다.

내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현재 대학교2학년을 지내고 있다.
시간이 남아도는 나에게 차라리 지금 대학을 다니지 왜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는지 묻고싶다면 실상은 이렇다.
흔히 말하는 가난한 집안에 그림을 좋아하는 어린아이로 시작한 나는,


집안사정에 비해서 너무나 학비가 비싼 사립 미대를 들어가게 되었다.
한 학기 학비는 무려 530만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을때 5개월 내내 하루 10시간씩 주 5일을 해야 벌수있는 돈이었다.
부모님은 형과 누나, 나까지 세명의 남매를 낳으셨고, 당연하게도 가난한 집안형편에 의해서 나는 자연스럽게 학비를 대출받고,
또 자연스럽게 휴학을 하게되었다.

휴학이라는게 참.. 뭐랄까 무의미 하다고 해야하나, 나는 학교에 다니지 못한 후부터 완전한 잉여인간이 되었다.
열심히 배워놓은 미술과, 남들에게 뒤처지지않는 솜씨를 가지고있다고 자부하고, 인정받아왔던 나지만,
학교가 멀리있고, 자취방을 구할 돈이없어 집에서 학교까지 먼거리를 통학하다보니, 나의 성적은 당연하게도
바닥을 쳤다.

바닥을 친 점수는 곧 부모님의 실망으로 이어졌고, 군대나 가라며 휴학계를 내고 지금까지 학비를 벌기위해 아르바이트나 하게된 것이다.

휴학계를 낸것은 작년 8월, 정확히는 2013년 8월이다. 현재는 2014년 5월이고, 난 거의 9개월을 낭비한것이다.
입대예정은 2015년 1월, 지금 현재로부터 8개월이 남은 이 시점에서 나에게 최선의 선택은,

8월달에 있을 2학기를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학비를 모아 입학을 하는것이다.

피시방알바를 한달동안 하면 벌수있는돈이 120만원, 3개월동안 일을 하고 한푼도 안써도 360만원이다.
그렇게 되면 남은 180만원은 어떻게 할것인가, 이것은 난 더 이상 생각하기도 싫은 현실이다.

가끔씩은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 대체 대학이 뭐길래 이렇게 사람의 피를 말리게 하는지, 대학을 다니기위해서 난 젊은 날들의 소중한 시간들을 이런식으로 낭비를 해야하는지.. 이런 야속한 현실속에서 산다고 해서 내가 인생의 마지막이 오기전에 행복을 마주할수 있을지.. 여러 고민을 마음한켠에 항상 두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는 왜 이렇게 가난한걸까, 왜 이렇게 나태한걸까, 내 자신을 한탄하고 고쳐보려고 단점을 보안하려고도 해보지만,
여러 시행착오 끝에 내 자신은 워낙에 천성이 이런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런 나임을 잘알고 있음에도 불과하고 나는 꿈을 가지고 살아왔다.
말하자면 나의 이상향이고 목표이며 삶의 마지막에 만족감을 느낄만한 것들을 꿈꿔오며 언젠가 이런날이 오겠지라고
믿어오며 현실의 나를 부정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뒤에는 산이 앞에는 바다가 있는 풍경과 그것을 여유롭게 즐길수 있는 아늑한 집과,
어른스럽고 편안한 아내와 음악을 사랑하는 자식들을 낳고, 내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으로 마음대로 움직이고,
내가 원하는 날 원하는 도구로 그림을 그릴수있는 자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어떤 이에게는 작고 사소한 꿈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한번도 그렇게 살아온적이 없는 나에게는
이것이 인생의 목표중 하나가 될수있다고 남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다.

내가 이렇게 생활하고 있는 이순간도 그날을 위한 밑거름이 될거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안일하고 불분명한 목표를 이루기위해서 내가 실질적으로 이루어낸 일이라면

초중고졸, 대학교에 진학하였고, 1학년1학기를마치고 휴학계를 낸것 까지이다.

참으로 아주 간단한 스펙이 아닐수가 없다.

나는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당장내일부터 시작할 생각이 없다는점에서
나는 나태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체 현재에 짧은 쾌락만을 위해서만 살아가고 있다.

내일부터는 조금 더 내 자신을 바꿔보자. 그리고 내 자신을 가꾸어 나가자. 나의 목표를 위해서 노력해보자.
나는 할수있다. 모든 위인들이 자신의 부족함을 인지하고 자신의 특기를 살려 위대한 일들을 성취한것같이
나도 같은 사람으로서 몇 번의 시도와 몇 번의 실패를 겪어가며 목표를 이루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