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중반일때 슈퍼마켓앞이나 그런데에는 정자 비스무리한것을 설치해놓고

동네 아저씨들이 저녁어스름쯤 막걸리 마시고 하는곳이 있었어

그곳에는 늘 술에취해 중얼거리는 할아버지가 있었어

큰 피해를 주거나 하는건 아니었어 늘 보이는 모습은 술에취한 모습이었고 놀랍게도 우리 동네 쌀집 할아버지였어

할아버지가 취했을때는 늘 자녀분들이나 할머니가 작은 타박을 하면서 집으로 모셔가곤했어

할아버지는 내 기억엔 일주일에 한 5일은 취해있었던거 같아

취하면 담벼락에 앉아 그냥 중얼중얼 거리는게 그 할아버지의 술버릇이었거든..

좀 이상했던점은 동네 사람들이 아무도 그 할어버지를 욕하지 않아

이웃들은 아이고 얼른 들어가 주무셔요 날도 추운데...이렇게 걱정하는 말투로 할아버지를 집으로 모시게끔 조치를 해주시고는 했어

큰 소리를 지르지도 않으셨어 그냥 소주 3병쯤 마시고 취해서 아무곳에나 걸터앉아 중얼 거릴뿐이었는데

이럴때는 큰소리를 지르셨어

뻥튀기장수가 뻥이요!! 하고 뻥튀기기계에 빠루를 걸고 확 당기면 뻐엉 하고서 뻥튀기가 나오는 그 순간에는 세상에는 없을 험한 욕을 하셨어

동네에서 막 소리도 지르고 다 죽인다고 그러고 엄청나게 화를내셨는데

그때도 이웃들과 아주머니들도 아이고 아저씨!! 얼른 들어가 주무셔 응?

이런 반응으로 자녀들에게 아버님 모셔가라고 연락도 넣고 했어..솔직히 이해가 안갔어 어릴때는...

그냥 정신이 이상한 어르신이구나 했지...


최근에 문득 어린시절이 생각이나서 우리 엄마랑 전화통화하다가 슬쩍 물어봤어

어릴때 동네 그 할아버지 기억하냐고 바로 이번 주말에야 그 할아버지의 이유를 알았어





할아버지는 6.25 참전용사셨고 생존자였어

늘 술에취해 중얼거리는 말은（ 나는 어릴때라 눈여겨 보진 않았는데） 동네에서는 다 알았데

죽은 전우들 이름을 그렇게 중얼거리셨다고해

이름을 잊지 않으려는듯이 술만 취하면 중얼거리는건 그 전우들의 이름이었다고 하더라고

나야 뭐 쌀집아저씨 쌀집 할아버지 그렇게 불렀는데...

매일 술을 먹던 이유도 그리고 주번에서 아무 불만이 없었던 이유도..

그 할아버지의 전쟁상처를 보듬기위한 이웃들의 배려였어

할아버지는 뻥튀기 장수한테 그렇게 쌍욕을 한것도 아마도 ptsd가 있으셨겠지 뻥!! 하는소리에 놀라서 욕이 나오는거였을수도..


문득 이런생각이 들었어

우린 참전용사들한테...조금더 세금을 써주면 안되나 하고..아직도 살아계신 할아버지들 많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