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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일단 생존해 보자 - 274
작성자 막장법사
번호 25126 출처 창작자료 추천 2 반대 0 조회수 48
IP 211.xxx.xxx.xxx 작성시간 2018-02-10 16: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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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얼른 시작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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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9일차 - 7

그는 결국 다시 들어오고 말았다.

매캐한, 그리고 콧 속으로 들어오면 텁텁해서 숨이 막힐 듯한 곰팡이 냄새와,

바깥의 더운 날씨와는 상관 없는 기분이 좋지 않은 서늘함,

그리고 간간히 섞여 들어오는 무언가가 썩은 냄새는 다시 돌아온 그를 환영하고 있었다.

고문을 위한 의자를 보자마자 그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지만 완전히 끝내는 방법은 이것 뿐이었다.

그는 사모빌라와 뎃사가 잘 해 주었기를 빌며,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던 고통의 의자에 앉았다.




처음 왔을때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은 동쪽에서 들어와 서쪽 벽을 비추는 빛이었다.

그러던 빛이 이제는 돌고 돌아 서쪽에서 들어와 동쪽 벽을 비추고 있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 의지를 다지고 또 다졌던 그였지만 끝없이 몰아치는 고통의 앞에서 그의 의지는 그저 흔들리는 촛불에 불과했다.

같이 타오르는 이들은 하나 없이 홀로 정신이라는 몸을 태우는 촛불은 휘몰아치는 고통의 바람앞에 희미하게 불똥만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 고통 앞에서 그의 이성은 이미 꺾여져 버렸고 그 꺾여진 이성은 그의 입을 찌르며 '살려주세요'만 기계처럼 말하게 만들어 버렸다.

어떤 상황에서도 빛을 발하던 그의 지혜는 사라지고 그저 본능만이 고문도구에 짓밟힌 신경을 다시 움찔거리게 하고 있을 뿐이었다.

고문을 하던 이들은 그가 어떻게 탈출했는지를 궁금해하며 그것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그는 말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고문에 꺾인 이성은 제멋대로 기억의 주머니를 찢어 말하게 만들어 버렸다.

"마법을 써서 나갔습니다."

그 말을 하면서 그는 그들이 그에게 '어떻게 마법을 썼는가'를 묻지 않기를 바랬다.

만약 구슬에 대해서 묻게 되면 그 것은 구슬을 준 사모빌라와 연결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절대로 말해서는 안된다라고 한쪼가리의 정신줄로 그 기억을 묶어 두고 있었지만,

이미 고삐가 풀려 버린 이성과 조금이라도 살고 싶다는 생존의 욕구가 그것을 풀지 않으리라고 그는 생각할 수 없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는 고문 하는 이들의 다음 질문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은 이에 대해서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가 도주하면서 보여주었던 행각에 대해서 전해 들은 이들은 그가 진짜로 마법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 덕분에 도주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대충 꾸며서 이야기 할 수 있었고 별 다른 위기 없이 그들을 속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문이 멈춰지는 것은 아니었다.

고문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그를 고문하는 것은 '악'에게 행하는 징벌이라고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었으며,

거기에 그들 개인의 즐거움까지 더해져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이 고문을 멈춘 것은 위에서 누군가가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을 때였다.


쉼 없이 온 몸과 정신을 괴롭히는 고통을 겪고 있던 그에게도 계단을 통해 내려오는 어떤 사람의 발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돌바닥에 신발이 부딪치며 또각거리는 소리와 옷자락의 일부가 바닥에 끌리면서 스슥 거리는 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고문을 하는 이들도 자신들이 쓰던 도구를 정리하고는 내려오는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지쳐서 헉헉거리면서도 힘겹게 고개를 들어올려 이곳으로 오고 있는 이의 모습을 보려고 했다.

흰색의 옷자락을 시작으로 고문실의 철창 밖으로 모습을 들어낸 이는 바로 주교였다.

"언제나 여기를 들어올 때마다 냄새 만으로도 더러워 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군!

망할, 윗쪽은 먼지가 천지인데 여기는 곰팡이가 천지라서 힘들어! 콜록! 콜록!"

기침을 연발하던 주교는 짜증내면서 철창의 문을 열었다.

"어떻게 탈출했는지는 알아 냈나?"

주교가 들어오자 마자 주교를 중심으로 양 옆으로 섰던 고문하는 이들은 주교의 말에 답했다.

"예. 마법을 썼다고 합니다. 탈출 할 때 철창이 끊어졌던 단면을 생각해 본다면 짐승 계열로 변모하는 사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문하는 이들 중 한명이 말하자 다른 이도 그 말을 이어갔다.

"탈출한 이 자를 추적했던 병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마치 분신을 쓰거나 순간이동, 또는 빠르게 달리는 마법을 쓰는 것 같았다라고도 했습니다.

거기에 이러한 나이의 노인이 그렇게 긴 거리를 달린다고 한다면 역시 뭔가의 마법을 썼을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그는 그들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외모 덕분에 또다시 누군가가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것이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아니므로 그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역시. 공작의 움직임이 수상해서 마법사가 그 주변에 있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정말이었나 보군.

제국의 법을 어겨까지 뭔가를 하고 있다니 어떤 것을 계획하고 있던건 틀림 없겠군.

하지만 이제 그것도 곧 끝장이겠지만 말이야."

주교가 어떤 것을 상상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주교는 그 상상을 즐기며 비웃음과 기쁨을 섞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마법은 쓰지 못하도록 제대로 봉해 두었겠지?"

혹시나 마법을 쓰지 않을까 하는 의심에 물어본 주교의 말에 고문하는 이들 중 한명이 연장으로 그의 팔목에 찬 팔찌를 두드렸다.

"그것도 대비해서 지금까지 주는 물은 모두 성력을 담은 성수만을 마시게 했습니다.

거기에 팔목에 성구를 채워 만약 마법을 쓴다 해도 성구에 담긴 성력에 흩어져 버릴 것입니다."

설명을 들으면서 그를 노려본 주교는 고문하는 이들에게 주의할 것을 강조하는 말을 했다.

"그렇다고 해도 조심해라. 마법이라는 것은 시전하는 방식이 다양하다.

이후 저녁에 '성사'를 하는 시간에 가두어 줄 때, 마법을 쓸 수 없도록 제어가능한 방에 넣어두도록."

"예 알겠습니다."

고문하는 이들과의 대화를 마친 주교는 그에게 다가왔다.

"참으로 오랜만 입니다. '가정교사'씨. 알고보니 마법도 쓸 줄 아시고 참 대단하시군요?"

자신이 여기에 갇히게 된 원흉을 보자 그는 그 얼굴에 침을 뱉어 버리고 싶었지만,

이후의 일을 위해서는 참고 또 참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주교님. 살려주십시오. 왜 저를 여기에 가두어 고통스럽게 하시는 겁니까."

그가 비굴하게 주교에게 목숨을 빌자 주교는 껄껄 웃었다.

"내 말에 제대로 답하고 내가 하는 일에 협력만 해준다면야 더이상의 고통은 드리지 않게 해드리지요."

주교의 비릿하게 휘감아 오는 뱀과 같은 미소에 그는 소름이 돋는 것 같았지만 그것을 들어내지 않으려고 힘이 빠진 척 고개를 숙였다.

"살려만 주신다면,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주교는 한쪽 이빨을 들어내면서 그런 그의 모습을 비웃었다.

"훗.......... 좋습니다. 먼저 공녀를 치료하게 된 경위부터 이야기 해 보시지요."

주교의 물음에 그는 머릿속으로 말 해야 할 것과 아닌 것을 정리하며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저는 가죽을 팔던 상인이었습니다. 이 곳에 가죽이 모자르게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는,

미리 사두어 숲에 숨겨두었던 가죽을 가지고 미테라 발드로 갔죠.

이 지역 상인들이 저를 방해했지만 어찌어찌해서 가죽을 좋은 값에 팔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 공작님이 와서 제가 가죽을 계속 파려면 자신의 허가를 받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물었는데 공작님이 제가 아는 방식을 이용해서 공녀님을 치료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공작님의 말에 저는 어쩔수 없이 이를 승낙하고는 한달동안 준비를 한 뒤 치료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엘프들에 대한 것과 숲에 대한 것을 숨기면서 나머지 도시 내에서 알려질 만한 부분만을 이야기 했다.

주교는 그가 한 말과 자신이 얻은 정보를 대조하며 어느정도 맞다고 판단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너는 그 치료 방법과 마법을 어디서 배운 것입니까?"

그는 이 숲 너머의 제국이 아닌 곳에서는 제국과는 달리 마법을 쓸 수 있다는 것과 주교가 자신을 귀족이라 생각하는 것을 조합했다.

"저는 이미 망한 가문의 귀족이었습니다.

망하기 전 까지만 해도 좀 잘나가던 집안이라서 흔히 그렇듯이 귀족에게 달라붙는 이들과 많이 만났죠.

그 중에서 몇몇이들은 마법을 쓰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마법과 몇몇 병의 치료법을 배웠죠.

그래서 저는 이를 이용해서 다른 이들을 치료하기도 했고 마법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국 내로 들어와서 마법은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제국에서 마법을 쓰면 사형이니까요."

그가 그런 말을 하자 주교는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 것은 그가 부순 철창의 일부였다.

"하지만 이렇게 마법을 쓰고 말았군요. 그렇지요? 거기에 무려 자신을 받아준 공작의 딸에게 사술을 쓰기까지."

주교의 말을 들은 그는 일부러 눈을 크게 뜨고 허리를 있는 힘껏 들어 올려 놀란척을 했다.

"그, 그게! 사술이었습니까? 저는 그게 사술인지 몰랐습니다! 마법은 어떻게든 빠져나가고 싶어서 썼을 뿐입니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주교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주교님!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 행동을 보며 주교는 그의 어께를 양손으로 붙잡고는 고개를 움직여 그의 귀 가까이로 다가갔다.

"뭐든지 하겠다고 하셨습니까?"

"네!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럼 제가 사람이 많은 광장으로 안내할터이니 자신이 공녀에게 사술을 썼다고 증언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물음에 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간다고 생각했다.

"그, 그건..........."

"그것만 하면 목숨은 보장해 드리죠."

그는 고민하는 척 하다가 주교의 말에 응했다.

"아, 알겠습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당장 내일, 내일 말하겠습니다!"

이후에 공녀를 치료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한 그는 주교의 말에 응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끼워 넣어 말했다.

"내일이라..... 그러면 좋겠지만 안되겠군요. 모레, 그때 이야기 하십시오."

그는 그 말에 속으로 시간을 계산하며 더 촉박해진 조건에 마음이 조여지는 것 같았지만,

내일하자고 한번 더 주장하다가는 주교가 의심할 것이기에 잠자코 있었다.

"그런데 저 자의 말대로 그냥 내일 하는게 좋지 않겠습니까? 빠르면 빠를 수록 말이죠."

그가 하고 싶은 말을 고문하는 자가 말하자 그는 주교의 반응을 보려고 주교쪽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아니, 모레 해야 한다. 그때 죄수들의 교수형을 하는 날이라서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일이 더 쉬워질 것이야. 그때로 한다."

고문하는자는 이번에는 그를 바라보면서 주교에게 물었다.

"그럼 그때까지 이 자는 어떻게 합니까?"

주교는 지친듯이 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고문한 것 처럼 보이지 않아야 더 사실 처럼 보일테니 몸의 기력을 회복할 수 있게 그날까지 고문은 중단해라."

주교의 말에 고문 하는 자는 더이상 고문할 수 없게 되자 입맛을 다셨다.

"쩝.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모든 대화를 마친 주교는 그를 보며 마지막 말을 하였다.

"허튼 수작 부릴 생각 마십시오. 헛소리 하려는 순간에 바로 교수대에 목이 걸리게 될겁니다."

주교는 그 말을 한 뒤에 돌아서 지상으로 가는 길로 걸어갔다.

"콜록! 콜록! 이놈의 곰팡이랑 먼지! 얼른 새로 만들어야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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