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게... 수저 세팅하다가...
"핫!! 이번에는 찍어서 요리게에 올려야지!!"
여기까진 성공했는데 막상 올리지를 않았네.
혼자라서 무한리필 집 갔어. 다른 가게는 1인 손님 안 받는건 아닌데 싫어하는 티를 너무 많이 내서 입맛이 확 떨어지거든. 무한 리필집은 혼자가면 추가 요금 더 받아서 1만 9천원이긴 한데 이거... 광역시로 치면 엄청 싼거기도 해서 딱히 큰 불만은 없어.
단 한범 가져온 삼겹살.
지인들이랑 여기 오면 다들 삼겹살은 절대 안 먹거든?
토발이 분들이 안 드시는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면서도
한 점 정도는 먹어보고자 들고 온 거지. 그냥 궁금하잖아.
안 궁금해? 4,50대 아재들이 외면하는 삼겹살이라니...
이건 존나 보기 힘든 유형에 해당하는 고기라고....
삼겹살은 사람마다 익히는 방법이 다른데 나는 한면씩 오래 익히고 잘라서 추가로 좀 더 익혀. 고깃집 알바할 때 배운대로 하는거라 이렇게 먹는 이유랄 것이 없어. 비계가 너무 적은 부위로 가져온 감이 있는데 그게 문제가 아니더라.
삼겹살에서 찌개에나 넣을 부속고기 맛이 난다. 아니 그것보다 더 맛이 없다. 이런 경우는 높은 확률로 냉동->해동->냉동을 여러차례 반복하면서 안에 조직인지 뭐시긴지가 파괴되고 육즙과 맛을 잃은거임. 그냥 씹기 힘든 누린내 나는 고기. 내가 직접 집어오지 않았다면 삼겸살이라 인정할 수 없는 그런 맛.
사람들이 외면하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구나 하고 느꼈어.
호기심을 해결했으므로 식사를 시작했을건데 솔직히 기억이 잘 안나.
된장찌개와 콜라. 나 원래 고기 먹을 때 밥 먹어야 해.
뭐든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잖아. 그냥 고깃집에서 파는 약간 싸구려틱한 그런 된찌인데 고깃집에서 먹어서 맛있는 그런 된찌.
당뇨 걸리기 전이었다면 소주도 한병 같이 주문했을텐데 당뇨에 술은 쥐약이라서 반드시 마셔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안 마셔. 알콜 중독자로 15년 이상을 살았는데 당뇨 걸리고 나서 줄여야지 하니깐 줄여지더라고. 이젠 전골, 치킨, 육고기, 회, 전 등 술이 동반되는 게 당연하다 여겨지는 걸 먹을때도 술 생각이 안 나.
옆 테이블에서 마시고 있는 걸 봐도 마시는구나...하고 말어. 일행이 마시는 걸 봐도 마시는 구나, 쟤는 마셔도 되는구나 이상의 감정은 없다. 안 마시다보니 소주의 맛이 역하게 느껴지기도 해서 더 안 먹는거 같아.
내가 월 2병 이하로 마신다는 규칙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게 우리 패거리 7대 미스테리 비스무리한 거야. 10년 정도를 정신과 다니면서 치료 받으려 할때는 기어코 술에 손을 뻗고 말더니 당뇨 걸리고 며칠 뒤에 이렇게 줄일거다, 하고 나서 그걸 진짜로 하는 게 신기한가 봄. 실은 여러가지 요소가 겹쳐서 성공한건데 관련없는 이야기니깐 넘어가자.
걍 코로나 시국이라 술 자리 자체가 적었다는 게 제일 컸음.
소고기인데...당연히 수입이지. 2만원이 안 되는 무리집이니깐.
사람들마다 이걸 부르는 명칭이 달라. 우삼겹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고 차돌박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는데 일단 차돌은 아님. 마지막으로 가짜 우삼겹, 가짜 차돌박이 두 가지 명칭을 다 쓰는 사람도 있음. 가짜를 붙이는 사람들은 예외 없이 두 개 병행해서 쓰더라.
그럭저럭 먹을만한데 기름이 좀 많고 헤비해서 탄산이라 주류 없이 먹기 힘든.... 다소 질이 떨어지는 고기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무한 리필집이니 당연한 이야기다. 인당 1만 7천짜리 무한리필집에서 국내산 한우 차돌을 바라는 게 양심 터진거지. 저기 서울쪽에 차돌 좀 수북히 올려주는 짬뽕이 4.7만인데....
혼자 오니깐 먹는동안 과하게 익고 불을 끄자니 시간 걸리고 좀 불편했음. 매번 이 생각을 하면서 왜 매번 이 짓을 하는걸까. 다른 가게 사장들이 눈치만 안 줘도 거기 가서 먹을텐데.... 밑반찬도 좀 더 있고...
이미 면을 자르고 휘저은 뒤에야
"아, 이거 웃대에 올릴 거였는데..." 라 생각했기 때문에... 다행히 계람을 삼키기 전이네. 그릇 측면에 무사히 생존해 있음. 이게 내가 요게에 자주 오질 못하는 이유임. 반쯤 먹고나서 아참 사진... 이러거든.
원래 음식 사진부터 시작해서 셀카까지 사진을 거의 안 찍는 유형임. 사진 찍는 거 자체를 싫어해서 누군가 찍는것도 싫어하지. 고깃집에 가면 왠지 냉면은 먹고 일어나야 할거 같은 기분이 들잖아.
이거 6천원이니 가격도 저렴하고. 갈비를 가져올까하다가 남은 고기랑 먹자...한거 같어. 아마두... 여기 막창이나 곱창도 있는데 그건 슬 팔아주는 손님만 손댈 수 있어. 근데 좀 복불복이거든. 어느 날은 맛있는데 어느 날은 그저 질기고 누린내만 나서... 먹을 수 있는데 굳이 먹지는 않아. 소주 주문하고 마시지 않더라도 그 소주를 환불하지만 않으면 소주 값을 지불한 것이니 먹을수야 있지.
이 날은 결막염이 좀 과하게 심해져서 병원간다고 나왔는데 딱히 식사할 곳이 없드라고. 기본으로 둘이 들어가야 하는 집도 많고... 오전 2시에서 3시 사이에 1인 손님은 안 받는 국밥집은 뭘까.
은근히 매상에 도움이 되는데...티끌 모아 태산이랬다고... 이 시간대 혼자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술을 팔아줘서 1개월 단위로 잡아보면 어느 정도 매상에 도움이 돼.
혼자 오는 손님은 가게를 재수없게 한다...니 별 수 없지 뭐, 하하... 손님도 없는데 브레이크 타임 갖는 중식당...은 이해 가능한데 3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이라면서 문을 걸어 잠그는 시간은 왜 오후 2시 경인지 모르겠다. 이래서 이 소도시가 싫어.
사람의 인생에서 무엇을 먹느냐는 중대사안인데...
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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