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언어를 배운다는 건 단순히 단어를 외우는 일이 아니다.
그건 마치, 내가 살고 있는 세계의 벽에 조용히 문 하나를 더 여는 일과 같다.

그 문을 통과하면, 낯선 리듬의 말소리가 흘러나오고
내가 익숙하게 쓰던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생겨난다.
처음엔 그저 흉내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그 언어로 생각하기 시작할 때
나는 비로소 다른 나로 숨 쉬는 법을 배운다.

언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고의 틀이다.
새로운 언어를 익힌다는 건, 내 생각의 방향과 구조가 바뀐다는 뜻이다.
어떤 언어는 나를 섬세하게 만들고,
어떤 언어는 나를 단호하고 명확하게 만든다.
언어를 배우는 동안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문법’을 천천히 다시 써 내려간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세계관과 감정의 결을 함께 배우게 된다.
그들의 유머에 웃고, 그들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게 될 때
나는 더 이상 번역된 세계 밖에 서 있지 않다.
그때부터 세상은 조금 더 다채로운 색을 띠고,
나라는 사람의 경계는 조금 더 넓어진다.

결국 언어를 배운다는 건

“다른 세상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를 스스로 놓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