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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싸의 하루.txt
작성자 Xzi존전사123X
번호 25322 출처 창작자료 추천 8 반대 0 조회수 590
IP 119.xxx.xxx.xxx 작성시간 2018-03-09 17:3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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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다. 늘상 그랬듯 핸드폰에서 충전기 잭을 뽑고 화면을 점등시킨다. 밤새 쌓인 과 단톡방의 카톡 갯수는 수백개를 넘었다. 어차피 내 이야기는 없을테니 하며 가볍게 알림을 삭제한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조금 더 잘까?... 하면서 핸드폰 화면을 의미없이 이리저리 넘기다 게임을 킨다. '소죠-젠센!' 울려퍼지는 소리는 이제는 일상이다. 출석보상을 받고 대충의 아이템 상태를 확인했다. 출석보상엔 그간 꾸준히 도장이 찍혀있었다.

머리를 감고나서 수건으로 털다 거울에 시선이 간다. 턱을 어루만지며 이리저리 얼굴을 거울에 비춰봤다. 나 정도면 꽤... 라는 생각이 들다가 양심상 가책이 느껴졌다. 다시 거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든 결론은, 적어도 못생기진 않았다는 거였다. 언젠간 이런 나의 매력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겠지.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리면서 오늘 아침 반찬을 확인한다. 멸치볶음, 계란후라이, 잡곡밥. 나쁘진 않았다. 숟가락을 들기 전 달력을 보고 날짜를 대충 가늠한다. 음... 오늘은 치킨이나 시켜먹을까? 지갑엔 저번 주에 받은 용돈 3만원이 아직 고이 남아있다. 밥값은 한 끼에 4천원꼴 하는 학식으로 떼우고, 그 외에 천원 이천원 따위의 군것질 말곤 돈 쓸 일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나를 술자리에 불러주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에게 어딘가에 같이 놀러가자고 말을 건네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에게 메뉴 하나당 1만원씩 하는, 비싼 음식을 먹으러 가자고 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엘레베이터인 셈이다. 의미없이 맨 위층을 다녀와 맨 밑층에 머무는. 그 안에 승객은 그 아무도 없다.

어제 정리해놓은 가방을 싸매고 집을 나섰다. 어머니의 잘 갔다 오라는 밝은 인사소리. 얼버무리며 응답하고는 현관문을 닫고 바깥 공기와 마주한다. 중고등학교때는 그렇게 사무친 적 없었던 삶이, 어찌 1년 2년만에 이렇게 내려앉을 수가 있는지. 이것이 성인의 무게이고 어른의 사정이라는 것일까 하는 망상이 들었다. 띵동- 하는 소리와 함께 엘레베이터가 도착했다. 엘레베이터 안 거울 너머로 보이는 내 모습은 늘 그대로다. 애매한 길이의 검은 생머리,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써왔던 안경. 많진 않지만 호불호가 갈릴 정도의 피부 트러블과 여드름. 딱 평균인 키와 조금 뚱뚱하다고 보일 수 있는 덩치. 집에서는 꽤나 괜찮아 보였지만, 나와서 보니 이런 친구가 다가온다면 나여도 멀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미친다. 그러나 곧 자기 비하에서 벗어나 거울을 뒤로 하고 1층을 누른다. 그래, 내가 못났든 잘났든 내 멋에만 살면 되는거야. 나는 오늘도 스스로를 독려한다. 스스로의 독방 속에서.

버스를 탔다. 이 공간에서 나에게 말을 건네주는 이는 오직 기사님과 카드를 묵묵히 받아내는 기계음 뿐. 어느 과인지는 알 수 없지만 뒤의 다섯 좌석은 평소처럼 시끌시끌하다. 여성 둘, 남성 셋. 뭐가 그렇게 좋은지 서로 깔깔대고 캭캭대며 웃는다. 서슴없이 서로의 허벅지나 손, 팔, 어깨 등을 만지거나 때리기도 한다. 손잡이 잡는 것도 잊고 그쪽을 멍하니 쳐다보다, 그 무리의 한 여성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바로 눈을 내리깔았다. 다시 시끌시끌 해진 것 같아 고개를 들고 그들을 재응시한다. 남자들의 면면을 찬찬히 뜯어보니 썩 우월해보이진 않았다. 특히 한명은 키도 작고 얼굴도 영 아니어서 우스웠다. '저런 애랑 같이 놀아준다고? 큭... 인싸라는 것도 별거 아니구만' 그러다 무슨 일인지 아까 고개를 돌리려 했던 여학생이 키작은 남자의 얼굴을 손으로 슥슥 쓸어내렸다. 남자애는 들릴만큼의 조금 큰 목소리로 '열~~ 뭐냐 들이대냐?' 하고 이죽였다. 여자애는 조금 더 큰 소리로 '아 뭐래!' 하며 남자애의 등을 수차례 두들겼다. 장닌인가 진심인가의 여부와 관계없이, 그들은 모두 즐거워보였다. 그리고 한없이 가까워보였다. 고개를 앞으로 돌리니 창문에 슬쩍슬쩍 비치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그가 나보다 못생겼는지는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그가 나보다 키가 작거나, 공부를 못하거나, 능력이 부족한 것은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결정적으로 그는 '주류'이고, 나는 '비주류'이기 때문에. 그 점이 주효하다.

교문을 지나 강의실에 들어가 자리에 앉을 때 까지 마주치는 이들은 많다. 1학년 대면식때 같은 테이블에 앉아 2시간 가량을 함께 어울렸던 선배 무리, MT때 '보기보단 너 괜찮은 것 같다'며 칭찬아닌 칭찬을 해줬던 여자애와 그에 호응하며 '야 너 얘 좋아하냐?', '근데 착하긴 하더라 ㅋㅋ 나도 너 좋은데' 하며 말을 걸어주던 대여섯의 또래 무리들. 작년에 조별과제를 같이 하며 오빠 같은 선배가 되고 싶다고 나를 설레게 했던(결국 조별과제는 홀로 다 마무리했지만) 한학년 아래의 후배와 그 친구들. 군대 가기 전만 해도 내게 자주 다가와 아는 척 하고 인사를 꼭꼭 해줬던 친구...라고 부르기엔 지금은 너무나도 애매해져버린 관계의 녀석들. 다만 그들과는 그 어떤 말도 섞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내게는 고개를 들어 그들의 눈동자를 보는 것도 버겁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버겁다. 내가 지나갈때 누군가가 깔깔 웃으면 꼭 나를 비웃는듯 싶고,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하며 소근소근 얘기하는 것을 마주하면 그들이 나를 쳐다보며 대화하는 것이 아닌데도, 진위와 관계없이 나를 겨냥하는듯 하다. 수업 시작 직전까지 의미없이 인터넷 뉴스 등을 본다. 커뮤니티의 인기글들을 하나하나 정독한다. 별거 없는 가십거리에 별거 없는 나의 존재를 투영하기라도 하듯이, 하루의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을 쏟는다. 이윽고 정적이 느껴진다 싶으면 고개를 들고, 내 눈엔 한 팔엔 전공책을 끼고 이제 막 앞측 현관문을 닫고 있는 교수가 보인다. 재빨리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책의 아무 곳이나 펼치면서 수업 시작을 준비한다. 차라리 이쪽이 나은 편이다. 적어도 이 순간 만큼은 내 조용함이 당연함이 되는 시간이고, 나는 적어도 이 수업에 '속하게' 되는 셈이니까.

교수가 시계를 흘끗 보더니 학생들이게 물었다. '이쯤 할까요?' '네~' 당연케도 학생들은 길고 늘어지는 하품같은 대답으로 교수를 일축시킨다. 교수는 허허 웃으며 책을 덮고는 내게는 형량선고와 같은 말을 덧붙인다. '그럼 수업은 이쯤하고, 저번 주에 내줬던 과제물 맨 뒤 사람이 걷어와서 앞으로 주세요' '...' 여태까지 내내 침묵했지만, 지금에서야 나는 비로소 완벽하게 조용해졌다. 헐레벌떡 가방 곳곳을 뒤져봤지만 당연히 하지 않았던 것이 존재할리 없었다. 혹시나 싶어 핸드폰의 메모 앱을 켜보니 멀쩡하게 'OO학개론 사례 조사 레포트 3p이내(수업시간 전까지)' 라고 적혀있었다. 자책할 시간은 없었다. 어느새 종이를 한뭉터기 들고 있는, 절대 서로 모른다고는 할 수 없는, 그러나 모르는 사람보다 더하게 어색한 또래 여성 친구가 내 자리 옆에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 '...' '어...나 안해왔...'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는건지 아니면 신경 쓸 가치조차 없다는 건지, 마치 내게 손을 뻗고 말을 걸었다는 게 없었던 것처럼 스르륵 지나가 종이 뭉터기를 교수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내 옆을 슥 지나가 자기의 무리로 돌아갔다. 교수가 나가고 학생들도 짐을 챙기며 다시 강의실은 마치 3시간 이전의 그것처럼 시끌벅적해졌다. 중간중간 그 여자애의 목소리가 섞여들렸다.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도 섞여들렸다. 나는 신경쓰이지 않는다며 스스로를 최면들게 하고 그 누구보다 빨리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하굣길은 등굣길만큼이나 조용했다. 차이가 있다면 마음까지도 철저하게 침묵했다는 점이다. 나는 괜찮다는 위로도, 남들은 내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자명한 사실도 내겐 더이상 어떤 효과도 없을까 두려워졌다. 중요한건 사실 여부가 아니라, 내게 다가오는 무게감이었다. 나는... 혼자로써 이러한 피해의식을 깨뜨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지이이잉-'

버스 안. 울릴 일 없는 핸드폰의 진동에 일말의 기대감으로 핸드폰을 켰다. '3월 대면식 공지!' 라는 내용으로 시작된 카톡 알림. 보나마나 단톡방 공지였다. 혹시나 싶어 잠금화면을 풀고 카톡을 켰다. '안녕하세요 2018년 OO학과 학회장 OO입니다! 이번년도 첫 행사라고 할 수 있는 대면식과 대면식 뒷풀이 관련해서 공지드립니다!' 매년 봐왔던 내용이었다. 무슨 날 무슨 요일 몇시에 어디서 대면식을 하고, 신입생은 필참이고, 바로 뒷풀이 장소로 이동한다는 내용. 이어진 카톡은 투표였다. 벌써 참석에 20명 가량이 투표했고 불참엔 5명이 투표한 상태였다. 나는 불참에 투표하고 참석 명단을 확인해봤다. 누군지 다 익숙한 이름. 얼굴까지 선명하게 그려지는 이름들이 보였다. 그 중엔 과대표도 있었고, 학생회 임원도 있었고, 직책은 없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유명인이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최소한 '다니는 무리'가 정립된 이들이 대다수였다. 당연히도 아까 강의 시간에 내게 말을 걸었던 여자애도 참석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은채로 있었다. 그녀의 프로필 사진은 예뻤다. 어플 카메라의 필터와 스티커가 도배됐고, 온갖 보정기능을 넣었다는건 중요하지 않았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카페 혹은 어떤 교내 건물에서 찍은 듯한 사진. 사진 속의 인물들은 그 여자애를 포함해서 모두 활짝 웃고 있거나 나름대로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씁쓸해졌다. 억울한 감정이 앞섰다. 그녀는 그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했든 나를 무시했다. 실로 그렇지 아니할지라도 나는 그녀의 목소리와 웃음소리에 공포감을 느꼈다. 물론 내가 못난 부분일 수도 있고, 내가 피해의식에 찌든 걸 수도 있지만, 중요한 점은 그게 아니었다. 나는 의미도 목적도 없이 오늘도 홀로 집에 돌아가 고독감을 씹어야한다는 것과, 그녀는 당당하게 참석 명단에 친구들과 이름을 올리며 오늘도 누군가와 술잔을 기울이거나 여기저기 쏘다니며 웃음꽃을 활짝 피울 것이라는 망상이 나를 덮었다. 창문에 슬쩍 비친 내 모습이 보였다. 애매한 길이의 검은 생머리,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써왔던 안경. 많진 않지만 호불호가 갈릴 정도의 피부 트러블과 여드름. 딱 평균인 키와 조금 뚱뚱하다고 보일 수 있는 덩치... 그 너머로 늘 봐왔던, 지나는 대학가 풍경엔 널리고 널린게 학생들이고 사람들이다. 서로 팔짱을 끼며 웃는 커플들, 거리를 점거하다시피 뭉쳐다니는 남학생 무리들,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쉴새없이 열고 닫는 여학생들... 침묵이 극에 달해 눈앞이 흐릿해질 때 쯤이었다.

'지이이잉-'

눈물을 참을 겸 다시 고개를 처박고 핸드폰을 응시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단 한방울이라도 좋으니, 눈물을 쏟아낼 수 밖엔 없었다. 아니 차라리 온전히 쏟아내고 싶었다.

'아들아 네 방 책상에 2만원 뒀어.'
'오늘 엄마 야근이니까 배달시켜먹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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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로보트
ㅋㅋㅋ글이 너무 슬픈데 ... 저는 글쓴이한테 수영을 추천하고 싶어요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8-03-10 01:29:10 118.xxx.xxx.xxx
Xzi존전사123X
모 수강생과의 상담을 각색한 내용입니다.
00 추천 반대 삭제 신고 2018-03-10 01:33:09
119.xxx.xxx.xxx
성소수자의인권
말잇못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8-03-11 10:49:41 125.xxx.xxx.xxx
과일과일과
2만원 개이득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8-03-11 11:14:37 175.xxx.xxx.xxx
하얀다람쥐
너무 잘써서 눈물이 나려 합니다..ㅜㅜㅜ
00 추천 반대 댓글 삭제 신고 2018-04-01 06:14:25 1.xxx.xx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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