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가지 정의하고 가자.
여기서 정의하는 첫 사랑은 유년기의 동경과 같은 첫 사랑도 아니고,
폭발적인 몸매를 지닌 이성을 보고 느끼는 들짐승같은 에로스도 아닌...
정서적인, 플라토닉과 들짐승같은, 에로스가 합쳐진 완성형을 말하는거야.
이걸 경험하는 시기는 대충 초등학교 고학년~고등학교 재학 당시가 보편적이지.
난 남성의 플라토닉은 최소한 이 수준이 되어야 플라토닉으로 인정하는데...
"내가 한 걸음 양보하면 저 사람의 웃음을 볼 수 있다." 이 문장 하나로 남성이...
자신의 주장을 굽힐 수 있다면 그게 플라토닉이야. 뒤에 +그뒤에 잘해서 이렇게 저렇게
가 아니라 딱 저 한 문장으로 물러나며 양보할 수 있는게 최소 조건으로 보거든.
남자들이 마냥 에로스를 꿈꾸는 것 같지만 사실 정서적인 안정의 비중도 커.
그 정서적인 안정을, 자신이 사귀는 여성의 웃음만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면,
그게 내가 정의하는 남성의 플라토닉이란 말이지.
첫 사랑이란 건 어린 나이에 처음 경험하는 것이다보니
반복적으로 플라토닉과 에로스를 교차하면서 제시한단 말이야.
육체적인 만족도를 원해, 그런 거 같았는데 정서적인 게 우선인거 같아.
그런 줄 알았더니 육체적인 게 필요해. 그런데 정서적인 걸 포기할 수 없어.
그러므로 레제는 첫 사랑을 상징할 수가 있어.
네, 지금까지의 긴 문단들이 이 한 문장을 위한 것이었슘미당!
암튼 레제는 마키마나 파워가 덴지에게 제시해주지 않았던 플라토닉을 제시해.
하지만 수영장씬을 보면 그 둘이 제시한 것을 합친것보다 더 큰 에로스도 제시해.
수영장에서의 레제는 이 두 장 같은 한장의 카드를 정위치, 역위치로 바꿔가며
끊임없이 덴지에게 제시하거든. 물론 이 모습은 레제의 연기지. 훈련 받은...
하지만 레제도 이게 또래를 상대로, 실전으로는 처음 해보는 행위란 말이야.
거미와 나비가 덴지와 레제의 상징으로 많이 해석되는데...
덴지가 거미라는 사람, 나비라는 사람
레제가 거미라는 사람, 나비라는 사람 둘 다 있지.
그런데 레제가 거미인 동시에 나비일수도 있는거 아니야?
그럴려면 물론 덴지도 거미임과 동시에 나비이거나, 둘중 하나여야겠지.
이제부터가 주장의 근거인데...
학교에서 레제는 잠시 "붐"으로 돌아오는 구간이 있어.
태풍의 하수인을 처리할 때 레제의 눈동자로 빗방울이 떨어지는데,
이때의 눈동자를 보면 레제가 아니라 붐（악마）이란 말이야.
이때 태풍에게도 "이번일은 눈감아 줄테니 당분간 내게 복종해."라
말하는 구간이기도 하니깐 확실하게 붐으로써 태풍에게 복종을 요구해.
누가 봐도 레제 상태가 아닌 붐의 상태지. 살인을 하면서 자신의 임무가 뭔지
떠오르기라도 한 모습인데 그럼 레제는 교실로 돌아가서 덴지를 죽였을까요!!
안 죽였으니깐 영화가 진행이 되겠지... 이때의 모습은 레제야.
이게 이해가 좀 안 되는게 살인이라는 기폭장치로 붐으로서 자각을 했다고 치면,
레제로 돌아올 기폭장치가 있어야 덴지에게 갔을때, 레제가 되어 있을수 있는거잖아.
그 기폭장치를 생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는데, 당사자가 기폭장치를 인식 못하면 돼.
레제가 본인 스스로도 어째서 덴지를 죽이는 걸 망설이거나, 조금 더 시간을 가지려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 기폭장치는 묘사하지 않아도 돼. 왜냐하면...
레제의 심리변화라는 묘사에 기폭장치가 스며들어 있는 상태니깐 감독은 이걸...
관객 니네가 알아서 찾아내라, 라는 연출을 쓸수 있잖아.
레제는 덴지를 유혹하려고 거미줄이라는 덫을 쳤는데,
자신도 처음 경험해보는 행위로부터 오는 만족감에 자신이 걸려버렸다면,
레제는 거미임과 동시에 나비가 될 수 있어.
내가 보는 단서는 레제의 대사들인데.... 초! 강력 스포일러들이니깐...알아서...
레제, 덴지와 첫 만남
"이거, 엄청난 비네요!"
이 대사에서 전투 끝의 덴지의 대사인 "물에 흠뻑 젖은채로 기폭할 수 있느냐!" 로 많이들 가던데...
레제의 패착은 체인 쏘에 얽혀서 기폭장치를 쓸 수 없었다, 바다에 빠졌다 둘 중 하나지....
물에 좀 젖었다는 이유로 기폭 못하는 건 아냐. 전투 당시에 태풍을 부려먹으면서 폭우속에서,
아주 자알~ 기폭하던 걸. 즉 첫 만남에서 죽이지 못한 이유가 폭우는 아닌거지...
첫 사랑이라는 행위를 연기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 붐이 아니라 레제라는 여성으로서...
이거라면 레제가 퇴장할 때 자신이 왜 덴지를 죽이지 못했는지 떠올리지 못한 것도 설명이 됨.
이때의 레제는 정말로 덴지에게 반했거든. 정말로 덴지가 첫 사랑이 되어버렸단 말이야.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상태지, 죽음이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그 길을 선택한 거니깐...
그럼 이 상태의 레제는 자신이 첫 사랑이라는 감정을 연기해 보려했다, 라는 행위를 잊을수 있어.
아니 잊는게 자연스러워. 여성의 첫 사랑은 남성보다 조금 더 특별하거든. 그래서 더 아름답게 기억해.
아니, 정확히는 그러려고 노력을 해. 스스로에게 거는 일종의 최면이지...
자신의 행위가 자신의 첫 사랑이라는 행위 자체를 더럽히는 행위라면, 지워버릴수도 있어.
그러니깐... 첫 사랑이라는 덫을 친 건 레제야. 즉 레제는 거미지.
그런데, 첫 사랑이라느 덫에 걸린 것 역시 레제야. 즉 레제는 나비일수도 있는거지.
음....이건 만게에는 못 올리겠다. 좀 더 다듬어야 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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