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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와우 클래식 기념 단편 소설(실화)
작성자 눈늑대
번호 28742 출처 창작자료 추천 4 반대 0 답글 0 조회 134
작성시간 2019-09-17 16:5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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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클래식 하다 어제 겪은 일이 재밌어 소설로 써봤읍니다..

와우 아시는 분 심심할 때 읽어보시라고 올려봅니다

실화 바탕에 각색 있습니다. 본인이 호드라 호드입장에서 쓴거니 얼라분들 미리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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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보름달이 아라시 고원의 녹색 대지를 눈부시게 비추는 탓에, 나는 밤이 얼마나 깊었는지 까맣게 잊고 있었다.


해머폴 주둔지 드럼 펠이 부탁한 마른나무껍질부족 트롤 제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챙겨 온 체력 보충용 음식들도 바닥났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은퇴 후 2년 만에 다시 호드의 부름을 받고 도끼를 집어든지 보름, 백발이 무성한 나이지만 어느덧 나는 15년 전 이곳에서 막 성장하던 강인한 전사로 거듭나고 있었다. 호드의 명예와 긍지가 나를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참기 힘들었던 건 예나 지금이나 역겨운 트롤 놈들의 행태였다. 칼림도어와 동부대륙을 넘나들며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특히 그 기분 나쁜 부두교와 의식들은 겨우 악마의 지배에서 벗어난 우리 오크족의 정신을 다시금 타락시킬 것만 같았다. 이곳 마른나무껍질부족 야영지에서도 가마솥에 들어 있는 정체 모를 시체들을 보자 구역질과 함께 분노가 치솟았고, 인간사냥꾼과 의술사, 도끼투척병을 보이는 대로 학살했다. 그래도 트롤의 수는 줄어들 기미가 안 보였다.

드럼 펠이 제시한 할당량을 채우고 잠시 앉아 상처에 붕대를 감는 와중에 새파랗게 젊은 호드 소속 트롤 주술사 하나가 같은 트롤들을 사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 녀석도 드럼 펠에게 임무를 받은 모양이었다. 이 야만적인 트롤을 명예로운 호드 군대에 들이다니... 대족장님의 대의에는 따르지만 불만이 없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붕대질을 마무리한 뒤 자리를 털며 일어나는데 인간사냥꾼과 싸우던 트롤 주술사 뒤에서 도끼투척병이 나타나 주술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주술사는 당황한 듯 치유 주문을 시전하고 각종 토템을 활용했으나 힘겨워 보였다. 하지만 난 도와줄 생각이 없었다. 마른나무껍질부족 트롤들에게 제대로 당해 봐야 자기들 종족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이해할 수 있으리라. 특히 어린 트롤 놈들에겐 정신교육 상 꼭 필요한 일이었다. 난 그렇게 발길을 돌려 해머폴 주둔지로 향했다.

출발하기 전, 푸줏간의 우트나르가 오늘 저녁 잡을 거라며 귀띔해 준 멧돼지 통구이 생각에 군침이 돌았다. 드럼 펠에게 보상으로 적당한 실버를 뜯어낸 뒤 여관주인 아데그와가 자랑하는 달딸기 주스 한 잔과 멧돼지 통구이를 배터지게 먹고 뻗을 생각을 하자 지친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기분이었다.

주둔지로 돌아가는 길에 위치한 고세크 농장은 한밤중임에도 여전히 분주했다. 매달 주둔지에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불철주야 일하는 농부들은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도끼를 들고 직접 전장에 나가 싸우는 병사만이 호드의 전부가 아님을 새삼 되새겼다. 작은 언덕을 넘으며 나이 지긋한 한 농부에게 인사를 건네자 그는 경의를 표하며 경례했다. 한때는 그도 호드의 명예로운 군인이었으리라. 가슴 한 편의 뜨거움을 느끼며 농장에서 멀어져 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돌아보니 방금 전 언덕에서 인사를 나눈 그 농부가 인간 사제에게 마법 공격을 맞고 쓰러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눈의 흐려진 초점은 이미 그의 영혼이 드레노어를 향해 떠났다는 걸 말해 주고 있었다. 나는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도끼를 꺼내 들고 천천히 달려가다가 이내 고함을 지르며 돌진했다. 충돌 후 잠시 비틀거리는 사제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사제는 보호막을 만들고 스스로를 치유했으나 출혈의 상처와 지속적인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는 듯 했다. 쓰러져 있는 농부의 영혼을 위로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느낀 순간, 언덕에 가려 보이지 않던 반대편에서 사냥꾼으로 보이는 나이트엘프 하나가 표범과 함께 뛰어 오고 있었다. 2대 1의 상황을 예견하곤 도끼를 쥔 손이 살짝 떨려 왔으나, 사제는 이미 마무리 단계라 충분히 해볼 만하다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트엘프가 가까워지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는 야수를 데리고 다니는 사냥꾼이 아니라 전사였고, 옆의 표범은 변신한 드루이드였던 것이다.

그걸 알아채기가 무섭게 나이트엘프 전사가 나에게 돌진해 왔다. 난 잠시 균형을 잃었고, 그 사이 표범 드루이드도 공격에 가세했다. 죽음을 직면하고 있던 사제는 치유 마법을 난사해 다시 체력을 회복해 버렸다. 2대 1의 승리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완전한 3대 1이 되자 나는 두렵기는커녕 오히려 무감각의 상태에 이르렀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농부의 복수만은 이루고 그의 영혼과 함께 고향 드레노어의 나그란드로 떠날 것이다. 나는 정신력과 도끼자루를 다잡고 며칠 전에 입수한 ‘투사 갑옷’ 가슴팍에 달려 있는 단추를 주먹으로 강하게 쳐 눌렀다. 이 갑옷을 만들어준 불모의 땅 툰그림 파이어게이즈의 말이 떠올랐다.

‘이건 자네 같은 전사들만 입을 수 있는 갑옷이네. 튼튼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 이 단추를 누를 때 그 진가가 발휘되지. 막강한 분노가 자네를 휘감고, 어느새 피비린내에 취한 투사가 되어 전투를 지배하게 될 걸세. 단, 한 번 사용하면 다시 쓰기까지 한 시간이 필요하니 중요할 때만 써야 할 거네.’

오랜 세월 불모의 땅 산 위에서 수많은 전사들을 상대해 온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단추를 누름과 동시에 가슴팍에 저릿한 통증이 느껴지더니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엄청난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혈관을 타고 퍼진 분노의 열기에 피로와 고통은 씻은 듯 날아갔고, 평소엔 한 번 휘두르기도 힘든 강력한 일격을 사제를 향해 연속으로 때려 박아 넣을 수 있었다. 사제는 모든 체력을 회복한 듯 보였으나 내 연속 공격에 다시금 만신창이가 됐고, 나는 마무리를 위한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도끼날이 사제의 어깻죽지를 그대로 가르며 그녀의 영혼에마저 치명상을 남겼으리라. 내 분노는 어느새 가라앉았고, 다시금 통증과 피로가 몰려왔다. 나이트엘프들은 사제의 죽음에 당황한 듯 잠시 주춤했으나 계속해서 나를 공격했다. 내 생명력은 아르거스의 지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평생토록 바라왔던 것이었다! 2년 동안의 은퇴 생활 동안, 나는 매일 같이 벽에 걸린 도끼를 바라보며 이것을 쥐고 전장에서 죽을 기회가 다시 오기만을 기다려 왔다. 비록 전장은 아니지만, 비열한 얼라이언스 놈들과의 전투에서 죽음을 맞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이미 저승길 동무까지 만들어 두지 않았는가. 나는 끝까지 상대 전사를 향해 힘겹게 도끼를 휘두르다가 마지막이 다가왔음을 느끼곤 팔에 힘을 빼 늘어뜨렸다. 그리고 비록 다른 대륙에 있지만 스랄 대족장님을 향해 서쪽으로 고개를 돌린 뒤 조용히 눈을 감았다.

상대 전사가 마무리 일격을 날리기 전 뭐라고 중얼거렸으나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어둠 속에 숨어 지내는 비겁한 나이트엘프의 가증스런 목소리 따위가 내 생애 마지막 듣는 말이 된다는 것이 분했으나 오크에게 전투에서의 죽음보다 영광스러운 것은 없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갑자기 기운이 샘솟고 통증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리곤 다시 힘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번쩍 뜨자 몸 여기저기에 났던 상처들이 치유되어 있었다. 등 뒤에서 '턱' 하고 나무토막을 땅에 박아 넣는 소리가 들려 왔다. 고개를 돌려 본 그곳 언덕 위에는 조금 전 마른나무껍질부족 야영지에서 봤던 젊은 트롤 주술사가 서 있었다. 그는 토템을 몇 개 빠르게 박아 놓고는 나에게 연속으로 치유 주문을 외웠고, 어느새 내 체력은 완전한 상태로 돌아왔다. 나이트엘프 전사가 욕지거리처럼 들리는 말을 내뱉더니 드루이드에게 뭔가 소리쳤다. 그러자 드루이드는 곧장 트롤 주술사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트롤 주술사는 내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그에게 고개로 대답을 대신하고 내려놓았던 도끼를 다시 치켜들었다. 도끼 자루를 쥔 두 손에 거대한 분노와 힘이 느껴졌다.

나는 상대 전사와 서로 상처를 내고 고함을 지르며 격정적인 전투를 펼쳤다. 상대는 죽음의 문턱을 맛본 나의 분노를 넘어설 수 없었다. 내 공격을 교묘하게 피하는 녀석을 제압해 강력한 치명상을 입힌 뒤, 사제에게 했던 것처럼 강력한 일격을 연속으로 휘둘렀다. 어느새 상대의 생명은 꺼져가고 있었고, 마지막 한방을 휘둘러 목을 쳐냈다. 그러고도 나에겐 아직도 분노와 힘이 충분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내게 그 힘을 되찾아준 트롤 주술사는 그렇지 않아보였다. 내가 전사를 상대하는 동안 주술사는 드루이드에게 공격당해 사경을 헤매고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내게 종족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오늘 내 눈 앞에서 한 명의 호드를 또 잃을 수는 없었다. 심지어 그는 내 목숨을 구하고 승리의 영광을 안겨 준 젊은 병사였다. 나는 분노를 폭발시켜 광폭 태세를 취한 뒤, 빠르게 달려가 충돌하여 드루이드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그 사이에 주술사는 한 발 물러나 치유 주문을 외웠고, 나는 남은 분노를 쏟아 부어 드루이드를 짓이겨 놓았다. 드루이드의 변신이 풀리고 나이트엘프의 시체가 드러나자 모든 전투가 끝이 났다. 트롤 주술사는 지쳤는지 숨을 몰아쉬면서 오른손을 가슴에 갖다 대고 경례했다. 그리곤 트롤 특유의 느리고 갈라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호드를... 위하여."

나는 전투의 흥분이 가라앉기도 전에 수치심이 끓어올랐다. 내가 경례를 받을 자격이 있던가. 그는 트롤이기 이전에 호드였다. 가까이서 자세히 본 젊은 트롤의 얼굴은 순박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종족 우월주의와 고루한 사상에 빠져 있던 한심한 늙은이에 불과했다. 내가 가졌던 그리고 여전히 일부 오크들이 가지고 있는 편협한 생각들이 호드의 미래를 망칠 것이었다. 당장 나부터 오랜 아집을 버려야 했다. 난 힘겨웠지만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다짐의 의미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도끼를 등에 걸고 자세와 예의를 제대로 갖춘 뒤 트롤에게 경례했다.

"승리가 아니면 죽음을, 호드의 동지여."

우리는 죽은 농부의 시신을 수습하고 그의 집에 찾아가 비보를 전했다. 얼라이언스 무리의 시신에서 갈취한 재물과 함께. 가족들은 슬퍼했으나 농부가 전투 중 숨진 것에 긍지를 느끼고 있었다. 감사와 위로의 인사를 주고받은 뒤, 나는 젊은 트롤 주술사와 함께 해머폴 주둔지로 향했다. 방금 전의 전투를 복기하며 잔뜩 흥분해 말을 멈출 줄 모르는 트롤을 보니 그제야 그의 젊은 나이가 실감이 났다. 나는 별다른 대답 없이 간혹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만 했다. 그의 순수함이 보일수록 나의 반성과 질책의 시간의 시간은 계속해서 길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주둔지의 높은 나무 울타리와 경비병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자네 혹시 멧돼지 통구이 좋아하나?"

물어 볼 필요도 없었던 듯 트롤 주술사는 신이 나서 '타즈 딩고'를 외치며 맨발로 방방 뛰었다. 멀리 해머폴 여관 옆 푸줏간에서 기름진 냄새와 함께 바베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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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설명 :
1. 내용 중 나오는 단추있는 갑옷은 전사 직업 퀘스트 보상템으로, 사용효과: 분노 30생성에 1시간 쿨입니다.
2. 등장하는 지명, 인물명 등은 게임 내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P.S. 이야기를 만들어 준 얼음피 호드 트롤 주술사 무민트롤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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