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설명할테니 객관적으로 좀 봐줄래?
내가 사회복지사를 지향했어.
내 스펙이 후진 편（고졸,학점은행제 2급자격증,사회복지사 경력 업슴,나이 30대초）이라 사실 사복 되기 힘들 거란 걸 알고는 있었거든? 근데 직업상담사님께서 추천서도 써주시고 이래저래 도와주셔서 재가복지센터에서 면접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었단 말야.
근데 센터장님이란 분이 면접 보러오라고 전화하셨을 때부터 '우리가 원하는 인재상은 따로 있다. 00씨는 우리가 원하는 조건은 아니다. 근데 일단 추천이 들어왔으니 한 번 보기나 하겠다.'이렇게 언급하셔서 이미 날 뽑을 생각이 없으시구나, 라고 생각했어.
어쨌든 면접 보기로 하고 갔는데 근무환경은 생각보다도 열악하더라고. 저녁 7시 면접이었는데 7시 넘게 근무하는 분이 있는 걸 보아 야근도 잦은 것 같고, 사무실은 5평도 안되어 보이고, 환기도 안되어 덥고. 행정사분이랑 센터장님 이렇게 두 분이 나오셔서 면접 보는데 행정사분은 조금 유하게 말씀하시는데... 센터장님은 표정도 안 좋으시고 팔짱 끼고 날 탐탁찮아 하시는 것 같았어. 말끝마다 '허, 참나.'이런 추임새를 넣으셔서 약간 비아냥 대는 느낌도 강하셨고.
면접이라 해도 그냥 편하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두 분 다 경력직을 원하신다 하더라고.
'옛날에는 신입도 썼지만 처음인 사람들 가르쳐봤자 금방 관두고 도망간다, 왜 우리가 그런 수고를 들여서 가르쳐줘야하느냐, 00씨는 행정업무 경험이 없으니 뽑으면 우리가 가르쳐야하는데 우리가 그런 수고를 들일 가치가 있느냐, 00씨를 뽑아야할 이유가 뭐냐.' 뭐 이런 이야기를 30분가량 하셨어. 행정사님도 말투는 센터장님보다 유하시지만 요점은 같으셨고.
그래서 '최선을 다 하겠다, 행정업무 경력이 없지만 할머니가 아프셔서 할어니를 케어해본 경험도 있고 직업적으로 실제 현장에서 해본 실무경험은 있다.' 뭐 이런 식으로 말씀드렸어.
사실상 나 안 뽑으실 것 같은 느낌이고 또 근무환경이나 센터장님 태도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아 나도 떨어져도 상관없단 마음으로 편하게 면접 봤어.
행정사님이 '다른 지원자들 검토해보고 나중에 생각해보겠다, 연락드릴 수도 있지만 다른 지원자들은 경력자들도 많다, 그러니 기대마라'라고 말씀하셔서 알겠다하고 나왔어.
그리고 며칠 안돼서 우리 친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치뤘거든?장례 끝나니까 그 재가복지센터에서 연락왔어.면접 한 번만 더 보자고.
그래서 장례 끝나고 다시 거기로 갔어. 말이 최종면접이지, 갔더니 이미 날 채용하는 걸로 기정사실화하셨더라고. 가자마자 업무부터 가르쳐주고.
가르쳐주시면서도 행정사님이 다른 지원자들 이력서라며 잔뜩 가져와서 보여주시고 '이렇게 많은 지원자들이 있었는데 우리가 00씨를 뽑아줬다, 00씨를 뽑은 건 우리 입장에서도 큰 모험이다, 그러니 우리가 은혜를 베푸는 것이니 좀 감사해야한다' 하시더라고. 솔직히 생색 엄청 내는 느낌이라 내가 빚지고 시작하는건가? 좀 찝찝했음.
그리고 이번엔 근무중이신 다른 사회복지사분들도 뵙거든? 근데 행정사님이 사회복지사님 한 분 가리키면서 '이 사람이 행정업무를 잘 못해서 아주 일이 많다, 이 사람이 골칫거리야, 아주.'이러시는데 개인적인 느낌으론 둘이 친한 사이라고 쳐도 신입 앞에서 선임을 깎아내리는 말을 보통 하나?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어... 지목당한 사회복지사분 표정도 안 좋아보였고.
그리고 나 면접보는 동안 요양보호사님들 몇 분이 면접 보러 오셨는데 서로가 원하는 조건이 상충됐는지 센터장님이 큰 소리로 싸우시더라고... 그 요양보호사님들 간 다음에 어이없다며 비웃으시고 나한테 그 분들을 좀 헐뜯으셨어... 이 부분도 좀 쎄했고.
거기에 행정사님은 계속 은혜를 베풀어주는 거니 감사하라고 그러시고 센터장님은 '여긴 직장이니 개인적인 특색을 죽여야한다, 선배님들 말에 바짝 엎드려라'이러셔서 직장이니 알겠다고 대답은 했는데... 단어선택이 좀 거치신 편이네, 싶었고.
게다가 달에 한 번 주6일, 토요일 근무가 있는데 그건 무급이래... 근무로 안 친대...
마지막 화룡정점으로 행정사님이 1차 면접 때 내가 할머니 케어한 경험 있다 했던 걸 기억하시곤 할머니 어떠시냐 물으시길래 며칠전에 돌아가셨다고 말씀드렸거든?
근데 '이제 일에만 신경쓰면 되겠네. 일 열심히 하라고 일찍 가셨나보다. 이제 신경쓸 일 줄었네.'이렇게 말씀하셔서 순간 욱했어. 명복을 빌어주는 상투적인 말도 아니고 잘 돌아가셨단 식으로 말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내가 대충 '아... 네.'이러고 넘겼는데도 또 거기에 대고 '이제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겠다, 일찍 가셔서 신경쓸 일 줄었네.'라고 또 말해서 이 사람 이런 말을 왜 하는거지?? 이상한 걸 모르나??하고 이해가 안 됐어...

이 행정사님이 그나마 센터장님보다 말투가 유한 사람인데 이 사람이 이 정도면 센터장님은 대체 어떤 사람이지? 일 시작 전부터 벌써 나랑 안 맞는 게 팍 느껴지는데 이런 사람들이랑 일할 수 있나? 이런 생각이 막 들더라고.
그래서 집에 와서 추천서 써주신 직업상담사님께 여긴 안 가겠다고 말씀드렸거든. 여기 가봤자 한달도 못 버티고 관둘 것 같다고, 안 맞는 게 뻔히 보이는데 견디겠답시고 갔다가 더 스트레스 받으면 한달만에 관두고 다음에 구직의욕도 떨어질 것 같다고. 근데 상담사님은 내 스펙 고려했을 때 사복 취업 어렵다고 좀 이상해도 경력 쌓는단 생각으로 가야한다고 말씀하시더라고.
상담사님 말씀도 맞다 생각해, 근데 내가 내 멘탈이 버틸 수 있는 강도를 아는데 경력을 쌓기전에 나가 떨어질 걸 알면서도 꾹 참고 가야하나 싶었어. 아무리 사업이라해도 엄연히 사회복지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말을 이리도 함부로 하나 싶고. 이게 사회복지의 현실이라면 내가 이쪽에서 일할 수 있을까, 이 분야가 나랑 맞는 건가 의구심도 들고.
주변에 조언을 구하면 좀 이상한 곳 같다는 의견과 그 정도는 어디나 그렇다고, 일일히 의미부여하면 사회생활 못 버틴단 의견도 있어서 심란하네.
코가 석자인 주제에 너무 가리는 건가 생각도 들어.
님들이라면 갈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