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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편)꽁냥꽁냥
작성자 너이녀석
번호 26839 출처 창작자료 추천 3 반대 0 조회수 110
IP 175.xxx.xxx.xxx 작성시간 2018-08-05 12: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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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꽁냥꽁냥

산중의 해는 너무도 이르게 봉우리 뒤편으로 몰락해버렸다. 노래처럼 생명을 발하던 것들은 은신처로 숨어 내일을 기약했고, 귀뚜라미가 생명처럼 노래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산을 걷던 매일이와 장상이는 적잖게 곤혹스러워했다. 꼭대기까지 갈 깜냥은 없이 산을 올랐건만, 모르는 새 그들은 산의 중턱을 상회하는 곳까지 올라와버린 것이다. 지금 당장 하산하기 시작하더라도 도중에 해가 져버리면 위험할 것이 뻔했다.

"어쩌지?"

장상은 매일을 쳐다보며 말했다. 매일은 가볍게 턱을 잡고 장상을 빤히 쳐다봤다. 몸짓은 고민에 빠진 것처럼 했지만, 눈빛은 강렬하게 선택을 양보하고 있었다. 장상은 그런 매일의 모습이 귀여워 피식 웃었다.

"일단은 내려가보자. 가만히 있는다고 뾰족한 수가 나오는 건 아니니까."

매일은 여전히 장상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돈되지 않은 길을 돌아가며 장상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외진 산을 걷자던 매일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은 것에 회한을 느끼지는 않았지만, 밤이 되면 뱀이나 멧돼지가 나올 수도 있고, 길을 잃거나 낭떠러지에 추락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자신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매일이 험한 꼴을 당한다고 생각하니 식은땀이 흘렀다.

장상은 매일을 돌아보았다. 매일은 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와 같이 걱정 없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다만 동공이 조금 커져 그림자 속에서도 흑진주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장상 옆을 걷고 있었다. 매일은 장상과 함께 있을 때면 언제나 이런 표정이었다. 모든 걱정과 책임, 심지어 감각까지도 장상에게 맡겨놓고, 대신 장상이 감지하기 힘든 사소한 행복을 찾고서는 갖은 방식으로 전해줬다. 빤히 쳐다보거나, 노래를 불러주거나, 쓸데없는 농담을 속삭이거나.

'...더 열심히 고민해야겠군.'

장상은 매일을 걱정해줄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목도하고 더욱 감각과 사고를 쥐어짰다. 어떻게든 안전하게 이 산을 벗어나야 한다. 중간에 쉴 곳이 있으면 해가 뜰 때까지 쉬었다 돌아가고, 혹시 사람이 자주 다니는 안전한 길이 있다면 그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가장 현실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 두 개 중 하나라도 발견하지 못한다면, 장상은 밤새 뜬눈으로 매일이를 지켜야만 할 것이다.

'그것도 나쁘지 않네?'

장상이는 그렇게 생각하니 긴장이 풀렸다.

"어엇!! 저기!!!"

"우아아아아아앗!!"

장상이는 매일이가 뭔가를 발견했다는 사실보다 매일이가 지른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매일이는 숨을 헐떡이는 장상이를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돌아 봤다.

"아...아니... 뭔데?"

장상은 짜증을 부리고 싶은 것을 누르고 따지듯이 물었다. 매일이는 말없이 장상이의 눈을 쳐다봤다. 매일은 장상의 눈에 자신이 담겨있다는 사실에 잠시 속으로 감탄하다가, 고개를 돌리고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장상은 놀람을 추스르고는 매일이의 손가락 끝을 좇았다.

"산장인 것 같은데?"

매일이는 장상을 두고 그쪽으로 종종 뛰어갔다. 장상이는 매일이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다가 천천히 따라갔다.

산장 안에는 4명 정도가 모여앉기 적절한 원형 탁자와 의자로 쓰는 통나무 4개, 그리고 왼쪽 벽에 나무 침대가 하나 놓여 있었다. 전구는 없는 것 같았지만, 대신 탁자 위에 촛대와 양초와 성냥이 있었다. 아마 가끔 단체로 쉬기 위해 누군가 지은 별장인 것 같았다.

"해가 뜰 때까지는 여기서 쉬다가 가자."

장상은 매일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매일은 장상의 말과는 하등 관련 없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장상을 올려다봤다.

"여기서 자고 가게?"

"아마 그래야겠지?"

장상은 잠시 매일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나 생각했지만, 밖으로 나가버리는 매일을 보고는 바로 그만두었다. 산장 앞에 있는 작은 평지를 가로질러 가는 매일이를, 장상이는 따라갔다.

장상은 매일의 뒷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다. 아담한 어깨는 세상 아름다운 모든 것보다 아름답고 간결했다. 장상은 작은 어깨를 가슴팍에 안는 상상을 한다. 그것은 어떤 충동적인 욕구도, 의무감에서 행한 것도 아닌, 마치 다람쥐가 도톨을 입에 담고 다니거나 귀뚜라미가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고 맹목적으로 행해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상은 그러한 상상에 매료되지 않고, 그저 다른 세계를 비추는 거울을 대하는 것처럼 차분하게 넘어갔다.

마침 삭일이었던 터라 달빛도 없어, 별빛만이 은은하게 그 존재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 자체만을 담고 있지 않은 산은 어둠에 녹아 실체를 잃어버리고 그림자가 돼버렸다. 그림자는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 위에 검은색으로 형형했다. 귀뚜라미는 수초 간격으로 별빛의 화음을 이뤄냈다. 알 수 없는 짐승이 구슬프게 우짖는 소리가 길게 어둠 속을 뻗어갔다.

" 너무 예쁘지 않아?"

매일은 시선은 정경에 고정해둔 채 말했다. 장상은 매일의 옆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래 정말 예쁘네."
"고마워."
"너 얘기 아냐."
"거짓말."

장상은 다시 풍경으로 눈을 돌리며 가볍게 웃었다. 둘은 그렇게 한참을 서 있었다.

매일이 우러나오는 하품을 했다.

"졸리다. 이제 들어가서 잘까?"
"그러자."

둘은 다시 산장 안으로 들어왔다. 이불은 없었지만 날씨는 그리 춥지 않았다.

"네가 침대에서 자. 난 탁자에 엎드려 잘 테니."

매일은 산장 안을 말없이 둘러보았다. 매일은 장상을 돌아보고 말했다.

"막상 들어오니까 자기 싫다."
"그럼 뭐 하게."
"일단 불 좀 켜자. 분위기 있을 것 같아."

장상과 매일은 탁자에 앉았다. 장상은 성냥을 켜고 양초에 불을 붙였다. 빛과 그림자가 섞여 벽을 타고 흘러내렸다. 매일은 가볍게 요동하는 그림자를 바라보았고, 장상은 그런 매일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창밖에 나방들이 빛을 탐닉하려 몰렸다. 나방은 밤을 선택하고도 목숨을 내놓고서라도 빛을 갈구한다.
매일은 유리가 투명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유리창은 나방에게 빛을 보여주는 통로이면서도 죽음으로부터 막아주는 보호막인 셈이라고 생각했다. 매일은 고등학교 때 배운 시가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매일은 나방이 빛을 그렇게 사랑한다면 왜 낮에 살지 않을까 생각하다, 나방은 빛의 적나라함이 아닌 빛 그 자체를 사랑해, 빛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밤에 생활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낮의 빛은 대상을 위해 존재하고, 어둠 속의 빛은 그 스스로 존재한다. 빛이 반사된 대상이 아닌 그 자체를 가장 진실하게 볼 수 있는 시간, 그것이 밤이었다. 매일은 나방이 참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장상은 하품을 했다. 이제는 정말 자야 됐다. 장상은 약간 몽롱한 의식으로 매일을 바라보았다.

"안 자?"
"넌 안자?"
"너 자면 잘게."
"난 너 자면 자려고 했는데."

매일은 턱을 괴고 고개를 숙인 채 장상을 올려다보았다.

"나 자면 무슨 짓 하려고?"

장상은 어이없게 웃었다.

"알면 어쩌게?"

매일은 잠시 생각했다.

"그렇네. 알아도 어쩔 도리가 없네."

매일과 장상은 같이 웃었다. 그리고 웃음이 희미해질 때, 장상이 진지해진 얼굴을 했다. 매일은 여전히 웃음기 묻은 얼굴로 장상을 바라보았다.

그 둘은 한참을 말없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할 말해."

매일이 먼저 속삭였다.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지만 장상도 따라서 속삭였다.

"뭘 말해?"

매일은 의미심장한 미소로 회답했다. 장상은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

"나랑 사귀어 줄래?"

매일은 그 말을 듣고는 웃음을 터트렸다. 장상도 무안했지만 같이 웃음이 터졌다. 매일은 졸음 속에서 쥐어짜듯 웃으며 말했다.

"분위기 있게 다시 해. 식상하게 그게 뭐야."
"그럼 뭘 어떻게 참신하게 해. 가장 솔직한 화법인데."
"난 이거 받아들이기 싫어. 다시 해."

매일은 당장이라도 닫힐 것 같은 눈꺼풀 사이로 기대감을 보내왔다. 장상은 참신하되 솔직한 표현이 뭐가 있을까 생각했다.

"하루에 한 번씩, 세상에서 네가 가장 아름답다고 말할게."

장상은 한층 더 진지하고 그윽하게 말했다. 매일은 이번엔 웃음을 터트리지 않고 장상을 빤히 쳐다보았다. 턱을 괴고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매일이의 눈빛엔 여러 순수한 것들이 섞여 관능을 이뤄냈다. 매일이는 작게 속삭였다.

"지금 말해줘."

매일은 얼굴을 장상의 가까이에 가져와 속삭였다. 매일은 장상의 입술을 보았다. 장상의 입술은 작고 예뻤다. 언제나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또 때론 어른스럽고 부드럽고, 때론 사랑스러운 말을 하곤 하는 귀여운 입술에, 매일이는 이끌렸다. 매일은 그 신비로운 입술을 언제나 탐구해보고 싶었다. 어떻게 저 입술에서 믿음직한 힘이 나와 자신을 지켜주는지. 자기가 왜 그렇게 그 입술에 이끌리는지. 매일이는 몸소 그 입술을 경험하고 싶었다.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워요."

매일이는 입술을 장상의 입술에 맞췄다. 손으로 쓰다듬듯, 입술을 움직여 장상의 입술을 음미했다. 달콤하고 촉촉한 이물감이 두 입술 사이에 끈적였다. 매일이는 팔로 장상의 목을 감쌌고, 장상은 매일의 어깨를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 장상은 세상 가장 아름답고, 또 소중한 것을, 부숴질까 아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밤과 함께 별빛은 깊어져갔다.(끝)

후기: 씨벌것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혹시 글 마음에 드시면 블로그나 들어와주십사오면 너무 감사하고 사랑할a것같아요 하와와...

https://www.blog.naver.com/tjrrhs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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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미프리
..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8-08-05 14:16:09 221.xxx.xxx.xxx
별반짝이는나루
요오오망한것들;;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8-08-05 14:36:52 115.xxx.xx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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