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국 1,000km를 완주함 비아프란치제나.
그거 아오스타에서 로마까지 걷는건데 무려 1000km 걸음
걷는 도중에 내가 왜 이걸 한다 했을까 몇번이고 후회함
근데도 걷고 또 걷고 또 걷다보니까 진짜 도착하긴 하더라
로마까지 근데 도착했다고 뭔 감동이 있는건 아니었어
산티아고는 울면서 들어갔거든?
그런데 로마는 그냥 와 나 진짜 다 걸었네?
이 생각밖에 없음 인증서 줘서 인증서받고
이름 적힌 종이 한장 받아옴
근데 그거 받았다고 갑자기 감정이 터지는 그런 거 없음
그냥 오 됐네 하고 끝
걷는동안엔 별일 다 있었음 모기한테 10초만에 26방 물림 그거 세고 나 스스로 소름돋음
그리고 물집은 한 다섯번쯤 터짐
엉덩이 쓸림도 심해서 바셀린 겁나 발랐는데
그 와중에도 계속 걸음
Bar 없을때 17km 연속 걷고
중간에 길 막혀서 6km 우회함
바티칸도 진입전에 10시간 넘게 걸었는데
아무도 박수 안쳐줌 나 스스로 나에게 칭찬했음.
로마 도착하고 지금 뭐하냐면
숙소와서 에어컨 틀고 침대에 누움
관광 하나도 안 땡김
진짜 걷는동안은 로마 도착하면 뭐부터 할지 상상했는데
지금은 걍 움직이기가 싫음
순례자친구들이 저녁먹자 했는데
에어컨 너무 세서 나 못 나간다고함
지금도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음
몸이 아니라 마음이 눌려있음 늘어진 오징어처럼
예전에 걷는다고 글 쓴적 있음（그건웃자갔음）
걷는건지 버티는건지 모르겠다고 썼었는데（웃자못감）
그때도 버텼고 지금도 어떻게든 완주하긴 했음
근데 결론은 뭔가 찾은 건 없고
그냥 많이 걸은 기억이랑 좋은 사람들 만난거랑
모기 트라우마랑 발바닥 다 터진 거랑 그런거밖에 없음
그래도 후회는 없음 뭔지는 모르겠는데
이건 내 인생에 박히긴 했음
한국에가면 그동안썼던 일기를 통해 에세이 책을 쓰고싶음
그렇게 책이 출판된다면 진짜로 그때 또 봐줬으면 좋겠음
지금은 그냥 에어컨 앞 늘어진 오징어임
움직이긴 귀찮고 뭘 더 할 생각도 안남
그냥 눕고싶음 근데 그게 내 솔직한 지금임
웃대 글 봐줬던 사람들 다 고맙고 웃자보내놔라.
내얼굴 올려버리기전에🤌🤌

BuenCamino💛 Mai pau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