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 모 대학교에서 부교수로 있는 tjung 입니다. 과는 컴공이고, 주전공은 암호학, 블록체인 등등 입니다.

말머리에 [교수글] 이라고 쓰면 한번이라도 더 클릭해주실까 싶어서 어그로 한번 끌어봤어요.

양자 컴퓨터가 현존 암호체계와 보안체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간단히 설명해보려 합니다. 최대한 간결히 설명할거라 엄밀하지 않은 부분이 많을 예정입니다. 

웃긴 내용은 아니지만, 대학 내용이니 （제가 강의하는 내용도 있어용）, 웃대에 올려도 되겠...죠?

현존하는 전자서명 （웹싸이트 들어갈때 초록색 자물쇠 아이콘 보이는데, 그거...）은 웹페이지이던 어떤 내용이던 이게 "내가 아는 그사람" 에게서 전송된거고, 전송과정중에 변조되지 않았다는걸 증명해줍니다. 

* 비트코인에서는 이 전자서명을 이용해 "돈을 가진 사람만이 그 돈을 쓰는 거래를 생성할수 있게"  합니다.

이 전자서명을 만들려면 인증서/공개키에 해당되는 비밀키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인증서/공개키에서 비밀키를 만드는건 소인수분해 문제 혹은 이산로그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이게 일반 컴퓨터로는 적어도 몇십년, 길게는 몇백년 까지 걸립니다.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를 이용한 양자 알고리즘으로는 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수 있습니다. 소인수분해 혹은 이산로그 문제에 한해서 특정 주기가 발견되는데, 모든 가능한 값들을 큐비트에 중첩상태로 저장하고, 이 큐비트를 양자회로에 넣고 계산한 다음, 양자 푸리에 변환을 적용하면 저 문제들의 주기에 해당하는 정보 （=해답）가 진폭에 엄청 강하게 나타나는 간섭이 생깁니다. 저주파부터 고주파까지 다 쏜다음에 진폭이 강하게 진동하는걸 찾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한 5백만에서 2천만 큐비트 정도 있으면 현존하는 전자서명에 쓰이는 비밀키를 유의미한 시간 내에 （예: 며칠내로） 계산해낼수 있습니다.

전자서명은 비대칭키 암호화에 기반합니다. 자세한 설명은 재미 없으니 （위에것도 그닥 재미있진 않지만...） 생략하고... 그것과는 궤를 달리하는 대칭키 암호화라는게 따로 있습니다. 

* 애초에 대칭키 암호화가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RSA를 만든 R 이 （MIT의 교수이고, 아직도 현직에 있습니다） RSA를 만들면서 비대칭키 암호화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것도 웃겨요. 비대칭키 암호화 만들려고 한 2년 개고생하다가 못만들고, R이 （Ron Rivest） 어느날 와인에 엄청 취해서 알딸딸한 상태로 소파에서 비몽사몽 하다보니 아침에 영감이 떠올라 만들어낸게 RSA 암호화이고, 이게 （거의） 모든 비대칭키의 기반이었습니다. 근데 또 웃긴건 이것보다 6년인가 8년 앞서 영국 정보부에서 거의 같은걸 만들었었는데 기밀로 처리되어서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미국이 다 가져갔죠....

여튼... 대칭키 암호화는 위에 말한 주기가 없기 때문에 아직은 양자 컴퓨터로 무력화 시킬수 없습니다. SHA2, SHA3로 대표되는 해시 알고리즘, AES로 대표되는 일반 암호화 알고리즘 등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얘네들은 양자 컴퓨터가 나오던 말던 똑같이 안전합니다. 무력화 시키는데 3000년 걸리는걸 양자컴퓨터 쓰면 2000년으로 줄일수 있긴 한데... 의미없는 수준이죠.

그래서 양자 컴퓨터가 나와도 해시에 기반한 블록체인 혹은 분산원장은 안전합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비트코인은 전자서명을 이용해 "돈을 쓰는" 방식이기 때문에, 양자 컴퓨터가 지금 당장 나온다면 블록체인에 존재하는 모든 비트코인을 전부다 제 개인 비트코인 주소로 전송할수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공개키로부터 비밀키를 계산하고, 그걸로 적법한 전자서명을 통해 돈을 제 개인 주소로 보내면 되거든요.

개소리일 확률이 99% 입니다. 2020년 즈음에 100-큐비트가 나왔었고, 2023년 즈음에 1000-큐비트가 나왔었고, 2025년 말 현재 6000-큐비트가 칼텍에서 나왔습니다. 근데 이게 물리적 큐비트이고, 양자세계 / 나노세계에서의 간섭때문에 에러가 심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양자 알고리즘으로 전자서명을 변조하려면 2000-4000 정도의 논리적 （에러가 없거나 적은） 큐비트가 필요한데, 그걸 구현하려면 적어도 5백만에서 2천만개의 물리적 큐비트가 필요합니다. 

초천도체가 상용화되지 않는 이상 5백만에서 2천만개의 물리적 큐비트를 달성하려면 아직 적어도 5년에서 10년은 남았습니다.

양자컴퓨터에 내성을 가진 암호화 방법은 정말 많습니다. 소인수분해나 이산로그에 기반한 암호화 방법이 아니라, 난제로 추측되는 NP-Complete / NP-완전 문제에 기반한 암호화 기법이 많은데, 이미 NIST에서는 몇년전부터 표준화를 위한 컨테스트를 하였고, 최종 선택된 몇가지 암호화 방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Falcon이라는 전자서명 방법이 있는데, 이걸 쓰면 양자 컴퓨터가 나와도 전자서명은 안전해집니다. 아마 2030년 전에는 대다수의 전자서명이 표준화된 양자 내성을 가진 전자서명으로 바뀌리라 짐작합니다. 바꾸는게 크게 어려운것도 아닙니다. 라이브러리A에서 라이브러리B로 바꾸면 되는 느낌이라...

결론: 양자 컴퓨터가 나와도 딱히 보안체계가 뚫리지는 않을겁니다. 그 전에 이미 양자 컴퓨터도 못뚫는 암호화 체계로 전환을 완료 했을테니까요.

궁금하신거 있으시면 얼마든지 질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