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병원에서 코로나 백신 주사 업무를 하게 됐어.
여름에는 다들 반팔을 입고 있어서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지.
근데 가을 시점으로 가다보니 환자들 옷이 길어지기 시작해서 탈의하는 걸로 시간이 딜레이되는 경우가 꽤 생기더라.
그러니 코로나를 떠나서 어떤 백신 주사를 맞게된다면,
계절을 따지지 말고 옷은 꼭 널널한 반팔을 입길 바라.
대상자 입장에서도 그게 편하다.
주사 맞으려면 한쪽 팔, 특히 삼각극을 노출해야겠지.
한쪽 팔을 아예 벗거나, 그게 힘들면 아예 상의를 벗는 경우도 꽤 생겨.
이런 이유로 나는 불편함이 없어도 대상자가 나를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으니까, 여자 대상자는 그냥 옆에 여자 선생님한테 넘기곤 했음.
근데 이게 문진표랑 전산 시스템에 접종자 이름을 정확히 적어놔야 해서 마냥 쉽게 옆 선생님에게 부탁하기는 또 쉽지는 않거든?
그래서 한가할 때만 가끔 그런식으로 옆에 부탁했지.
그리고 나이좀 드신분들은 아예 그런 불편감은 덜 한지 아예 그런 부탁도 받아본 적 없어서
주로 바꿔줄 수 있냐고 부탁하는 대상자는 보통 젊은 여성분들이었음.
사실 먼저 부탁하는 경우는 덜하긴 한데 표정이 보이잖어. 그래서 대충 느낌보고 내가 되려 묻는 식이었지.
어느 날, 40대 여성 접종 대상자가 내쪽으로 오게 됐어.
뭐 나이도 나이고... 별 생각없이 탈의를 요청했지.
근데 이분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나보고
"이러면 너무 섹시한데... 그쵸...?" 이러는거임;;;;
별의별 사람들이 있다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머리가 한 3초간 하얘졌음. 체감상 너무 긴 정적이었다.
아 씨 뭐라도 답하지 않으면 괜히 더 이상해질 것 같아서
"아... 네 그렇죠...?" 그냥 수긍해버렸음.
방심해서 아무 말도 안 떠오르더라 .
보통 다들 접종 후 대기실에서 15분 대기한 뒤 그냥 나가는데, 이분은 대기 끝나고 다시 와서 웃으시면서 인사하고 가시더라.
괜히 뻘쭘해서 일어나서 인사드리고 보내드렸다.
갑자기 생각나서 써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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