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웃대님들
오랜 기간동안 웃대 웃자 글들을 보면서, 하루하루 소소하게나마 웃음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눈팅만 해왔다가, 오늘 작은 결심을 해서 웃대에 처음 글을 써봅니다.

사실 제가 웃대에 가입을 하게 된 것도,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예전에는 생각도 해보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웃긴 자료를 보면서 조용히 추천이나 누르고, 웃고 갈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웃대에 고민상담같은 진지한 글들을 여러번 보았고, 거기에 달린 욕들도 보았기에 사실 이런 글 쓰기가 조금은 겁이 나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가 겪고 있는 상황은 분명 제 인생에 있어서도 최악이 아닐테고, 웃대에서 본 많은 힘들어하는 분들의 이야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글재주가 미흡해서 어떻게 글을 조리있게 잘 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저 이 답답함을 어디 풀어놓을 데가 없어서 이렇게 익명성에 기댄 채로 글을 씁니다.










우선 저는 2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 군대도 갔다왔고, 얼마전에는 대학교 졸업을 했습니다.지금은 취업 실패와 스러져가는 인간관계, 무력감 등등으로 힘들어 하고만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것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는 딴짓안하고 성실히 하고, 남한테 피해 안주면서 살려고 해왔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있는 동안에도 일은 잘 풀리지 않고,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을 하면서 더욱 막막해지더군요. "이제는 대학이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을 수도 없다. 취업을 위해서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뿐이다"라는 나름의 절박함도 들더군요. 졸업하고는 스스로를 철저하게 통제하면서 지내왔습니다. 술도 끊고, 주변에 나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을 본받아가면서 나 자신을 채찍질해왔습니다.

이런 저에게 부모님께서는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차근차근 하라고 하시더군요. 부모님께서 염려하시는게 괜한 것도 아닌걸 알기에 저도 침착해지고 싶었지만, 마음만은 계속 조급해져갔습니다.


고향땅 떠나서 타지에서 생활하다보니 모든 부분에서 돈이 필요했었고, 그 경제적 부담은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는것으로 해결했습니다. 내가 빨리 잘되어야, 부모님의 걱정도 덜어드릴 수 있다, 당장은 어쩔수 없는 부분에 신경쓰지 말고, 내가 정말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이런 마인드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세상사 원하는데로 되는 것은 아니더군요.

타지에서 지내면서, 거친 식사와 편치 않은 잠자리, 친구들과 떨어져가는 외로움, 장래에 대한 불안감, 이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는 막막함, 부모님의 지원에 대한 감사함과 부담감. 책임감 등등..

이런 감정들을 어느 누구한테 속시원히 말할데도 없이, 저는 점점 지쳐갔습니다.

그러다가 여러가지 상황들이 겹쳐져서 더이상 견디기 어려운 일들을 겪었습니다.

그나마 같이 취업준비하면서 서로 힘이 되어주리라 생각했던 인간관계가 사실은 저혼자만의 착각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취업스트레스가 심한 친구가 결국 자기를 절제하지 못하고 난동을 부렸고, 저는 거기에 휘말려서 크게 다칠뻔 했습니다. 거기에 큰 심적 상처를 받았었고, 친구는 그에 대해 어떤 사과 한마디도 없이, 제 약함을 탓하라며 그 일을 잊어버리라고 하더군요.

심적인 충격이 정말 컸습니다. 외로움이 큰 순간에 친해졌던 친구의 뜻밖의 모습, 취업실패로 인한 스트레스로 사람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나니 저또한 저렇게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이런 문제로 스트레스가 장난아니게 심해졌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고시원에서 담배피는 사람의 부주의로 자다가 영문도 모른채 죽을뻔 하고나서는 제 삶이 엉망이 되어가더군요. 분명 예전같으면 다시 일어나서 훌훌 털고 갈 일들인데도, 지금의 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시들어가기만 합니다.

정신차리고 다시 공부하려는데 자꾸 눈물나고 가슴아프고 미래가 너무막막해서 무력감, 슬픔, 답답함, 외로움 등등 부정적인 감정만 생겨납니다.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공부를 해야되는데 감정 컨트롤이 전혀 되지가 않네요.
이런 감정이 자꾸 생겨나니까 정말 제 자신이 쓰레기처럼 느껴집니다.
이러다가 어떻게 되버리는게 아닐까（자해를 한다거나）, 갑자기 폭력적으로 되지는 않을까?

이러한 잡념들로 힘들어지네요.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 제 자신이 걱정되고 두렵습니다.

잠을자도 개운하지가 않고, 오직 제 정신적인 문제라 어디다가 얘기할 일이 아닌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힘들어지니 염치가 없어지나봅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경험들도 담아두기만 하기에는 너무나도 답답해지더군요.
무슨 각성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하루종일 잠을 못자고, 정말 피곤해져도 몇시간밖에 잠들지 못합니다.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구요.


누군가의 따뜻한 응원이 그리워진 탓일까요.
도저히 이대로는 버티기가 힘들어서 부족한 필력으로나마 글을 써봤습니다.











분명 예전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을거라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버텨왔습니다만,
요즘은 그런 희망어린 생각들만으로는 점점 버티기 힘들어지네요.

잘 살고 싶은데, 부모님 고생해온거 생각하면 제가 아직 갚아야할게 정말 많은데 이렇게 허우적대기만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 욕심일 수도 있지만, 지금 제가 준비하는 분야는 아버지께서 종사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당신 젊은 시절에는 힘들기도 했지만, 가정을 꾸리고, 지금은 제가 존경하는 아버지처럼 살고 싶었거든요.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지만, 아버지께서 열심히 일하시던 모습은 제게 큰 귀감이 되었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야로 준비중이었는데, 위에서 쓴 것처럼 지금은 저 하나도 추스리지 못한 채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저보다도 훨씬 어려운 분들도 많은데, 제가 이런 부탁드리는게 정말 염치없다는 생각이 지워지지를 않네요. 그렇기때문에 뻔뻔해 보일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히 부탁드려도 될까요?
다시 일어서고 싶습니다.
제가 인생이라는 거대한 과업을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금 더 힘내도 괜찮다고 그런 한마디를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