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의 '린'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듭니까?
복장이 참 거시기하네,
칼 두 자루 들고 있고, 막 닌자 그런건가,
그런 생각들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저건 일본도 모양이 아닌데?'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디자인 요소들이 조금 더 자세히 분석되기 시작했습니다.
칼손잡이 문양이 매화, 새가 그려진 매조도였다던가,
들고 있는 칼의 형태가 대체로 환도의 그것이었다던가,
환도를 패용할 때에 쓰이는 띠돈과 고리, 조선에서 쓰였던 것들이 보였다던가,
너무 한국적인 노리개 장식이라던가,
사동심결 매듭이라던가 하는 디테일 요소들이 발견되면서
게임 하는 사람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게 대단히 잘못된 일인 걸 알게 된 것은,
게임 데이터 다운로드 받고 파일들을 찾아본 사람들이
'린'이 아니라 'yisol', 이름이 이솔로 지정되어 있었던 걸 발견한 뒤였습니다.
이솔, 이라고 하는 이름은 조금 어색한 감이 있지만
이씨 성의 솔이라고 하는 건 그럭저럭 생각이 들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린'이라고 하는 건 대체 뭘까요?
디자인 요소에 저렇게 조선을 넣어두었었고,
클라이언트 파일에서는 '이솔'이라는 이름이 발견되는 캐릭터가
'린'이랍니다.
왜 이름이 바뀌었을까요?
몇 가지 추측이 생겼습니다만,
가장 유력한 건 이겁니다.
1.한국적 디자인 요소들을 디테일하게 포함한 캐릭터 이솔이 만들어졌다.
2.카오스 제로 나이트메어 개발은 개발기간동안 몇 번 엎어졌음이 알려져 있다.
그 와중에 기존 개발팀에 다른 팀의 인원들이 배속되었고, 이들 사이에는 알력다툼이 있었다는 정황이 보였다.
3.새로 배속된 인원들은 사장이 낙하산으로 꽂은 인원들이었고, 이 뒷배를 통해 기존 인원들은 대체로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갈이되었다.
4.그리고 새로 배속된 인원들은,
기존 인원들이 만들어 두었던 것을 모두 묻으려고 했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것이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차라리,
2D 일러스트 잔뜩 쓰는 씹덕게임이라서,
씹덕게임 만드는 사람들은 일본 시장을 중요하게 여기니까,
그리고 한국적인 문화 요소에는 정통하지 못하니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겠지, 하는 식이면 차라리 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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