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때 잘생긴 외모의 남자 선생님이 있었다.

키는 좀 작고 똥똥했지만 잘생겼었다.

그런데 대머리임..완전 달걀은 아니고 우유광고에 나오는 밀크크라운같은...

이 선생님은 인기가 좋았다.

체벌이 만연한 시대라 때리지 않았던건 아니였지만 몇몇 선생님들과는 다르게

체벌에 감정을 싣지는 않았으니까（그정도만 해도 그당시에는 아이들에게 호감이었다.）.

욕도 많이 했지만 유쾌했다.

각설하고..

이 선생님은 가끔 수업시간에 우리들과 도박을 했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사지선다 객관식 문제를 내고 원하는 애들이 100원씩 걸게 한뒤

맞춘 사람에게 300원을 줬다.

걸수 있는 돈은 100원..50원도 안되고 200원도 안되고 무조건 한명당 100원..

그당시 우리반 인원이 50명이 좀 넘었는데 보통 4천원 정도가 걷혔다.

우린 수학을 배우고 있었으므로 기대값이 100원이 못미치는 선생님에게 유리한 도박임을 알면서도

무료한 수업중 엔돌핀（그당시에는 도파민이라는 말을 몰랐다.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모른다.）을

치솟게 만드는 그 짧은 유희에 웃고 안타까워하고（울지는 않음.） 했다.

문제는 보통 이랬다. 선생님이 어제 가족들과 노래방을 갔는데 가장 점수가 잘 나온 노래는?
또는 선생님이 출근하는데 앞차가 무리한 끼어들기를 해서 사고가 날뻔했는데 그 때

선생님이 한 욕은? 뭐 이런것들..

참고로 2번 문제의 정답은 "저저 똥물에 튀겨죽일 개 호로새키!" 뭐 이런거였다.

선생님은 문제를 내고 정답을 적은 쪽지를 반장에게 맡기고 칠판에 각 문항 옆에 100원을 건

애들의 번호를 적고 발표 후 정답을 맞춘 애들에게 300원을 줬다.

이 도박은 보통 일주일에 두어번 정도 이루어졌고 한 수업시간에 두번은 하지 않았다.

선생님의 말로는 우리가 도박중독자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 했는데 이걸 선생님이 어기고

하루에 두번 한 날이 있었다. 이날은 선생님이 담배값을 챙겨오지 않은 날이었다.

키도 작고 대머리였지만 그당시 이 선생님은 내 이상형이었고（다시 말하지만 잘생겼다.）

지금 내 옆에는 그 선생님과는 닮지 않은 키작은 대머리 남편이 자고 있다.

이 때의 일이 생각난 이유는 고등학생인 우리 아들이 어제 스마트폰으로 사다리? 도박을 하다가

나에게 들킨 탓이다.

금액은 보통 만원. 가장 많이 걸었던 돈은 3만원..

아이는 그냥 재미로 했다고 친구들도 다 한다고 했다.

반에서 도박을 하지 않는 아이들보다 도박을 하는 아이들이 더 많다고 하고

친구들과 돈을 모아서 더 큰 금액을 걸고 하는 경우도 있어서 여기에 끼지 못하면（?）

그게 따돌림의 원인이 된다고도 한다.

난 남편에게 아이의 훈육을 맡겼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아이 방에서 나온 남편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알아듣게 잘 타일렀다고 했다.

중학생 때가 떠올랐다.

단돈 100원을 건 그 도박을 다음 수업시간에 또 하지 않을까 하며 기다렸던 나를.

아이가 또 도박을 할까 두렵다.

시대의 흐름일까? 난 분명히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이러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어떻게 이야기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렸을 적에는 엄마 아빠 선생님들 어들들은 참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난 나이를 먹어도 아직 어른스러워지지 못한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