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 수정 거울, 그 속에서 눈을 떠
세상은 푸른 이끼와 노래하는 물의 합창.
나는 작은 쉼표 하나, 계곡의 악보 위를 떠다녔네.
돌멩이는 말 없는 스승, 부딪히며 단단해지는 법을 배웠고,
쏟아지는 여우비는 시간을 재촉하는 채찍질이었지.

물줄기를 비단길 삼아 세상으로, 더 넓은 세상으로.
거친 물살은 성난 야수처럼 달려들었지만,
나는 물거품 같은 희망을 붙잡고 힘껏 꼬리쳤네.
따스한 햇살이 수면 위를 금빛 자수로 놓을 때,
내 작은 심장은 바다라는 거대한 꿈으로 부풀어 올랐지.

문득, 거대한 회색 절벽이 앞을 막아섰다. （댐）
흐르지 못하는 물은 과거를 삼킨 채 슬피 울었고, （오염）
죽음의 냄새를 풍기는 탁한 물은 내 아가미를 아프게 찔렀네.
역설적이게도, 멈춰버린 강물 속에서 나는 가장 필사적으로 헤엄쳤다.

날카로운 그림자가 쏜살같이 덮쳐올 때, （천적）
순간, 세상은 흑백사진처럼 고요해졌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 위에서 추는 아슬아슬한 춤사위.
그들은 내게 가르쳐주었네, 세상은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수많은 강물을 아우르며, 나는 비로소 강이 되었다.
상처는 아물어 단단한 비늘로 남았고, 스쳐간 풍경은 추억이 되었네.
수많은 동족들의 거대한 행렬 속, 외로움은 희미해져 갔다.
우리의 목적지는 단 하나, 모든 것을 품는 저 거대한 푸른 심장.

마침내 도착한 바다, 소금물에 눈이 시리도록 벅차올라
지난 모든 시련은 한낱 작은 포말이었음을.
자유라는 이름의 거대한 파도에 몸을 싣는다.
나는 이제 작은 물고기가 아닌, 바다의 일부가 되어 영원히 춤추리라.


------------------------

산책하다가 걍 산 속에 태어난 물고기는 비가 오면 떠내려가나? 그러면 내려만 가고 뒤로 올라오진 못하겠지? 댐도 있고 물살도 세고..
이러면서 생각하다가 그냥 시간의 흐름에 비유해서 써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