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은 내 히크만 카테터
난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환자임.
이 병이 무슨병이냐 하면,
사람의 뼈 안엔 골수가 있고, 이 골수가 혈액을 만들어내는데
골수가 제 기능을 만들지 못해 혈액이 부족한 병.
대강 이런 병임.
난 7살 때 발병을 했는데 열이 펄펄끓고, 코피가 멈추지 않았음. 난 기억에 없지만 엄마 말로는 3일 내내 코피를 쏟았다고 하더라. 그 당시 난 군산에 살았고 내 지역 병원을 다 돌아다니다 원광대 병원의 한 교수님이 재생불량성 빈혈같다. 여기선 힘드니 여의도 성모병원에 가봐라. 해서 난 성모병원에 정착하게 되었음. 첫 검사 때 골수검사를 받았는데 7살 적임에도 그 아픔이 아직도 PTSD마냥 남아서 생각하면 골반아프다.
결과는 뭐 당연히 중증 재생 불량성빈혈 판정 나왔고.
군산에서 맨날 기차타고 병원다니기가 힘들어 수원으로 이사를 했음. 엄마랑 나 동생만.
그렇게 계속 살다가 군포로 다시 이사를 갔다.
그 시절엔 우리집이 좀 많이 힘들었던거 같아.
방 두개짜리 집에 작은 고모네랑 합쳐서 한 집당 한 방을 쓰면서 같이 살았거든.
초등학교를 들어갔는데 뭐가 되겠냐. 체력 딸리고 어디 살짝 부딪히면 그냥 멍들고 피나면 안 멈추고.
난 코피가 나기 시작하면 바로 병원에 가야했음.
혈소판을 수혈받지 않으면 이틀이고 나흘이고 계속 코피를 흘렸걸랑.
가장 기억에 남는건, 큰 봉투를 안고 곽티슈를 두개 들고 엄마랑 지하철을 타고 병원에 가는데, 한쪽 코를 막아놓으면 이게 반대쪽 코에서 나와. 그 쪽 코를 막으면 나올 구멍이 없어서 이게 눈물처럼 눈에서 피가 줄줄 새. 계속 피눈물 닦으면서 지하철타고 병원에 가는거지.
11살 쯤 이었나, 계속 아랫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맹장염이래. 솔직히 맹장염은 다른 수술에 비해 가벼운 수술이잖아? 근데 나는 출혈양이 만만치않고 지혈도 잘 안 돼서
그거 받는데도 잘못될 확률이 반이나 됐다고 함.
근데 다행히 그 쪽 교수님을 잘 만나서 복강경 수술로 어찌저찌 살아남았다.
그 후엔 골수 일치자를 계속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병은 악화되어서 한달에 한 번 받던 수혈이 3주 2주 1주 3일 간격으로 계속 줄어들어 끝내 이삼일에 한 번씩 병원가서 수혈받고 그랬다.
그리고 초등학교6학년 말, 중학교 교복까지 다 맞춰놨는데
1월쯤에 갑자기 뇌출혈이 터진거야.
병원 외래일 아침 이었는데 원래 좀 느긋하게 가는데,
아침부터 두통이 너무 심해서 좀 일찍 병원에 가서 교수님을 뵙고 말씀 드렸더니 빨리 응급실에 입원을 하래.
영문도 모르고 가서 했더니 바로 뇌 CT같은걸 찍었음.
뇌출혈이 조금 났는데 500원 짜리 구멍만하게 피가 고였대.
그래서 바로 응급실 중환자실 쪽에가서 혈소판 수혈 받으며 집중 마크 당함.
뇌출혈은 혈소판 맞고 잡았는데, 교수님이 더 이상 냅두면 위험할거 같다 해서 부모님의 골수를 이식 받는 반 일치 골수이식을 준비함. 참고로 이거 내가 서울성모병원 첫번째 이식환자임
이제 골수이식을 하게 되면 위 짤의 히크만 카테터를 심어야하는데, 이게 심 혈관에 직접 관을 꽂는거 랬나 암튼 그랬음
이걸 또 수술을 받고 나서 바로 수혈을 받았는데 헤모글로빈 수치가 안올라가는겨. 산소 포화도는 계속 떨어지고.
급하게 엑스레이를 찍을라 그러는데 ㅋㅋㅋㅋ 옆으로 누워야되는데 폐가 진짜 너무 아파. 옆으로 누울라그러면 터질거같은거야. 그래서 또 이것도 겨우겨우 어떻게 찍었는데
심혈관으로 들어가야 할 관이 폐를 뚫고 들어갔나 그래서
한쪽 폐가 피로 꽉찬거. 난리가 났고 바로 혈관 조영실 들가서 긴급 수술 받고 허리에 관 꼽고 또 2주인가 폐에 피 뽑음.
그렇게 퇴원하고 골수이식을 받을라면 머리를 다 깎아야해.
항암치료도 받고 그래야 됐었던걸로 기억함.
그래서 동네 이발소로 가서 머리를 빡빡 밀었는데 그거 보고 너무 충격먹어서 방에 들어가서 문 잠그고 광광 울었음ㅋㅋㅋ
그렇게 입원하고 1인실 멸균실에서 골수이식을 시작했다.
처음엔 밥도 잘 먹고 했는데 1차 골수이식에 실패해서 몸이 무너지기 시작했어. 그 후 다시 2차 골수이식을 함.
엄마가 조혈모 세포를 두번 빼주셨는데 주기가 너무 짧아서 한번은 팔에서, 두번은 수술실 들어가서 골반에서.
그래서 비 오는 날은 골반이 시리시대. 그거 들으면 내가 정말 슬퍼..
근데 하늘은 날 미워하는지 2번째 골수이식도 실패해.
이 무렵엔 내가 혀가 엄청 부어서 말도 못하고,
링거 여덟개 아홉개씩 달고 몸의 근육도 다 빠져서 잘 걷지도 못하고 곡기도 끊었었다.
이 무렵 교수님이 우리 부모님에게 한 달 안 남았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 그랬대.
이 얘기 듣고 2달 동안 입원실에 있으면서 엄마한테
계속 집에 가고싶다고 하는 나를
집에 데려가 마지막은 편하게 보내줄까 고민을 하셨고,
아버지는 내려가서 담배 한대 피고 올라가 교수님 멱살을 잡고
우리 8년넘게 보지 않았냐, 뭐라도 방법이 있을거 아니냐며 절규를 했다고 함. 그래서 어차피 마지막인데 아버지껄로 마지막 골수이식을 해보자고 했고, 나는 만전의 준비에 들어갔다.
방사선 치료를 받아 내 몸의 세포를 대부분 파괴했고,
그 무렵엔 내가 항상 열이 펄펄끓고, 온 몸이 부숴지듯 아파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 받고 그랬다.
그 당시엔 내가 한달 시한부 선고 받은걸 몰랐지만
어렴풋이 내가 얼마 안 남은걸 알고있긴했어.
숨 쉬는것도 힘들고, 말도 하기 힘들고.
걷지도 못했거든.
그리고 6월 초, 1인실에 입원한지 세달째에 접어 들어갈 때
3번째이자 마지막인 골수이식을 받았다.
그리고 생착기간에 들어가고, 매일 아침 6시 쯤 피를 뽑아 피 검사를 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울면서 1인실로 뛰어 들어와
우리 엄마를 붙잡고 깨우면서 우시는거야.
OO이 수치 올라갔다고. 우리 엄마 잠결에 깨서 간호사 선생님 부여잡고 한참을 우시더라.
마지막 골수검사가 성공한거지. 저승 문 앞에서 부모님과 교수님 간호사 선생님들이 나를 끌어올린거야.
생착 성공하고 수치는 계속 올라갔음.
그렇게 나는 4개월의 1인실 생활을 접고 다인실로 들어갔다.
그 후로는 많이 호전해서 퇴원하고 15살 쯔음에 첫사랑에 빠진듯. 비슷한 병을 가졌던 두살 위 누나를 좋아했음.
그 누나는 그렇게 2년 후 긴 여행을 떠났지만, 아직도 생각이 자주 나 .
그 후에 이식편대 숙주 반응 그러니까 이식 부작용때문에 스테로이드를 계속 먹음. 그거 먹으면서 합병증으로 당뇨랑 고혈압이 생겼다. 이건 현재 거의 완치수준. 그리고 다른 이식 부작용으로 피부가 뻘겋게 되고 뭐가 올라오고 하다가
백반증으로 바뀌었음. 그래서 지금도 피부의 곳곳이 하얘.
이거 때문에 수영장 안 감.
그 무렵엔 온 몸이 부어서 남들 시선이 무서워서 대인기피증도 생겼었다. 18살엔 손등에 물혹 같은게 생겨서 동네 병원에 갔더니 물혹 맞는거 같다고 터트리고 가실거냐고 했는데 쎄해서 ㄴㄴ 괜찮다 하고 서울성모 가서 검사 받았더니 종양ㅋㅋㅋㅋ
암 일수도 있어서 바로 입원함.
그 땐 그냥 병동에 입원 했는데 교수님이 와서 암 일수도 있다.
항암치료도 생각해 보셔야 한다 하시고 가셨는데
엄마랑 나는 이미 숱한 경험을 했기에 암이면 뭐 항암치료 한 번 더하지 뭐 하면서 웃고 있는데 옆에 할아버지가 암이라는데 걱정도 안 되냐며 이상하게 쳐다보심.
왜냐하면 우린 정말 아무렇지 않았거든.
그리고 수술 당일 날, 이게 힘줄에 엉켜있으면 긁어내고,
긁기가 힘들면 힘줄 두개를 다 제거하고 손목에 있는 힘줄 하나를 이식할거라고 하셨거든. 긁어낼수 있으면 한시간 반,
제거해야하면 네시간정도 걸릴거라고 했는데
수술실 들어갔는데 딱 두시간 넘으니까 엄마가 오래 걸리는갑다~ 하고 식사하고 오셨다더라 ㅋㅋㅋ
힘줄 두개를 다 제거했고 왼쪽 손목의 힘줄 하나를 이식해서
왼쪽 손목에 튀어나오는 힘줄 하나임ㅋ
수술해주신 교수님이 병실로 내려와서 암일 확률이 높대.
자세한건 2주 뒤에 병원 와서 결과 확인 하시래.
그렇게 며칠 있다 퇴원하고 병원 갔는데 교수님이 머리 긁으시며 이게 왜 암이 아닌지 모르겠대. 아무튼 정말 다행인데 암이 아닌게 신기한 수준이라고 하셨음.
이 이후엔 큰 일은 없었는데,
사실 완치라고 썼지만 아직 합병증 때문에 병원다님ㅋ
단백뇨 생겨서 23살에 신장이식 소리까지 들었다.
뭐, 현재 진행형이긴 한데 난 끝내는 나아질거라고 믿어.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형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해야해.
궁금한거 있으면 쪽지해 다 알랴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