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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간호사가 하기 싫어 01
작성자 아무생각이없씀
번호 28087 출처 창작자료 추천 6 반대 0 조회수 865
작성시간 2019-03-10 17: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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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호사가 하기 싫다.

적성에 안 맞는다.

 

졸업한지 1년이 넘었지만 내겐 제대로 된 경력도 없다.

3개월, 3개월.

첫 병원은 웨이팅 때 잠깐 일하려고 들어간 곳이었다.

나는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했다.

하지만 난 그들이 원하는 신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었고

아는 언니의 권유로 24살에 간호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사실 간호사라는 직업을 내가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이왕 하기로 결심한 것이니 열심히 학업에 임하였고 나름 재미도 있었다.

 

이러한 얘기는 차차 풀어나갈 예정이다.

읽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괜찮다.

 

병원에 다니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일 자체도 힘들었지만 개인적인 일로 힘든 것도 많았다.

그 모든 게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더 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지금의 나는 병원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다.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탈임상'을 꿈꾸지만 쉽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임상: 환자를 진료하거나 의학을 연구하기 위하여 병상에 임하는 일

그렇다고 막상 탈임상을 하면 행복한가? 생각해보면 몸과 마음은 편하지만 어느 한켠 쓰린 느낌이 있다.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 있을까?

나도 이 말엔 동감한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아무리 신이라도 그렇겐 못 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불행하진 않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낸다. 가족보다 회사 동료들과 더 교류가 많을 때도 있다.

그곳에 속해 있는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지만

너무나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비극이다. 겪어본 바로는 정말 고통스럽다.

 

이 나이 먹고 사춘기를 겪는 것 같아서 어떨 땐 어이가 없다.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글 쓰는 일이었다.

초등학생 땐 화가였고 중고등학생 땐 소설가였다.

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듯하다.

 

국가고시를 보고 대학을 졸업하고 간호사 면허증을 받고난 뒤 '앞으로 난 간호사를 해야 하는 구나.' 생각하니 갑자기 숨이 턱 막혔다.

회사도 다녀보았지만 병원은 녹록치 않았다.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일을 익히는 데 집중했는데 이때 사교적인 부분을 많이 놓쳤던 것 같다.

인사도 방긋방긋 웃으며 해야 하고 목소리 톤도 좀 높여 친절한 투로 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더군다나 신규라 실수도 하고 부족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불편하거나 어색할 때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는 나는 최악의 신규였다. 물론 같이 입사한 동기들과는 잘 지냈지만

연차가 높은 선생님들과는 그러지 못했다.

이해하기 힘든 것도 많았다. '왜 저런 식으로 말을 하지?' 또는, '이게 그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나와 그나마 좀 친했던 선생님께 '너는 이런 분위기랑은 안 맞는 것 같다.' 라는 말을 들었다. 날 비난하는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가지고 있던 요통과 워낙 안 좋은 몸상태는 병원 일을 하며 더욱 악화되었다.

자고 일어나면 온 몸이 차에 치인 것처럼 아팠고, 몸이 아프니 정신도 아파오는 것 같았다.

 

연차 높은 선생님도 일에 치여 많이 힘드셨는지 나에게 화를 많이 냈다. 점점 더 견디기 힘들었다.

보통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면 해방감과 홀가분함을 느끼는 게 정상인데 병원의 경우는 그만둬도 후폭풍이 심하다.

연장선이라고나 할까. 표현하기가 애매하다.

 

친한 친구도 대학병원에 3개월 근무하고 사직을 하였는데 근무기간동안 몸무게가 무려 10kg가 빠졌다.

전화통화만 하면 만날 그만 두라고 그만 두라고 그렇게 말해도 그만둔다는 말조차 꺼내기가 무섭다는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일을 못하는 사람도 1년을 다니다보면 대부분 잘하게 되어있다. 웬만해선 그렇다.

나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1년만 버티면 익숙해져서 잘 다닐 거란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난 견딜 자신이 없다.

 

병원을 그만두고 나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보았다.

일을 하게 된다면 사무직을 하고 싶다.

여유가 된다면 글도 쓰고 싶다.

그림도 배우고 싶다.

막상 나열해보니 너무도 평범한 것들 뿐.

 

신규 간호사는 자존감이 높아질 수가 없다. 신규 때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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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마당(10) 게시물이 재미 있으면 기부할 수 있습니다. (기부된 개념은 환불되지 않습니다.)
2SC1815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거나 하기 싫은일 안하면서 살려면 용기가 많이 필요한거 같아요 멋지세요!
2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3-10 19:27:50
(삭제) 삭제된 답글입니다.

아무생각이없씀
그러게요....아무튼 감사합니다
0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3-14 19:43:29
카카몽
저는 올해 국가고시를 치르고 막 면허증을 발급받은 1년차 치과위생사입니다. 이제 한달차 일하는데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물론 업무의 영역에서 글쓴이님이 훨씬 더 넓고 포괄적인 업무를 수행한다는것을 알지만, 저도 탈임상 하고싶습니다. 저도 이쪽계열 적성이 너무너무 안맞네요. 버티고 버티고 버티다가 나중에는 짓물러서 터져버리는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제일 어려운것은 일도 일이지만 인간관계인것같아요. 남의 비위를 맞춘다는게 정말 어렵네요. 신입이라 일도 매우 서툴고. 혼나는게 일상이고. ㅎㅎ안우는 날이 없네요.. 저도 제 일 때문에 취미생활을 미루게되는순간 굉장히 슬펐어요. 그 취미생활이 뭐든 평범한 일임에 틀림없으니까요. 언제쯤 적응될까요. 저도 평범한 사무직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2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3-14 14:25:54
카카몽
그래도 저는 잘 견뎌보겠습니다. 왜냐면 배운게 이거밖에 없어서 다른일을 다시 시작할 엄두가 안나네요. 화이팅합시다
1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3-14 14:27:01
아무생각이없씀
치과위생사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어떤 부분에서 힘들지 알 것 같기도...ㅠ 취미가 꼭 있어야겠더라구요. 견디는 것도 용기고 대단한 일입니다 힘내세요!
0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3-14 19:44:44
아무생각이없씀
저도 다닐 때 인간관계가 너무 힘들었어요...원래 그렇게까지 잘 어울리지 못하고 말없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환경이 그렇게 만들더라구요. 그만두고나서 요새는 좀 괜찮아졌어요. 자존감이 낮아지니까 사람이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무조건 퇴근하면 친구 만나거나 카페를 가거나 하세요..아니면 운동을 하시던지...취미는 필수...ㅠㅠ 안그러면 정신이 더 아파요
0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3-14 19:51:31
카카몽
하 정말 그래야겠어요.. 좋은말씀 너무너무 감사합니다♥우리 잘 버텨보아요♥♥
1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3-14 19:56:05
찐빵도미
안녕하세요, SN 3학년입니다. 임상에 나와계신 선생님들 보며 항상 생각에 잠깁니다.. 분명 언젠가 숙련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그 과정이 너무너무 힘이 든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할지.. 많은 것을 보고 듣고 있지만 도저히 잘 모르겠더라구요. 일단 졸업부터 하자, 란 계획만으로도 벅차기도 하고.. 선생님 간호사가 되신 것만으로 존경스럽고 강한 분이십니다. 어떤 선택을 하던 행복하시길 바라요. ❤
1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9-03-15 02:00:02
아무생각이없씀
감사합니다~ 일단 졸업부터 하자는 생각이 옳은 것이죠~~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안 좋은 것 같아요. 제 글을 보고 혹시라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진 않으실지 염려되지만 걱정말고 화이팅하세요ㅎㅎ건강 잘 챙기시구요. 우선 몸이 건강해야 나중에 일 할때도 덜 힘들어요~
0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9-03-16 23: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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