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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전적 수필 [1]
작성자 ckddnjs710
번호 28344 출처 창작자료 추천 0 반대 0 답글 1 조회 82
작성시간 2019-05-28 20: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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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엄마한테 하루에 한 번 오백원씩 용돈 받을 때
우리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 딱지를 팔았어. 등교하거나 하교할 때마다, 학교가 끝나고 심심할때도, 친구들과 모이기로하면서 한 번씩 문방구를 수시로 들락날락했으니까 딱지는 우리의 굉장한 관심사였어. 근데 그게 어떤거냐면 오백원인가 천원을 주면 파란색 인쇄가 되어있는 손바닥만한 네모 봉투에 동그란 딱지 3장이 들어있는거였는데 그 당시에 한창 남자애들한테 인기를 끌고있을 때였지. 그래서 나도 엄마한테 용돈을 받으면 학교 마치고 집에가는 길에 들려 한 번씩 사곤 했었어. 딱지에는 여러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나는 새로 나온지 얼마안된 짱구 딱지에 완전 꽂혀있었지. 지금도 짱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그땐 짱구를 비디오로 밖에 볼 수 없었던 시절이었으니까 짱구가 단연 최고라 할 수 있었어.

그런데 짱구 딱지인 것 만으로도 굉장해서 먹을거에 환장하던 내가 엔쵸를 사먹지 않고 딱지를 살 정도였는데, 그 어린 나를 더욱 미치게 만들었던건 1등 2등 3등 딱지가 있다는거야. 그냥 딱지를 사면 무조건 3장이 들어있지만 가끔씩 딱지 뒷면에 *등이라고 써져있었지. 그게 당첨되면 돈으로 살 수 없는 왕딱지를 문방구에서 받을 수 있었어. 그건 뭐랄까... 나에겐 일종의 부와 명예의 상징이었지. 최신식 미니카와 같다고나 할까? 그러한 이유들로 우리들은 짱구 왕딱지를 숭배했었어.

그러던 어느날 아침에 학교를 갔는데 어느 한 친구가 굉장히 좋은걸 가지고 있다고 했어. 그녀석 말로는 짱구딱지를 샀는데 3등이 걸렸다는거야! 내가 아는 사람 중엔 아무도 짱구 왕딱지를 가진 사람이 없어서 걔를 의심했어. 왜 그랬냐고?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어.

더 어렸을 적에 그 친구랑 같은 어린이집에 다녔었는데 한날은 다 같이 보건소에 가서 예방주사를 맞는 날 이었지. 모두 줄을 서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마냥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바늘의 공포에 떨고 있을 때 그 친구가 왠 호들갑이였어. 오늘 주사를 맞는데 팬티를 입고오지 않았다는거야! 나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도 그말에 한바탕 웃었고 선생님들이 시끄럽다고 주의를 주셨지. 다행히 엉덩이에 맞는게 아니라 팔에 맞는 주사였어. 나라면 부끄러워서 아무 말하지 않았을텐데, 그 이후로 걔를 조금 엉뚱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었어.

그랬던 노팬티 녀석이 짱구 딱지 3등을 가지고 있다니... 나는 부러움과 질투와 존경을 느낄 수 밖에 없었어. 눈으로 직접 짱구가 그려진 딱지 뒷면의 3등이라는 활자를 확인하니 노팬티 녀석이 멋있어보일 정도였으니까. 분명 아는 사람이 로또에 당첨됐다고 들으면 이런 기분이었을거야.

나는 그 후 학교 수업내내 짱구 딱지에 대해서만 생각했어. 어느날 정처없이 문방구에 들린 내가 무심코 잡아든 봉투에서 짱구 1등 딱지가 나오는 상상을... 하면서 씨익 웃었지. 1등은 욕심이 많은 것 같고 3등이라도 너무 좋을거라고 생각해서 '하느님 제발 나도 걸리게 해주세요...' 라고 빌었지. 내 집안은 무교였는데 교회 한 번 가본적 없던 내가 얼마나 갖고싶었으면 기도란걸 했을까... 이윽고 학교 수업이 모두 끝났고 교실의 책걸상을 드르륵 밀어버리고 퀘퀘한 마룻바닥을 빗자루로 쓸기 시작했어. 청소를 다 끝내고 집에 가기위해 가방을 메고 신발주머니를 들고 교문을 지나는데 집으로 가야할 내 발걸음이 어느새 문방구 앞에서 턱 멈춰있었어.

어짜피 걸리지 않을거라는걸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당첨 될거라는 근거없는 확신이 들었어. 문방구 진열대에 놓인 딱지 봉투 하나를 집어들고 나는 아주머니에게 오백원을 건내줬지. 결과를 알 수 없는 미래를 기다리면서 내가 느낀건 순수한 즐거움이었어. 스테플러로 동봉된 종이봉투의 끄트머리를 지이익 찢어버리고 그 안에 빳빳한 골판지 재질의 딱지를 손으로 집어 꺼내보니, 맙소사 거기에 1등이 쓰여져 있었어... 봉투를 뜯기전 벌렁거리던 내 심장은 더욱 힘차게 뛰었고, 세상의 주인공은 내가 된 것만 같았어. 나는 당당했지만 왕딱지를 내주어야하는 아주머니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면서 1등 딱지와 짱구 왕딱지의 교환을 요구했어. 그런데 나와 예상과는 다르게 짱구 왕딱지는 없다는 말이 돌아왔고 순간 나는 멍청하게 서있었지. 이윽고 아주머니가 다른 캐릭터의 왕딱지를 주겠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수긍해버렸어. 짱구 왕딱지에 비하면 다른 왕딱지는 별볼일 없었지만 아무것도 받지 못할 바에 뭐라도 받는게 좋다고 생각했지... 그렇게 나는 쓸쓸한 성공을 맛보며 왕딱지를 꽉 움켜쥐고 집으로 달려갔어.

집에 도착하니 부모님이 주무시고 계셨어. 나는 알 수 없는 상실감에 휩싸여 위로받기 바라며 부모님 옆에 털썩 누웠지. 내가 할 수 있는건 그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뿐이었어. 다음날 친구에게 짱구 딱지 1등에 당첨됐었다고 말해줘도 도통 믿어주질 않았지. 살면서 이렇게 억울했던 적은 없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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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마당(1) 게시물이 재미 있으면 기부할 수 있습니다. (기부된 개념은 환불되지 않습니다.)
슬픈소식
소비자 기만이다..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5-31 04: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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