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쿠키 지른 지는 꽤 됐는데, 작가가 따로 글 남기는 공간이 새로 생겨서 둘러보다가 위의 글을 보고 열렙전사 결말 부분 다시 보느라 늦음

 혹시 열렙전사를 완결까지 쭉 봤던 사람이라면 맨 마지막에 이상한 3천 년 후 설정이 있었다는 걸 기억할 거임. 차기작에 대한 떡밥인데 연결이 너무 생뚱맞기도 했고 하나도 기대가 안 됐음. 독자들은 열렙전사의 이야기와 묻혀버린 떡밥들이 궁금했던 거지 다른 건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래서 당시에 후반부 전개가 왜 이렇게 날림으로 진행됐는지, 떡밥들은 왜 유기된 건지 묻는 Q&A 베댓들이 많았음.

 마지막화 직후 Q&A에서 작가가 작품의 문제점들이 자신의 역량 부족 때문이었음을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고 그런 불만이 많이 사그라들었음. 그런 소통도 없이 결말 망쳐 놓고 튀는 케이스도 아니고, 첫 작품부터 완벽하기도 어려우니까 '그래도 재밌었다.' 정도로 넘어갈 수 있었음.

 그리고 작가가 말한 대로 '3천 년 후' 설정은 삭제하고, 공원호가 게임을 만들어내는 장면부터 '열렙전사 3부'가 다시 시작됨.（혹시 완결된 '열렙전사'에 추가된 열렙전사 3부 티저를 못 봤다면 그것부터 봐야 함） 덕분에 독자가 기억하던 열렙전사의 이야기를 이어 볼 수 있게 됨. 열렙전사 3부의 프롤로그와 1화를 통해 작품의 기본 설정을 보여주는데,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설정 풀이를 압도적인 분량으로 커버함. 전작과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확인하고 적응하는, 이제 막 시동을 거는 단계.

 작품 설명이 길어졌지만 유료 연재분을 보고 어떤 느낌이었는지, 이 작품을 누구에게 추천하는지를 말하려고 글을 썼음. 그러니 사실 여기서부터가 본론임.

 꿈과 현실을 오갔던 전작과 달리 현실 자체가 게임이 돼버린 설정이, 특히 인물들의 기억이 전작에서 지금 작품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가 조금 낯설고 거추장스럽게 느껴졌었는데, 보다 보니 그런 어색함은 싹 사라짐. 유료분 베댓 중에서 '이것도 일종의 회귀물이다. 다만 우리가 100% 공감할 수 있다.'라는 평이 있었는데 그 말이 이 작품에 대한 가장 간결한 평인 것 같음.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미 느꼈겠지만, '열렙전사 3부'는 전작을 봐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음. 전작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작품을 접하는 데 문제는 없겠지만 되게 불친절하게 느껴질 것 같음. 그래도 보다 보니 재밌으면 전작도 궁금해져서 보고 오게 될 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열렙전사 3부'는 전작 '열렙전사'를 본 독자들을 위한 작품이라 느껴짐.

 그러면 전작을 지켜봤던 독자 입장에서, 특히 결말 부분에서 전개가 망가지던 모습을 기억하는 입장에서, '열렙전사 3부'를 믿고 볼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2가지를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음.

 1. 루시드 어드벤처를 여행하던 때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는가? Y

적어도 지금까지 연재된 부분만큼은 전작에서 느꼈던 한창 때의 재미가 확실하게 살아 있음. 열렙전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해져서 개인적으로는 계속 볼 듯함.

 2. 떡밥만 뿌려두고 전개를 말아먹던 문제가 해결되었는가?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나도 모름. 이 작품이 어떻게 결말로 달려갈지 계속 지켜 봐야 알 수 있는 문제임. 전작에서 말아먹은 전적이 있지만 본인의 역량 부족이었음을 인정하고, 피드백을 반영해서 재미없는 부분을 과감하게 컷 해내기도 했으니 적어도 전보다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함. 그리고 내용이 이어지니까 전작에서 묻혀버린 떡밥을 이번 기회에 다시 회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함. 만약 그런 부분까지 이번에 확실하게 챙긴다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음.

 여튼 지금 봤을 때 '재밌었음'. 열렙전사를 한창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남아있다면 3부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음. 다만 전작을 못 본 사람은 전작을 먼저 보고 올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