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재생 시간 맞춰놓긴 했는데 혹시 설정 안 됐으면 4분부터 보셈）

 

겨울의 잘츠부르크...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날씨를 자랑하는 곳...

운이 좋다면 당신은 화창한 하늘 아래 하이디가 뛰어다닐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겠지만...

아마 대부분의 시간은... 

금방이라도 유고슬라비아 파르티잔이 튀어나올 것 같은 짙은 물안개와 함께 걷게 될 것이다... 

오후 세 시....

당시 나는 그런 물안개 사이를 지나...

강 옆으로 뻗은 작은 1차선 도로변 위로 열심히 걷고 있었다..

왜냐... 사전에 내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성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양조장과 그에 딸린 맥주집이...

진짜 존나 맛있는 맥주를 팔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스포하자면... 별로 맛 없었다...）

그렇게 싱가포르 출신 마약밀매상 같은 꼴을 하고...

패딩에 달린 후드를 깊게 눌러 쓴 나는 계속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아뿔싸 씨발....

일부러 사람이 덜 붐비는 시간대에 맥주와 안주를 즐기려던 내 계획은...

맥주집 대문에 적힌 'Closed'와 함께 그대로 폭삭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옘병할... 배는 고프고... 다리는 아픈데...

그래... 일단 끼니라도 때우자...

급하게 구글 지도를 켜서 주변의 맛집을 둘러보던 나는...

근처에 위치한 어느 수제버거집의 별점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잘츠부르크까지 와서 수제버거를...????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런 것을 따질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 따지자면 이게 진짜 현지인들의 맛집이 아닌가...

그렇게 그곳으로 향한 나는 적당한 곳에 앉아... 

메뉴판에 제일 크게 적힌 고기 버거 하나와 사이다（유럽에선 술임）를 시켰다..

그렇게 메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옆자리에... 어떤 노신사 분이 한 분 앉으시더라...

그분은 정말 영화에 나올 것 같은 품위 있는 모습으로...

모자와 코트를 벗더니 점원에게 자신의 주문을 마쳤다...

와... 씹... 나도 늙으면 저렇게 늙어야지...

그런 생각을 하고서 폰으로 만게를 보던 찰나...

그 할아버지가 나에게 영어로 말을 걸길...

'여기서 밥을 먹는구려!'

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 지금 내 모습은 현지인이 보기에 존나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면상이 아무리 봐도 동양에서 온 관광객인데...

관광객이 잘츠부르크에 와서 수제버거를 처먹는다니...

다만 그 노신사가 말하고자 한 것은 단지 호기심이나 경이로움의 표출 따위가 아닌...

나의 훌륭한 안목에 대한 찬사였던 것이다...

노신사는 이 수제버거집의 단골이었다...

어느 요리를 내와도 맛있을 것이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항상 이 자리에 앉아 '오늘의 메뉴'를 시킨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어떻게 이 곳을 알고 찾아왔냐고 물었고...

나는 그냥 솔직하게 주변에 맛있는 집이 여기라고 해서 들어왔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하며...

나에게 맛있는 식사 되라고（Bon appetit） 따뜻한 인사를 건네주었다...

아... 이것이 오스트리아 노신사의 품격?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나 멘붕게임이 이것을 어색한 미소로 넘길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

나는 곧바로 구글 번역기를 켜 독일어로 '맛있는 식사 하세요'를 어떻게 말하는지 찾았다...

그것은 'Guten Appetit'이었다...

허허... 우리나라 말로 치면 '맛있는 쇼쿠지 하세요' 뭔가 이렇게 말하는 느낌이라...

약간 웃기긴 했지만... 어쨌든 나는 노신사분께 그렇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노신사분은 아주 좋아하시며... '땡큐! 당케!'라고 하시더라...

그렇게... 우리 둘은 식사 도중에 가끔 대화를 했다...

그 대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독일어에 관한 것이었는데...

당시 내 여행 계획에 독일어를 쓰는 지방이라고는 바이에른과 오스트리아 뿐이었고...

그래서 나는 노신사분께 이렇게 물었었다...

'저 이런 곳으로 밖에 여행을 안다니는데, 혹시 남부 독일어 표현을 좀 알아놓는 것이 나을까요?'

노신사분은 단호하게 'No!'라고 답하셨다...

그냥... 표준 독일어에서 통용되는 표현을 써도 다 알아듣는다고...

다시 생각해보니 존나 당연한 일이었다...

부산에서 표준어를 쓴다고 못알아듣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그 외에도... 대화 중에 기억나는 점이 있다면...

내 다음 여행의 행선지인 '류블랴나'를... 어르신이 알아듣지 못하셨다는 것이다...

어르신은 '라이바흐'란 단어에 익숙했다...

하긴... 우리나라 어르신들도 '도쿄'라고 하면 못 알아듣고 '동경'이라 해야 알아듣는 분이 계시겠지...

하지만 그분이 '라이바흐'에 익숙하신 것은...

 어쩌면 합스부르크 황가를 섬기던 세대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던 나였다...（사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러려면 100살도 넘어야하니）

키아라 키리누키의 사투리 부분을 보고... 잠깐 여행의 기억이 들어 주저리주저리 써보았다...

방언은 아름다운 것이다... 어디에 사는 만게인이든... 

자신의 네이티브 사투리를 만게에 올려준다면 난 그 자리에서 팬티에 정액을 지릴 자신이 있다...

사투리가 꼭... 천년만년 지켜졌으면 좋겠다....

그 노신사의... 아름다운 오스트로바이에른 사투리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