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에 어떤 애가 밥에 침뱉다가 오지게 처맞았다는 글（+저런 놈은 좀 때려서라도 고쳐야 한다는 댓글들）을 보고

아직 요즘 실정 모르는 분들 많구나 싶어서 한 번 써봄.

초등학생 딸내미가 있는데 학교에서 담임샘한테 연락이 옴. 얘가 다른 애를 괴롭혔다는 거임.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나마 다행히 막 뚜드려 팬 건 아니고 종이를 뭉쳐서 던졌나? 밀쳤나? 뭐 그런 식으로 자꾸 괴롭혔다고 함.

일단 알았다고 하고 저녁에 집에 와서 애를 잡고 심문을 함.

그런 일이 있었냐, 없었냐? -> 있었음

왜 그랬냐? -> 걔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자기를 따돌리고 딴 애들이랑만 놀아서

친구한테 폭력을 쓰면 안되는 거 아냐 모르냐? -> 나쁜 거라는 거 알고 있음.

아빠가 예전부터 친구나 다른 사람 때리면 안된다고 했냐 안했냐? -> 말했음.

너 이거 잘못하면 학교폭력위원회 열리고, 너 강제로 전학가거나 퇴학당하고, 너 인생 망치고 어쩌고저쩌고.

잘못했지? -> 넹

친구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하고, 그 친구가 너랑 안놀겠다고 하면 놀지마. 그런건 억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 넹

회초리로 종아리 맞을건데, 몇 대 맞을래? -> （곰곰 생각하다가） 30대요.

야, 너 30대 맞으면 피 철철 나고 걷지도 못해. 열 대만 맞자? -> 네

그래서 30cm 자로 열 대 맞음. 그것도 중간에 넘 아프다고 해서 다섯 대씩 끊어서 맞고,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러기로 함.

종아리가 좀 빨갛게 부었길래 약 발라주고 재움.

그리고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음날 전화가 옴.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는데 경찰서였나 구청 복지과였나 그랬을거임.

이건 뭐지, 신종 피싱인가 하고 이야기해보니 "XX이 아버님이시죠?"라고 물어봄. '아, 딸내미 학폭위 열렸나보다. ㅈ돼따'했는데 그게 아니라 내가 ㅈ된거였음.

양호선생님이 애 종아리 빨갛게 된 거 보고 아동학대, 가정폭력으로 신고를 한 거임.

아동학대 신고 의무라는게 있어서 일단 이런 걸 보면 100% 신고를 하게 되어있다더라고.

그래서 구청에서 조사관 두 명이 집으로 방문해서 조사를 받음. 애한테도 물어보고, 나한테도 물어보고.

그리고는 하는 말이 이게 막 상습적인 가정폭력은 아니더라도 일단 신고 들어간 이상 프로세스에 맞춰서 다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거야.

며칠 뒤에 구청에서 연락이 와서 방문 예약 잡고 구청에 가서 다시 녹음하면서 정황을 설명함.

그리고 며칠 뒤에, 이번에는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서 예약 잡고 경찰서 가서 형사 앞에서 또 다시 녹음하면서 정황을 설명함.

구청 다른 과에서 연락이 와서 아이들하고 상담을 해야 한다고, 스케쥴 잡고 집으로 상담사랑 조사관이 찾아옴.

애들 학원 일정 다 캔슬하고 상담받음. 2시간 정도 상담 끝나고 나서 이거 또 해야하냐고 물어보니까 두어달에 한 번씩 와서 상담해야 하고 1년 정도 걸린다고 함.

경찰에서는 검찰로 송치했다고 연락옴. 변호사를 써야하나, 아동폭력전과 남으면 취직도 안될텐데 자영업 알아봐야 하나, 애들 양육권 박탈당하고 보육원 가는건가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듬.

나한테 상담 예약 잡으라는 연락이 또 옴. 애들은 며칠 전에 상담 받았다고 하니까 애들이 아니라 내가 교육받아야한대.

그래서 어린이 보호센터인가 하는 곳에서 한 시간 교육받음. 이걸 일주일에 한 번, 한시간씩 총 10회 교육을 받아야 함.

중간에 다행히도 무혐의 처분 났다고 연락받음.

근데 그거랑 상관없이 애들 상담하고 폭력예방교육은 계속 받아야 함.

훈계 차원에서 한 체벌이라도 몇달동안 스트레스 받고 스케쥴 묶이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소리임.

물론 진짜로 가정폭력, 아동학대 문제가 심각하니까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함.

교사가 애 종아리 부은 거 보면 신고를 할 수밖에 없고, 경찰과 구청은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를 나올 수밖에 없고, 경찰은 검찰에 송치하고 구청은 상담 및 교육을 할 수밖에 없고, 암튼 일단 이 프로세스가 시작되면 중간에 멈출 수 없다는 건 이해하겠음.

근데 그럼 말 안듣는 아이 교육을 어떻게 시키라는건지 대안이 없는게 문제임.

학교 교육에서 애들 인성교육까지 바랄 수 없는 게 현실이고, 옛날처럼 대가족이라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 뒤를 쫓아다니며 예절교육 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맞벌이 부부가 애한테 몇 번 교육해도 안들어먹으면 도대체 뭘 어떡하라는 거임?

아동학대 예방교육 받을 때도 명확하게 답을 못주니까 상담사하고 나하고 그냥 같이 한숨만 푹푹 내쉼.

대놓고 이야기는 못하지만 애한테 회초리를 아끼면 애 인생이 ㅈ되는 거고 회초리를 들면 내 인생이 ㅈ된다고 하면 난 내 인생 ㅈ될거 각오하고 회초리를 들거임. 문제는 내 인생 ㅈ되면 높은 확률로 아이 인생도 덩달아 ㅈ되기 십상이라는 거지만.

암튼 요즘엔 아이들 체벌이 무조건 불법이고, 걸리면 무혐의가 뜨더라도 인생 많이 피곤해진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알아둬야 할 거 같아서 한 번 적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