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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여름밤의꿈 [2]
작성자 김물길
번호 27029 출처 창작자료 추천 0 반대 0 답글 2 조회 69
작성시간 2018-08-26 01: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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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한숨이 나왔다.

“어휴….”

또 한숨. 절로 나오는 한숨을 멈출 수가 없다. 세상에 아무리 경비 절감을 위해서라지만 신체 건장한 사내 열둘을 좁아터진 방에 밀어 넣는단 말인가? 이럴 거였으면 애초에 하지 말란 말이다! 원치 않았던 선후배간 친목도모를 빙자한 극기 훈련 따위 개나 줘버리라지.

여기에 더 짜증이 나는 것은 군대를 마치고 재수하는 바람에 나이 어린 선배와 날 어려워하며 말 붙이기 꺼려하는 동기들이다. 동기들은 그나마 날 피하기만 하는데 선배들은 학번을 들먹이면서 나를 자꾸 아래로 보려고 한다. 군대를 전역하고도 꾸준히 운동한 덕분에 몸은 힘들지 않았지만 정신적으로 지치는데 어디 하소연 할 곳이 없는 것이다.

“어휴….”

이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자꾸 한숨이 나온다. 땀 내나는 방에 열 명이 일렬로 누워 있으니 발 디딜 곳만 남아 선채로 밤을 꼬박 새야 할 판이다. 아마 다른 방도 사정은 마찬가지겠지.

드르렁. 휘요-. 드르렁.

한 명만 밖으로 치워버리면 소원이 없겠는데….

막상 마음을 먹어도 익숙지 않은 얼차려에 시달린 동생들의 코고는 소리는 생각을 금방 접게 만든다.

그래도 나도 누워서 자고 싶다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는데 문득 이 녀석들이 이불을 꺼낸 장롱이 보였다. 장롱은 붙박이로 벽 하나를 다 차지하고 있었다.

"옳거니.”

동생들이 깨지 않게 조심히 발걸음을 옮겨 장롱 손잡이를 잡아당기자 달칵-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아늑한 공간이 나왔다.

“넓구나.”

요는 없었지만 누울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10초 만에 정신을 안드로메다로 보낼 수 있는 것이 예비군이다.

동생들의 머리에 걸려 문을 반만 열고 몸을 쑤셔 넣었다. 요와 이불, 베개 4인분(?)이 들어있던 공간이라 상당히 넓어 혼자 자기에 충분히 넓다. 역시 난 천재야.

똑똑.

노곤해진 몸이 아래로 푹 꺼지는 느낌에 이제 잠이 들려는 구나 생각하는데 노크 소리가 들린다.

“뭐야?”

“저기…. 같이 자면 안 될까요?”

내 표정은 분명 찌그러져 있을 것이다. 잠을 방해받는 것을 원래 싫어하는데 지금은 특히 피곤했기 때문이다.

싫어.

한마디면 된다. 하지만 내가 그리 말하면 이 녀석은 내일 또 있을 훈련에 낙오되겠지. 낙오된 동기들이 어떤 꼴이 됐는지 생각하면 군대보다 학생. 특히 선배가 후배에게 강요하는 행동은 인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것이 매년 연례행사처럼 대물림 된다니 너무 한심하다.

난 말하기보다 내 몸을 구석으로 바싹 붙였다. 녀석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하고 내가 들어왔을 때처럼 온몸을 문에 긁으며 들어왔다.

내 옆에 누운 녀석의 얼굴이 저쪽 창문에서 비치는 달빛에 은근히 보였다.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얼굴이 무척 작다. 그러고 보니 키도 작았지. 내가 누울 자리를 찾을 때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서있던 녀석이다. 이것도 녀석의 운이겠지.

장롱 안은 혼자 눕기엔 넓었지만 둘이 누우니 좁았다. 좁아도 어쩔 수 없이 몸을 밀착하고 잠을 자려는데 향기가 코를 간질였다.

“향수 뿌렸냐?”

녀석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비누냄새인가? 이 녀석이나 나나 방에 늦게 들어온 이유는 몸을 씻고 왔기 때문으로 땀 내나는 무식한 녀석들이 방을 차지할 수 있는 이유였다.

“휴…. 파릇한 여자를 안고 자고 싶어서 학교에 들어왔는데 첫 상대가 남자라니.”

녀석이 고개를 반대로 돌리고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긴 그가 무슨 상관이랴.

“자라. 내일은 힘든 일정 없더라.”

눈을 감았다. 내 몸에 꼭 맞게 만든 관 속에 들어간 것 같은 생각이 떠올라 쓴 웃음을 지었지만 어쨌든 잠은 잘 올 것이다. 그런데….

부스럭. 부스럭.

아, 뭐야. 기껏 자리 내줬더니 왜 잠 안 오게 꿈틀 거리는 거야.

“이러면 되나요?”

“응?”

눈을 뜨자 내 옆에 있는 녀석은 사내가 아니었다.

“김태희?”

그의 얼굴은 내가 군대에 있을 때 결혼해 부대원을 한 달간 우울증에 빠뜨렸던 연예인 한가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달빛은 밝지 않다. 사물을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을 정도. 하지만 달빛을 받은 그의 얼굴은 태양처럼 빛나고 있어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잠깐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도 정신이 아찔하다. 급히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자 그의 손에 들린 살색의 뭔가가 보였다.

“너 뭐냐? 그리고 그건 뭐야?”

그녀는 말없이 몸을 돌려 팔과 다리로 내 몸을 감았다.

“소원 아니었나요?”

“뭐가?”

“파릇한 여자를….”

“….”

그녀가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느껴져 마주볼 수는 없어 천장만 바라보았다.

훗. 어떻게 보면 소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

달이 기울었는지 방 안에 들어오던 빛이 적어졌다. 이제는 너무 어두워서 내가 눈을 뜨고 있는지 감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기분 좋은 향기와 따뜻하고 부드러운 몸을 느꼈다. 나도 그녀를 마주 안아갔다.



세상에…. 푹 자고 일어나다니…. 그런 미인을 옆에 두고서! 고자가 분명해. 내가 고자라니! 내가…, 내가 고자라니!

자고 일어났을 때 그녀는 옆에 없었다. 내가 제일 늦게 일어났는지 분주히 움직이는 동생들이 보였다. 내가 장롱에서 나가자 산만하고 유쾌하던 분위기가 물속에 액화질소를 넣은 것처럼 급랭했다. 계속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있을 수 없어 밖으로 나갔다. 복도에는 씻고 나왔는지 젖은 머리를 한 학생들이 많았다.

식당에 가는 걸까? 그러고 보니 배도 고프고…. 하지만 그냥 갈 수는 없지.

방에 다시 들어가 그녀를 찾았다. 손에 있던 것은 가면이었을까? 무협지에서 가끔 봤던 인피면구 같은 것? 얼마 전에 TV에서 연예인들이 다른 얼굴이 되어 지인들을 속이던 프로를 봤는데 그것과 비슷한 건가?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냉랭한 분위기 속에 한 명씩 시선을 맞추자 다들 움찔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지 마. 얼굴이 안 보이잖아.

전부 살펴봤지만 방 안에는 없었다. 안에 있는 것은 일곱 명. 밖에 있는 건가? 얼굴은 잘 기억 안 나지만

호리호리하고 얼굴이 작은 남자는 드물지.

하지만 곧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전방의 부대에서 뺑이치고 고시원에서 재수 준비 할 때는 혼자 있어서 요새 애들이 발육이 빠르다는 것만 알았지 발육만 빠르고 실제로 크지는 않은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식당에 가보고서야 깨달았다. 결국 밤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

아침에 밥을 먹고 자유 시간을 갖은 후 점심까지 먹고서야 집합 후에 한 것은 장기자랑을 겸한 레크리에이션.

“어제는 서로 낯선 분위기를 돈독한 우애로 바꾸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얼굴은 서로 익혔을 거고 오늘은 마음껏 놀자!”

학과장의 말에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고 놀았다. 맥주와 간단한 안주들. 나만 외따로 떨어져 그들을 하나하나 보았다.

역시 못 찾겠어. 너무 많아.

결국 여섯 시가 되어 포기하고 학교로 향하는 전세 버스에 올랐다. 아이들은 대부분 얼굴이 벌게져서 의자에 몸을 묻고 새근거리며 잠들었다. 대부분 자리에 앉고 나도 창가에 앉았는데 다들 짝이 있는 반면 내 옆자리만 비어있었다. 앞에서는 학과장이 앉아있는 학생의 수를 세고 있었다.

“열 둘, 열 넷…. 어? 너 뭐야? 어디 있다 이제 온 거야? 어서 자리에 앉아.”

아쉬운 마음 가득히 담아 숙소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 내 옆에 앉는 것이 느껴졌다.

혼자서 넓게 쓰고 싶었는데…. 어?

“안녕하세요.”

고개를 꾸벅 숙인 그의 얼굴이 낯익다. 그의 턱과 목 사이의 피부가 일부러 보지 않으면 모르게 벌어져 있었다.

“그래. 안녕.”

시선을 밖으로 던졌다. 그가 내 손을 잡아온다. 나는 거절하지 않고 맞잡았다. 그렇게 우리는 학교에 도착할 때 까지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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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여자 #인피면구 #오글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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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
작성자 얼굴 에휴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8-08-28 17:04:34
김물길
너는 얼굴 까고 욕해라! ㅋㅋㅋㅋ
0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8-08-28 22: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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