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글에 지금 결혼하기까지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살짝 말한 적이 있는데
그 얘기를 드디어 해보려고 해

근데 하 ㅎㅎ 아직도 그때 생각하니까 심장 떨리고 손 끝이 차가워짐 빡쳐서인지 뭔지
아무튼 최대한 릴렉스하고 써볼게

올해 초, 나는 5년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남자친구의 고향으로 같이 내려갔어
거기서 나, 남친, 남친 부모님, 남친의 여동생 부부가 다 같이 모였어
5년을 사귀면서 남친 부모님도 남친 여동생 부부도 종종 만났고 사이도 좋았던 터라 나는 정말 아무 걱정도 없었지 ㅋㅋㅋ
그 날 하루에 일사천리로 결혼승낙 받고 결혼식장도 둘러보고
결혼하면 남친 고향에 내려와 살겠다고까지 얘기하고 마냥 분위기가 화기애애 했었어

근데 나와 남친이 다시 서울로 올라가기 전 마지막으로 저녁을 먹으러 고깃집으로 갔는데
남친 여동생의 남편이 갑자기 나한테 화를 내더라고
'여기까지 내려왔으면서 안 자고 바로 당일 올라가는 건 개념없는 거 아니냐' 라고
존댓말로 얘기하긴 했지만 개념없다고 대놓고 말하더라고
나는 당황해서 '제가 자고 갈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해서 아무것도 준비를 못 해와서요. 죄송해요. 다음엔 꼭 자고 갈게요' 라고 말했지
이미 그 전에 남친 부모님께도 미처 생각을 못했다고 사과를 했던 참이었어
근데 내가 사과를 했는데도 멈추질 않더라고
계속 '개념이 없다, 자고 가야 한다, 기차표 취소하고 내일 일정이 있어도 바꿔라' 이 말을 반복하면서 날 쥐 잡듯이 잡기 시작하더라
내가... 몸이 좀 안 좋아서 그런 일을 당하면 심장이 떨리고 심하면 기절까지 하기도 하거든?
점점 심장이 막 뛰고 숨이 차서 대답을 못 하겠더라고

듣고 있던 남친이 빡쳐서 그 남자한테 그만하라고 했지
근데 그 자식이 내 남친한테까지 화를 내더라고 '당신도 개념이 없다, 여기까지 와서 안 자고 가는 게 말이 되냐, 결혼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려면 얘기를 더 해야 한다' 그런 말을 하면서

근데....... 하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는데
남친 부모님과 남친 여동생은 쳐다도 안 보고 조용히 있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 상황이 너무 당황스럽고 어이없고 열 받아서
잠깐 남친과 얘기하고 오겠다고 하고 남친과 밖으로 나갔어
그리고 울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남친 어머니가 나와서 억지로 우리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가더라
나는 '아, 이제 어른으로써 중재를 해주시려나 보다' 하고 마음 추스리려고 노력하면서 식당으로 들어갔는데
내가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 좀 정리하려고 잠깐 화장실 간 사이에
이 미친놈이 내 남친 목을 조르고 있는 거야.......

근데........... 근데.... 부모라는 사람들이..... 친여동생이라는 사람이.....
아무도 안 말리고 있는 거야...............

다행히 금방 떨어지긴 했지만 어찌나 세게 남친 목을 졸랐는지 멍이 몇주 가더라
그때 내가 느꼈어
아, 이 집안에서 내 남친을 지킬 수 있는 건 나 밖에 없겠구나
그 생각이 드니까 심장 떨리고 울먹이던 거 싹 사라지고 딱 차분해지면서
그 미친놈한테 잠깐 밖에서 둘이 얘기하자고 하고 불렀어
그때 대화 생각나는대로 적어보면

나 "제 남자친구 목 졸랐어요?"
미친놈 "ㅎㅎㅎ 네"
나 "왜요?"
미친놈 "버릇 없어서요" （개념 없어서요 였나 버릇 없어서요 였나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둘 중 하나였음）
나 "하..... 무슨 버릇이요?"
미친놈 "장인어른, 장모님께 하는 행동도 그렇고 제 아내한테 하는 행동도 그렇고"
나 "그쪽 장인어른, 장모님이기 전에 제 남친 부모님이고요. 그쪽 아내이기 전에 제 남친 여동생이에요"
미친놈 "ㅎㅎㅎ 담배 펴도 돼요?"
나 "안 돼요. 그럼 저한텐 왜 그런 거예요? 저도 뭘 잘못한 거예요?"
미친놈 "아뇨. 화풀이 한 거예요"
나 "화풀이 했다고요?"
미친놈 "네. 제가 성질이 좀 나빠서"
나 "후......... 저도 성질 꽤 나쁘거든요? 그래도 그럴 때와 상황이 있는 거잖아요. 어른들 다 있는 앞에서 이러는 게 평소 그쪽이 강조하던 예의예요?"

거기까지 얘기하고 남친 여동생이 따라나와서 상황 강제종료됐어
다시 식당 들어와서 나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ㅋㅋ '어머니, 아버지 식사도 제대로 못하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다음에 저희 내려오면 더 맛있는 거 대접해 드릴게요' 하고 잘 얘기하고서 남친과 나는 서울로 돌아옴

그 후에 남친 아버지가 나 성격 드세고 고분고분하지 않다고? 결혼 못 시킨다더라 ㅋㅋ
근데 내 남친도 이미 자기 가족들에게 받은 충격이 너무 크고 실망도 커서 가족과 인연 끊어버림
나도 그딴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들과 가족될 생각 추호도 없음
그래도 한동안은 충격이 너무 컸던지 스트레스로 길가다 픽픽 쓰러지고 넋놓고 살아서 내가 지금 밥을 먹었는지 씻었는지도 기억 안 나고 ㅋㅋ 한동안 그랬음

다행인 건? 우리 사랑엔 아무런 문제도 없었고
우리 부모님도 오히려 내 남친한테 힘들었겠다며 잘 달래주셔서 지금은 결혼 한달차임 ㅋㅋㅋ

그 미친놈이 왜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는 나중에 남친 여동생이 전화해서 알게 됐는데
우리가 결혼해서 고향에 내려가면 남친 부모님이 가진 아파트도 우리 주시고 차도 사주고
어머니 사업을 남친이 물려받기로 했었는데
개인사업을 하던 그 미친놈이 ㅋㅋㅋ 그 재산이 탐났었나 봐 그래서 그랬다고 함

아무튼 그 이후로 내가 만약 데스노트가 생긴다면
적을 놈 1순위가 전두환이고 2순위가 그 미친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